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국경제TV) 박지원 외신캐스터 = 소프트웨어 거인 오라클이 촉발한 인공지능(AI) 랠리가 시장을 뜨겁게 달군 가운데, 투자자들의 시선은 이제 거시 경제의 가장 큰 변수인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로 향하고 있다. AI가 증명한 폭발적인 성장성과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맞물린 낙관론과, 인플레이션 재발을 우려하는 신중론이 팽팽히 맞서며 CPI 발표가 향후 시장의 방향성을 결정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 오라클 쇼크, AI 생태계를 끌어올리다
이번 주 뉴욕 증시의 주인공은 단연 오라클이었다. AI 수요에 힘입은 폭발적인 실적 전망을 내놓은 오라클의 주가는 하루 만에 35% 폭등하며 1992년 이후 최고의 날을 보냈고, 시가총액은 1조 달러를 향해 다가섰다. 웰스파고는 "AI 투자의 정당성을 확인시켜준 중대한 사건"이라고 평가했으며, 도이체방크는 목표주가를 335달러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오라클이 일으킨 순풍은 AI 산업 전체로 퍼져나갔다. UBS는 "오라클의 전망은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모든 파트너에게 매우 긍정적인 신호"라고 분석했다. 실제 AI 칩의 제왕 엔비디아의 주가는 4% 상승했으며, TSMC 역시 8월 매출 급증 소식에 4% 넘게 올랐다. 이 외에도 브로드컴(+9%), AMD(+3%), 마이크론(+4%) 등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일제히 랠리를 펼쳤다.
◆ 시장의 진화, '추론'의 시대와 브로드컴
특히 이번 랠리는 시장이 AI 산업을 더 깊이 들여다보고 있음을 증명했다. 시장은 AI를 학습시키는 '훈련(Training)' 단계를 넘어, 학습된 AI로 실제 수익을 창출하는 '추론(Inference)'의 시대가 열리고 있음을 간파했다.
이 새로운 시대의 최대 수혜자로는 브로드컴이 지목됐다. 브로드컴은 추론 작업에 최적화된 저전력·고효율 '주문형 반도체(ASIC)'의 최강자다. 하이타워 어드바이저스의 스테파니 링크는 "추론이 차세대 동력이며, 브로드컴은 이 분야의 확실한 1위 주자"라고 평가했다. 월가의 지지도 압도적이다. 총 43명의 애널리스트 중 41명이 '매수' 또는 '강력 매수' 의견을 제시했으며, '매도' 의견은 단 한 건도 없었다.
◆ 낙관론과 신중론의 충돌, 운명의 CPI
AI 열풍이 시장을 이끄는 가운데, 투자자들은 오늘 밤 발표될 8월 CPI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앞서 발표된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예상을 깨고 하락하면서 0.5%p의 '빅스텝' 금리 인하 기대감까지 나왔지만, BMO는 "CPI가 안정적으로 나와야만 금리 인하 논의가 가능하다"고 분석했다.반면 JP모건은 이번 CPI가 오히려 시장 조정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JP모건은 ▲과도한 금리 인하 기대 선반영 ▲인플레이션 재발 가능성 ▲지나치게 낙관적인 투자 심리 등을 이유로 S&P 500 지수가 단기적으로 6,000선까지 밀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현재 시장은 AI가 이끄는 성장 기대감과 인플레이션이라는 거시 경제 현실 사이에서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오늘 밤 발표될 CPI가 이 줄다리기에서 어느 쪽으로 힘의 균형을 기울게 할지, 월스트리트가 숨을 죽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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