미국산 에너지·무기 등 대규모 구매 약속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양국간 무역 전쟁을 피하기 위한 상호관세 합의에 도달했다. 현지시간 2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영국 스코틀랜드 턴베리에서 만나 유럽연합 상품에 대한 15%의 관세율 부과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협정으로 EU는 앞으로 3년간 미국에 7,500억 달러(약 1,038조 원) 규모의 에너지 구매와 6천억 달러(약 830조 7천억 원)의 추가 투자 등 총 1조 3,500억 달러(약 1,869조 원) 규모의 경제적 양보를 하게 됐다. 당초 협상 결렬 시 1천억 유로의 보복안을 준비했던 EU는 8월 1일 30% 관세 부과 마감일을 불과 나흘 앞두고 합상 타결을 이끌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모든 관세 협상 중 가장 큰 건"이라며 "자동차 등 모든 상품에 대해 15%의 일괄 관세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폰 데어 라이엔 집행위원장도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가져다줄 것"이라며 "대서양을 사이에 둔 기업들에게 매우 중요한 합의”하고 평가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5일 오후 스코틀랜드로 향하기 전 기자회견에서 협정 체결 가능성을 "50대 50 혹은 그보다 낮을 수 있다” 전망했으나, 이날 약 1시간여의 비공개 협상 끝에 EU의 대규모 양보와 합의에 도달했다.
이번 협정에서 EU가 약속한 경제적 양보 규모는 일본 사례(5,500억 달러)를 크게 넘어선다. 세부 항목에는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석유, 핵연료 등 에너지 제품 구매와 미국 내 추가 투자가 포함됐다. 또한 구체적인 금액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상당한 규모의 미 군사장비 구매, 비관세 무역을 위한 시장 개방 등도 이뤄질 예정이다.
폰 데어 라이엔 위원장은 "러시아 가스와 석유를 미국산으로 대체할 것"이라며 "3년간 연간 2,500억 달러 상당의 에너지 제품을 구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EU가 러시아 에너지 의존에서 벗어나 미국 에너지 기업들의 영향에 더 크게 노출된다는 의미다.
이번 협정으로 EU 수출품에 대한 관세는 트럼프 행정부가 당초 제시한 30%에서 15%로 낮아졌다. 핵심 수출 품목인 자동차가 기존 27.5%에서 15%로 낮아져 일본과 동일한 조건에서 수출할 수 있게 됐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등은 지속가능한 협정이라고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다만 이번 협정에서 의약품과 반도체 관세 적용 여부는 이견의 여지를 남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의약품은 이번 거래와 무관하다"며 "미국에서 제조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폰 데어 라이엔 위원장은 "15%가 의약품을 포함한 모든 것을 포괄한다”며 "분명한 상한선"이라고 언급해 혼선이 이어졌다.
이와 관련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이날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한 반도체 관세를 2주 후에 발표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러트닉 장관은 “품목별 관세는 협상 대상이 아니다"라며 "국가 안보에 필요한 핵심 품목들을 미국에서 제조하도록 보장하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미 행정부는 232조에 따른 관세 부과에 앞서 반도체·의약품뿐만 아니라 구리, 목재 등도 표적으로 삼고 있다.
이번 협정으로 유로화는 합의 소식에 즉각 반응해 0.3% 상승했으며, 지난주 1% 상승에 이어 추가 강세를 보였다. 미국 뉴욕 주식시장도 야간 선물시장에서 소폭 상승하는 등 무역전쟁 회피에 대한 기대를 이어가고 있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 선물은 약 0.4%, S&P500 선물은 0.3% 가량 상승 출발했다.
오는 8월 1일 미국의 상호관세 발효 시한을 앞두고 주요 국가들의 협상 타결이 이어지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지난 주 구윤철 부총리와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 간 회담이 베센트 측 막판 취소로 무산되는 등 논의에 뚜렷한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3-4개 다른 나라들과 협정을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대부분 더 작은 경제나 미국과 덜 중요한 무역 관계를 가진 나라들은 단순히 관세율을 설정하는 서한만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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