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사망사고와 같은 중대재해를 일으킨 기업에 대한 경제적·행정적 제재를 대폭 강화하는 내용의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내놨습니다.
사망사고가 반복되면 과징금을 내야 하고, 건설사의 경우 등록이 말소돼 영업활동이 중단됩니다.
경영계는 사후 처벌 강화에 집중돼 경영활동을 크게 위축시킬 수 있다며 즉각 우려의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세종스튜디오 연결합니다. 전민정 기자, 이번 대책으로 기업 현장에서의 부담, 얼마나 커진 겁니까?
<기자>
먼저 고용노동부는 연간 3명 이상 사망사고가 발생한 법인에 대해 영업이익의 5% 이내, 최소 30억원의 과징금을 물리겠다고 밝혔습니다.
이게 어느 정도 부담인지 예를 들어 설명해보겠습니다.
지난해 11월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차량 성능 실험 중 연구원 3명이 질식사 하는 사건이 있었는데요.
당시 이 사고로 노동부는 현대차가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했다며 5억4,500여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습니다.
그런데 같은 사고가 또다시 발생한다고 하면, 현대차는 연간 영업이익 약 14조원의 5%인 최대 7천억원 가량을 과징금으로 내야 합니다.
현재의 1,300배에 달하는 경제적 부담을 져야 하는 거죠.
정부가 이렇듯 고강도 경제적 처벌 방안을 내놓은 건 노동자 사망 사고가 회사에 막대한 비용으로 작용해야만 실질적인 제재 효과가 있다는 판단에서인데요.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의 발언,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김영훈 / 고용노동부 장관 : 그간 안전·보건조치 위반에 대한 처벌은 주로 소액의 벌금, 집행유예에 그쳤습니다. 충분히 예방 가능한 사고가 반복 되는 것을 절대로 용인하지 않겠습니다. 안전투자가 더 이익이 되는 구조를 만들겠습니다.]
산재가 특히 잦은 건설사의 경우 사실상 시장 퇴출 수순을 밟을 수도 있습니다.
최근 3년간 영업정지 처분을 두 차례 받은 사업장이 다시 사고를 내면 노동부가 관계 부처에 등록말소를 요청할 수 있는 규정이 만들어지고요.
이렇게 되면 해당 건설사는 신규 사업 참여와 수주, 하도급 계약 등 모든 영업활동이 중단됩니다.
또 지금은 건설현장에서 '동시에 2명 이상 사망'할 경우, 노동부가 국토교통부에 건설사에 대한 영업정지와 입찰 제한 요청을 할 수 있는데요. 앞으로는 '연간 다수 사망'으로 확대됩니다.
포스코이앤씨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면요. 올해만 근로자 4명이 사망했지만, 한번에 2명 이상 사망한 경우가 없어 영업정지 요청 요건에 해당하지 않았는데요. '연간 다수 사망' 기준이 적용되면 영업정지를 요청할 수 있게 됩니다.
<앵커>
금융제재 방안도 눈에 띕니다. 중대재해 발생 기업이 대출과 지분 투자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때 전방위적인 ‘페널티 폭탄’을 떠안게 된다고요?
<기자>
네 먼저 중대재해가 발생한 기업은 대출금리와 한도, 보험료 등에 있어 불이익을 받게 되는데요. 이를 반영할 수 있도록 금융기관은 자체 여신 심사 기준과 대출 약정 등을 고쳐야 합니다.
HUG, 즉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분양보증이나 프로젝트파이낸싱, PF 대출보증 심사에서도 안전도 평가가 강화됩니다.
또 지금은 상장사의 경우 중대재해로 인해 자산이나 매출에 일정 비율 이상 변동이 생길 때만 공시를 하고 있는데요.
앞으론 중대재해가 발생하거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형사 판결을 받은 경우 이 사실을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합니다.
아울러 중대재해 관련 사실이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의 투자판단에 고려될 수 있도록 관련 내용이 ESG 평가와 기관투자가의 행동 지침인 '스튜어드십 코드' 등에도 반영됩니다.
중대재해 리스크가 투자 제한이나 지분 회수까지 이어질 수 있게 된다는 얘기입니다.
<앵커>
그동안 재계는 처벌 위주의 산업재해 예방 대책이 예고되면서 경영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며 우려했었는데요. 재계의 입장은 어떻습니까?
<기자>
네, 경영계에서는 정부의 강력한 엄벌 위주의 기조가 산업 현장의 경영 부담을 키워 기업 활동 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반발했습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대책이 나온 직후 논평을 내고 "이번 대책은 개별기업은 물론 연관 기업, 협력업체의 경영에까지 미칠 정도로 파급력이 크고 국가 경제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지적했는데요.
특히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도 산재감소 효과는 뚜렷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처벌 중심이 아닌 기업 지원 중심의 정책과 예방사업을 추진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금융·투자 분야 제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습니다.
건설·조선 등 고위험 업종은 대출 자체가 막힐 수 있고요.
기관투자가의 주주권 행사에도 중대재해 리스크를 반영하게 되면, 산재 사고가 많은 기업 경영자는 기관투자가의 반대로 연임이나 의사결정을 제약받을 수 있게 됩니다.
여기에 중대재해 상장사 공시 의무화의 경우 증시에 단기적인 불안 요인으로 작용해 주가가 출렁일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세종스튜디오에서 한국경제TV 전민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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