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인 27일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전산실에서 발생한 화재로 정부 전산망이 광범위하게 마비되면서 시민 생활 곳곳에 혼란이 이어졌다. 모바일 신분증, 우체국 우편·금융 서비스, 병원 진료, 화장 예약에 이르기까지 실생활과 밀접한 시스템이 대부분 멈추면서 다양한 불편이 발생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날 오후 제주도 여행을 떠나기 위해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을 찾은 한 가족은 자녀의 항공기 탑승에 필요한 가족관계 증명 서류를 준비하지 못해 발길을 돌렸다. 모바일 발급을 하려던 이 가족은 정부24 오류로 발급이 어렵다는 사실을 깨닫고 발을 동동 굴렀지만,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김포공항 국내선 2층에 있는 무인 발급기에는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전산시설 화재로 무인 민원 발급 창구 일부 발급 서비스가 일시 중단됩니다'라는 안내 문구가 띄워져 있다.
스마트폰에 저장했던 과거 발급분을 찾아 가까스로 항공기에 탑승한 시민도 있었지만, 시민들은 지금과 같은 상황이 길어지지 않을까 걱정을 내비쳤다.
우체국 우편·금융 서비스 마비로 불편을 겪은 시민도 있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벌어진 이번 사태로 물류 대란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는 상황이다.
의료 현장인 병원에서도 예방접종 시스템이 먹통되는 등 불편한 상황이 빚어졌다.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화장시설 온라인 예약서비스인 'e하늘 장사정보시스템'도 접속이 어려워 당분간 화장 예약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문화 행사도 예외는 아니었다. 주말인 이날 열린 한 음악 축제의 주최 측은 '모바일신분증 재난 상황 대체 인증' 공지를 올려 실물 신분증을 사진으로 찍은 경우 입장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이 밖에도 부동산종합공부시스템 '일사편리'와 나이스(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 국가통계포털 등 서비스도 줄줄이 중단됐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엑스(X·옛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불편을 호소하는 누리꾼 글이 이어지고 있다.
다행히 경찰 112 신고시스템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날 오후 8시 20분께 정부 전산시스템이 있는 대전 유성구 화암동 국가정보자원관리원 5층 전산실에서 리튬이온 배터리 폭발로 불이 났다.
이 화재로 모바일 신분증과 국민신문고, 정부24 등 정부 업무시스템 647개의 가동이 중단된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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