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국경제TV) 박지원 외신캐스터 = 미국 3대 지수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시장은 축제 분위기지만, 월가의 거물들은 오히려 냉정한 경고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거시 경제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인공지능(AI) 시대의 숨은 강자, 오라클이 예상을 뛰어넘는 호실적을 발표하며 나홀로 질주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파티는 아직"…월가 거물들의 경고
미국 증시가 마치 때 이른 산타 랠리를 즐기는 듯한 활황세를 보이자, '월가의 황제'로 불리는 JP모건 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CEO는 "경제가 약화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JP모건의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소비자들이 아직 일자리를 유지하며 지출을 이어가고는 있지만 소비 심리 자체는 이미 타격을 받기 시작했다는 분석입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역시 "파티를 시작하면 안 된다"며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현재 시장에 세 가지 치명적인 리스크, 즉 '세 마리의 곰'이 숨어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첫 번째는 '성장 쇼크'입니다. 최근 발표된 8월 고용 보고서에서 시장 기대치(7만 5천 개)에 크게 못 미치는 2만 2천 개의 일자리 증가가 그 명확한 증거입니다. 경제라는 자동차의 엔진이 식어가고 있다는 강력한 경고등이 켜진 셈입니다.
두 번째는 '금리 쇼크'의 역설입니다. 시장은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에 환호하고 있지만, 이 금리 인하가 오히려 장기 국채 금리 급등이라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시나리오입니다.
마지막으로 '달러 약세 심화'를 꼽으며, 이러한 복합적인 리스크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고 강조했습니다.
AI 시대의 '핫플레이스' 오라클, 실적으로 증명하다
이러한 우려 속에서 소프트웨어 업계의 거인 오라클이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발표하며 월가를 뜨겁게 달궜습니다. 특히 클라우드 사업의 폭발적인 성장에 힘입어 주가는 장 마감 후 14% 이상 급등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월가 애널리스트 42명 중 '매도' 의견은 단 한 명도 없으며, 29명이 '강력 매수' 또는 '매수' 의견을 제시하며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습니다.
① 낙관론: 바클레이즈 & BMO "완전히 다른 게임"
바클레이즈는 오라클의 목표주가를 221달러에서 281달러로 대폭 상향하며 '매수' 의견을 유지했습니다. 이러한 확신의 배경에는 지난 6월 공시된 약 41조 원(300억 달러) 규모의 초대형 계약이 있습니다. 바클레이즈의 애널리스트는 "이 계약으로 인해 이번 실적 발표는 완전히 다른 게임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실제로 이번 실적 호조의 일등 공신은 클라우드 사업이었으며, AI 수요 폭증으로 클라우드 인프라 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45%나 급증했습니다.
BMO 캐피탈 마켓 역시 목표주가를 275달러로 상향하며 "AI 맛집, AI 핫플레이스"가 된 오라클의 성장성에 기대를 걸었습니다. BMO는 과거 오라클이 단순한 '데이터 창고'였다면, 이제는 전 세계 AI 개발자들이 줄 서서 찾는 핵심 기업이 되었다고 비유했습니다.
② 신중론: RBC "기대감은 알지만 확인 필요"
반면, RBC 캐피탈은 '중립' 의견과 함께 현재 주가보다 낮은 195달러의 목표주가를 제시하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RBC는 초대형 계약이 완전히 새로운 '추가 매출'인지, 아니면 기존 계약의 연장선인지 '계약의 질'을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시장의 높은 기대치인 '클라우드 50%대 성장'을 실제로 계속 달성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실제 숫자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흥분을 가라앉혀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③ 중립적 낙관론: 씨티그룹 "장기 잠재력은 유효, 그러나…"
씨티그룹은 '중립' 의견을 유지하면서도 목표주가는 196달러에서 240달러로 크게 올리는 흥미로운 분석을 내놨습니다. 이는 단기적인 변동성보다는 오라클의 장기적인 잠재력에 무게를 두면서도, 현재의 높은 주가 수준에는 경계감을 늦추지 않는 '중립적이면서도 긍정적인' 시각으로 풀이됩니다.
결론적으로 오라클의 이번 실적은 전통적인 소프트웨어 부진으로 전체 매출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미래 먹거리인 클라우드 사업은 그 이상의 성장을 보여준 '두 얼굴'을 가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월가에서는 "전체 매출의 소폭 'miss'보다는 클라우드의 강력한 'beat'에 더 주목해야 한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우세한 가운데, 오라클이 거시 경제의 불안감을 뚫고 AI 시대의 진정한 승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박지원 외신캐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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