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의 지주회사인 두산이 지주사 지위를 자진 반납했습니다. 현금성 자산이 크게 늘면서 지주사 요건을 벗어났기 때문인데요.
이로써 공정거래법상 각종 규제에서 자유로워지게 된 두산의 적극적인 사업 확장이 전망됩니다.
산업부 고영욱 기자 나와 있습니다.
고 기자, 두산이 지주사 요건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구체적인 배경이 뭡니까?
<기자>
지주회사는 공정거래법상 기업 자산 총액이 5천억 원 이상이면서 자산총액 대비 자회사 주식가액 비율이 50% 이상이어야 합니다.
두산은 올해 상반기 현금성 자산이 1조2천억 원 가량 늘면서 자산 총액이 지난해 말 5조원에서 상반기 6조5천억 원까지 늘었고요.
그 결과 자산 총액과 비교해 자회사 주식가액 비율이 50%가 안돼 지주사에서 제외됐습니다.
두산 측은 “전자BG의 동박적층판 CCL 사업이 잘되면서 현금유입이 늘어났다”고 설명했습니다.
보다 직접적으로는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밥캣 주식 담보 대출 등으로 1조2천억 원 가량을 빌린 영향이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동박적층판 사업이 얼마나 잘되는 상황입니까?
<기자>
CCL은 반도체 회로기판의 핵심소재로 최근 AI 반도체, 데이터센터 등 수요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두산은 엔비디아에 CCL을 납품하고 있는데요.
국내 익산, 증평, 김천 공장과 중국 공장에서 CCL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공장 가동률을 보면 증평과 김천 공장의 경우 100%를 넘길 정도고요.
이미 상반기 매출이 8,787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매출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앵커>
대출로 보유한 현금이 크게 늘었는데 어디에 쓰겠다는 계획입니까?
<기자>
두산 측은 대출금 사용처와 관련해 “전자BG의 설비투자와 신성장 동력 확보, 국내외 경제 불확실성을 대비하기 위한 선제적 유동성 확보 차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CCL 매출증대를 목표로 올해부터 3년간 기계장치 등에 1,370억원 가량 투자할 예정입니다.
또 CCL 사업을 담당하는 전자BG 연구개발 센터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짓는 계획도 갖고 있습니다.
<앵커>
일부 자금은 M&A에 활용할 수도 있겠죠. 지주사 지위를 반납하면서 달라지는 점이 어떤 겁니까?
<기자>
지주사는 연결 기준 부채비율이 200%를 초과할 수 없고, 상장사인 자회사 지분은 30%, 비상장사는 50% 이상 지분을 보유해야합니다.
또 손자회사가 M&A를 시도할 경우 단순 경영권 확보 수준을 넘어 100% 지분 인수를 해야 하는 규제도 받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두산의 손자회사인 두산밥캣이 유압기기 전문기업 모트롤을 인수할 때 지분 100%를 매입했었습니다.
지주사 지위를 반납하면서 이런 규제에서 자유로워졌고요. 로보틱스나 에너지 등 신성장 분야에서 적은 돈으로도 효과적으로 M&A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습니다.
<앵커>
지난해 두산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에 성공했다면 지주사 지위를 자진 반납했을까요? 앞으로 지배구조 개편을 다시 시도할 가능성이 있습니까?
<기자>
지난해 두산은 그룹의 핵심 캐시카우인 두산밥캣을 손자회사에서 자회사로 만드는 것을 골자로 하는 지배구조 개편을 시도했습니다. 효과적인 M&A로 두산밥캣을 키운다는 명분이었죠.
이 개편이 성공했다고 해도 두산이 지주사 지위를 반납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앞서 공정거래법상 지주사 요건에 대해 말씀드렸는데, 최근 10년간 두산의 지주사 지위와 관련한 변동은 자체사업이 얼마나 잘되느냐와 관련 있었기 때문입니다.
두산그룹은 지난해 지배구조 개편 계획을 철회하면서도 앞으로 다시 시도하겠다는 여지를 남겨뒀습니다.
다만 이 이슈가 상법 개정의 도화선이 될 정도로 휘발성이 컸던 만큼 현재 상황에서 섣불리 움직이진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산업부 고영욱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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