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2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냈지만,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한 때 5% 넘게 하락했습니다.
중국 수출이 제한되고,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이 시장 전망치를 소폭 밑돈 영향으로 풀이됩니다.
하지만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앞으로 5년간 AI 인프라 투자가 3조~4조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자세한 내용 산업부 김대연 기자와 살펴보겠습니다.
김 기자,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의 성장세가 얼마나 둔화하고 있습니까?
<기자>
올해 2분기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이 411억 달러, 우리 돈 57조 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해 동기 대비 56% 늘었는데요.
시장 예상치인 413억 달러에는 다소 못 미쳤습니다.
엔비디아 매출은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포함하는 데이터센터 부문이 88%를 차지합니다.
2분기에 사상 최대 실적을 견인한 것도 역시 데이터센터 사업인데요.
엔비디아는 세계 최대 AI 반도체 기업이죠.
데이터센터 매출 흐름을 통해 AI 산업의 성장세를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사실 금액만 따져보면 매 분기 데이터센터 매출은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매출 증가율은 상황이 다릅니다.
지난해 1분기 데이터센터 매출은 1년 만에 427% 증가했는데요.
매 분기 감소하더니 올해 2분기에 매출 증가율이 56%를 기록했습니다.
실제로 엔비디아는 AI 붐이 불면서 2년간 폭발적인 매출 성장세를 보였는데요.
앞으로 AI 성장세가 둔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시사하는 대목입니다.
<앵커>
2분기 매출에 중국 판매량이 제외됐다고 하는데, 매출이 얼마나 빠진 겁니까?
<기자>
2분기 매출 467억 4천만 달러(약 65조 원)에서 중국 매출은 없었습니다.
미국의 수출 규제로 중국에 H20 칩을 판매하지 못했기 때문인데요.
H20은 엔비디아가 중국 수출용으로 만든 저사양 AI 칩입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4월 H20 칩의 중국 수출을 제한했고요. 지난달 판매를 다시 허용해줬습니다.
하지만 엔비디아는 "아직 H20 칩을 출하하지 않았다"고 밝혔고요.
H20 칩의 수출 중단으로 2분기에 45억 달러, 우리 돈 약 6조 2,500억 원의 손실이 났습니다.
정식 출하가 가능했다면, 80억 달러(약 11조 원)가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했는데요.
콜레트 크레스 엔비디아 최고재무책임자(CFO) 발언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콜레트 크레스 / 엔비디아 최고재무책임자(CFO): 아직 정부와 기업 간의 여러 지정학적 이슈로 인해 구매 결정이 오가는 상황입니다. 지난 몇 주 동안 일부 중국 내 고객이 라이선스를 받았지만, 해당 라이선스를 기반으로 H20을 출하한 적은 없습니다.]
물론 엔비디아가 중국에 H20 칩을 공급하지 못한 것뿐 H20 매출이 '0'인 것은 아닙니다.
엔비디아는 중국 외 고객들에게 H20 재고 중 1억 8천만 달러(약 2,500억 원)어치를 팔았고요.
2분기에만 총 6억 5천만 달러(약 9천억 원) 규모의 H20 칩을 판매했다고 전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하반기 전망은 어떻습니까?
<기자>
엔비디아는 3분기 매출을 540억 달러(약 75조 원) 수준으로 전망했습니다.
지난해 동기보다 50% 이상 늘어날 거라고 본 겁니다.
월가 전망치였던 531억 4천만 달러(약 74조 원)보다 높은 수치인데요.
여기서 눈여겨볼 만한 점이 있습니다.
이 숫자엔 2분기와 마찬가지로 H20 칩의 중국 매출이 반영되지 않았는데요.
미국이 H20 칩의 수출을 허락했지만, 중국 당국에서 구매를 막아 판매를 확신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엔비디아는 3분기에 H20 칩을 중국에 수출한다면, 20억~50억 달러(2조 7천억~7조 원)의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는데요.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중국 AI 시장이 매년 50%씩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젠슨 황 / 엔비디아 CEO: 중국 시장은 올해 저희에게 약 500억 달러의 기회가 될 것으로 추정합니다. 미국 행정부와도 미국 기업들이 중국 시장을 공략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논의하고 있습니다.]
특히 AI 인프라에 대한 투자도 여전히 강력한 수준이라고 낙관했는데요.
젠슨 황 CEO는 "2030년까지 AI 인프라 투자 규모가 3조~4조 달러(4,100조~5,600조 원)에 이를 것"이라며 "꽤 합리적인 수치"라고 강조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증권가에서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고요?
<기자>
네,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 성장세가 꺾인 것은 사실이니까요.
AI 거품론을 확실하게 잠재우기엔 애매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미국 가벨리 펀드는 "시장이 기대했던 실적 전망치 상향이나 큰 폭의 성장 신호가 부족했다"고 설명했는데요.
반대로 AI 성장세를 역대 최대 실적으로 증명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빅테크 기업들이 AI 데이터센터에 막대한 투자를 이어가는 점을 긍정적으로 본 건데요.
KB증권은 "일각에서는 AI 투자의 수익성에 대한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지만, AI 투자 확대 움직임이 갑자기 위축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공통적으로 중국 매출 회복세가 불투명하다는 점은 엔비디아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미국 정부가 H20 칩의 수출 허가를 대가로 중국 매출의 15%를 요구한 것도 악재인데요.
외신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미국 정부가 매출 일부를 요구한다면,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예고했습니다.
비용이 늘고 경쟁력이 떨어져 경쟁사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게 이유입니다.
엔비디아는 중국 전용 블랙웰 칩 출시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는데요.
현실적으로 중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미국 정부의 승인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우세합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산업부 김대연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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