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지난 달 신규 일자리가 시장 예상을 크게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 완화 가능성이 크게 높아졌지만, 지난 4월 이후 고용 시장의 약화가 경기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더해지면서 시장의 전반인 하락 압력을 키웠다.
현지시간 5일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S&P500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0.58포인트 0.32% 내린 6,481.5, 나스닥 종합지수는 0.03%, 약 7포인트 하락한 2만 1700.3선에서 거래를 마쳤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220.43포인트, 0.48% 밀린 4만 5,400.86에 장을 마감했다.
미국 노동통계국이 이날 공개한 지난 8월 비농업 일자리 수는 2만 2천 건으로 다우존스가 집계한 월스트리트 컨센서스 7만 5천 건을 크게 밑돌았다. 실업률은 4.3%로 지난 달 4.2%대에서 추가 상승을 이어갔다. 이번 지표는 지난 7월 고용보고서 이후 통계 신뢰에 대한 문제로 노동통계국장이 경질된 이후 첫 보고서다. 보고서 공개 직전 지표 검색 페이지가 먹통이 되는 등 잡음도 이어졌다.
노동통계국은 이번 보고서에서도 지난 6월 고용이 추가로 악화했다고 공개했다. 6월 일자리 수는 초기 발표에서 약 14만 7천건을 기록했으나, 7월 보고서 수정 과정에서 1만 4천건으로 줄었고, 이번 8월 보고서에서 2만 7천건 더 줄어, 결과적으로 한 달간 1만 3천 건의 일자리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일자리는 초기 발표치보다 6천건 증가한 7만 9천 건을 기록했다.
부문별로 보면 연방 정부 공무원 인력이 약 1만 5천 명 줄어 시장이 예상한 2만 건 수준에 근접했고, 제조업(-1.2만 건), 도매(-1.2만 건), 광업과 석유 가스 등에서 6천 건의 일자리가 줄었다. 의료 서비스는 3만 1천으로 가장 많은 일자리가 늘었지만, 12개월간 평균치인 4만 2천 건에 미치지 못했고, 사회서비스 인력도 1만 6천 건 증가에 그쳤다.

월가는 이번 고용 보고서로 인해 미 연준(Fed)가 오는 16일과 17일 진행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사실상 금리인하를 확정했다고 보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얀 하치우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오전 경제방송 CNBC를 통해 “예상보다 약간 더 약했지만, 다소 부진할 것으로 예상한 수준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9월 금리 인하에 더해 “10월과 12월에 추가 인하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초 골드만삭스는 시장 컨센서스보다 낮은 6만 건의 일자리를 예상하고, 통계적으로 8월 약한 지표가 나온 뒤 상향 조정될 가능성을 전망해왔다.
시마샤 프린서펄 자산운용의 글로벌 최고전략가도 “연준의 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 기대는 강화했다”면서도 “지표가 추가적으로 약화한다면 ‘나쁜 소식은 나쁜 소식’이라는 반응이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지시간 오후 6시 기준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선물 시장을 바탕으로 집계한 9월 금리 인하 확률은 25bp(1bp=0.01%p) 인하 전망이 약 92%, 50bp 인하 기대치는 8%를 기록 중이다. 지난 주까지 약 10% 안팎의 시장 참가자들이 금리 동결 가능성도 예상해왔으나, 고용 약화가 예상 범위를 넘어서면서 빅컷(50bp) 기대치가 점증하고 있다.
이날 미국 채권 시장도 지표 공개 직후 급격한 움직임을 기록했다. 2년만기 미 국채금리는 한때 11bp 가량 하락해 3년 만에 가장 낮은 3.48%대로 하락했고, 30년 만기 장기 국채 금리도 7bp 가량 하락해 4.7%대에서 움직였다.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8.5bp 내린 4.091%를 기록했다. 국제 금가격도 이날 3,600달러선을 다시 돌파하는 등 안전자산으로 이동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미국 경기 둔화 가능성은 고공행진하던 금융주들을 일제히 끌어내렸다.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가 3.11% 급락했고, 뱅크오브아메리카와 씨티가 각각 1%대, 웰스파고는 3.5% 가량 내렸다. 대형 결제 기업인 비자, 마스터카드가 각각 2%대 하락을 보였다.
전기차 판매 부진으로 약한 움직임을 이어온 테슬라는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에 대한 이사회의 성과 보상안이 공개되면서 3.64% 뛰었다. 테슬라 이사회가 미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주주총회 안건에 따르면 보통주 약 4억 2,370만여 주를 총 12개 트렌치(구간)으로 나눠 머스크 최고경영자에게 지급하는 방안이 담겼다.
테슬라 이사회는 해당 안건에서 일론 머스크가 테슬라의 시가총액을 현재의 2배인 2조 달러로 올려놓을 경우 첫 보상안을 지급하고, 2035년 최종적으로 8조 5천억 달러 이상의 시가총액을 달성하면 최대 1조 달러 규모의 성과를 받도록 했다. 또한 운영 목표를 별도로 설정해 전기차 판매 누적 2천 만대, 완전자율주행 활성 구독 1천만 건, 옵티머스 등 휴머노이드 로봇 100만 대와 상업용 로보택시 100만 대 판매 등의 목표를 설정했다.

시장 전체 흐름을 좌우하던 엔비디아는 브로드컴에 주요 고객사인 오픈AI 수요를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로 한때 4% 가량 하락했다. 종가 기준으로 엔비디아는 2.7% 내린 167.02달러로 지난 한 달간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반면 브로드컴은 전날 혹탄 최고경영자가 콘퍼런스콜에서 “네 번째 고객으로부터 맞춤형 AI 칩(XPU)에 대한 100억 달러 주문을 확보했다”는 발언에 한때 10% 넘게 뛰었고, 종가로는 9.4% 상승한 채 거래를 마감했다.
한편 정규 거래 이후 S&P500 주요 기업 편입 소식이 알려진 로빈후드와 앱러빈은 시간외 거래에서 약 7%대 강세를 기록 중이다. S&P글로벌은 오는 22일부터 마켓엑세스 홀딩스와 시저 엔터테인먼트 대신 이들 종목을 지수 산출에 편입할 예정이다.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