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0여년 전 나치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약탈해 간 명화가 아르헨티나의 부동산 매물 광고에 등장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의 26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한 부동산 광고 사진에 후기 바로크 초상화가 주세페 기슬란디(별칭 프라 갈가리오)의 작품 '여인의 초상(콜레오니 백작부인)'이 찍혔다. 이는 부에노스아이레스 인근 해안 도시의 주택 소파 위에 걸려 있었다.
이 작품은 네덜란드 문화부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반환'으로 분류한 분실 미술품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됐다. 네덜란드 일간지 AD는 이 작품을 오래 조사하며 추적해왔다.
이 그림은 원래 네덜란드의 저명한 유대인 미술상 자크 고드스티커 소유였는데, 그는 1940년 나치의 침공을 피해 네덜란드에서 탈출하던 중 선박에서 추락해 사망했다.
그가 남긴 소장품 1천100여점은 불과 몇 주 새 나치 2인자인 공군총사령관 헤르만 괴링에게 헐값에 강제로 팔렸다.
종전 후 일부 작품은 독일에서 회수되어 네덜란드 국립 미술관에 전시됐다. 2006년에는 유일한 상속인인 며느리 마라이 폰 자어에게 202점이 반환됐다. 그러나 '여인의 초상'은 포함되지 않았다.
AD는 전쟁 당시 문서에서 이 그림이 괴링의 측근인 프리드리히 카드기엔의 소유였다는 단서를 찾아냈다. 카드기엔은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로 이주해 사업을 벌였고 1978년 71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취재진은 수년간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사는 그의 두 딸에게 접근을 시도했지만 거절당했다. 그러다 이들이 사는 집이 매물로 나왔다는 사실을 알고 부동산 사이트 링크를 확보했다.
취재진은 링크를 열어 살펴보다 한 사진에서 소파 위에 걸린 초상화를 보고 깜짝 놀랐다. '여인의 초상'으로 추정되는 그림이었기 때문이다.
미술사학자들은 이 그림이 진품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네이메헌 라우드바우드 대학의 브람 더 클레르크 교수는 "구도가 동일하고 크기와 색감이 과거 흑백 사진과 일치한다"면서도 "실제 감정 없이 단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네덜란드 정부 문화유산청의 아넬리스 쿨 및 페리 슈리어 연구원도 "복제품일 가능성을 상상할 이유가 없다"며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림의 원래 소유자인 고드스티커의 가문 측 변호사는 "그림 회수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상속인 마라이 폰 자어도 "우리 가족의 목표는 고드스티커 컬렉션에서 약탈당한 모든 작품을 되찾아 유산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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