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극한 여름'의 원인으로 뜨거워진 바다가 지목됐다.
4일 기상청이 발표한 분석 결과에 따르면, 올여름 폭염과 폭우가 반복된 핵심 이유 중 하나는 북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높은 점이다.
올여름 전국 평균기온은 25.7도로 작년(25.6도)을 제치고 기상 관측망이 전국에 확충돼 각종 기상기록 기준이 되는 1973년 이후 여름 전국 평균기온 중 1위에 올랐다.
최고기온 평균은 30.7도로 평균기온과 마찬가지로 역대 1위, 최저기온 평균은 21.5도로 역대 2위에 해당했다. 폭염일(일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날)은 28.1일로 세 번째로, 열대야일(밤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인 날)은 15.5일로 네 번째로 많았다.
우리나라 주변 해역의 올여름 평균 해수면 온도는 23.8도로 작년 여름(24.0도)에 이어 최근 10년(2016∼2025년) 중 두 번째로 높았다.
지난해에는 장마가 끝나고 7월 말부터 더위가 시작했다면 올해에는 6월 말부터 더웠다. 6월 29일부터 7월 10일까지 2주간 7월 4일을 빼고 매일 일평균기온이 해당일 기준 역대 1위일 정도였고, 7월 8일엔 경기 광명과 파주 등의 한낮 기온이 40도를 돌파하기도 했다.
열대야도 일찍 시작해 대전(6월 19일)과 광주(6월 19일), 부산(7월 1일) 등 21개 기상관측 지점에서 올여름 역대 가장 이르게 열대야가 나타났다.
이른 더위는 북태평양고기압이 예년보다 일찍 우리나라 남쪽까지 세력을 확장하면서 나타났다. 6월 말 북태평양고기압이 우리나라를 덮어버리면서 장마를 끝내고 무더위를 가져왔다.
북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높고 열대 서태평양에서 대류활동이 활발히 이뤄진 점이 북태평양고기압의 이른 확장을 부른 것으로 분석된다.
해양기후예측센터에 따르면 지난 6월 전 지구 평균 해면 수온은 평년(18.2±0.1도)보다 0.4도 높아 1995∼2025년 6월 중 3번째로 높았다. 특히 북태평양과 열대 서태평양은 표준편차를 크게 벗어날 정도로 예년보다 더 뜨거웠다.
뜨거운 북태평양은 북태평양고기압 확장의 '열원'(熱源)이 됐다.
또 열대 서태평양에서 활발한 대류활동은 우리나라와 일본 쪽 대기 중·하층에 평년보다 고기압이 강하게 발달하도록 만들었다.
바다가 뜨거워 강하게 발달한 고기압들이 우리나라를 빠르게 지나갔다면 더위가 심하지 않았겠지만, 북반구 중위도를 가로질러 'CGT 구조'가 나타나면서 정체했다. CGT 구조는 서유럽부터 북미까지 대기 상층에 고기압과 저기압이 차례로 나타나는 것으로 인도 몬순과 인도 북서부 대류활동 강화와 연관돼있다.
7월 하순과 8월 중·하순엔 밤낮없이 무더위가 이어졌다.
8월 18일부터 25일까지 일평균기온은 해당일 기준으로 역대 1∼2위를 기록한 가운데, 처서(8월 23일) 이후까지 무더워 '처서의 마법'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때는 티베트고기압까지 세력을 확장, 북태평양고기압과 티베트고기압이 이중으로 우리나라를 덮으면서 폭염이 나타났다.
특히 8월 중순 이후로 인도 북서부 대류활동이 재차 강화되면서 CGT 구조가 다시 나타나 고기압들을 정체시켜 더위가 지속했다.
이런 가운데 올여름 강수량은 619.7㎜로 평년 여름 강수량(727.3㎜)의 85.1%에 불과했다.
비가 내린 날(강수일)은 29.3일로 평년보다 9.2일, 1973년 이후 여름 강수일로는 5번째로 적었다.
이는 북태평양고기압이 예년보다 이르게 확장, 장마가 일찍 시작한 대신 매우 짧게 끝났기 때문이다.
올여름 장마는 제주에서 6월 12일, 중부지방과 남부지방에서 6월 19일 시작해 각각 6월 26일과 7월 1일 끝나 15일과 13일밖에 이어지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비가 적게 내린 가운데 폭우는 잦았다.
7월 16∼20일 북대서양부터 동아시아까지 중위도 파동이 강화되면서 우리나라 대기 상층으로 찬 공기를 동반한 기압골이 들어왔다가 북태평양고기압에 막혀 빠져나가지 못하면서 전국적으로 200∼700㎜의 매우 많은 비가 내렸다.
또 8월 3∼4일에는 저기압 영향으로 충청 이남에, 9∼14일에는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를 타고 유입된 고온다습한 공기와 대기 상층 기압골에 동반된 찬 공기가 정체전선을 형성하면서 수도권·강원영서·남해안에 호우가 쏟아졌다.
자동기상관측장비(AWS) 기록을 포함해 올여름 시간당 100㎜ 이상 비가 쏟아진 사례는 7월 17일과 20일 각각 2번, 8월 3일 4번, 8월 13일 5번 등 총 13번이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khkkim@wowtv.co.kr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