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을 둔 입장이 극명하게 변화하면서 시장과 외교계 모두 혼란을 겪고 있다.
중국이 희토류의 수출을 제한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 중국산 제품에 100% 추가 관세를 내달 1일부터 적용하겠다고 발표하며 강경 대응으로 중국을 크게 비난했다.
그러나 불과 이틀 뒤인 12일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무역 갈등에 대해 "미국은 중국을 해치려는 게 아니라 돕고 싶을 뿐"이라고 말하며 태도를 바꿨다. 이어 "중국을 걱정하지 마라. 모든 일이 잘 풀릴 것이다"라며 "매우 존경받는 시 주석이 잠시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 것뿐"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엇갈린 메시지는 트럼프 대통령 자신이 미중 무역 이슈에 대해 내부적으로 고민하는 과정을 보여준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대해 보복과 화해를 끊임없이 오가며 시장을 흔들고 기업들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며 "더 큰 전략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급망 분리(디커플링)라는 명목으로 중국을 압박했고 높은 관세는 물론 핵심 기술 교역 중단, 중국 유학생 비자 취소와 같은 조치도 추진한 바 있다. 그러나 이달 예상되는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는 유화적 메시지도 함께 내놓고 있다.
최근 며칠 사이 두 가지 입장이 동시에 드러나 시장이 요동쳤다.
지난 10일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 조치에 맞서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 관세를 경고하자 미국 증시는 큰 폭으로 하락했으나, 13일 그가 발언 수위를 조정한 뒤 일부 회복세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변화에는 서로 다른 청중을 겨냥한 의도가 숨어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미국 싱크탱크 민주주의재단의 크레이그 싱글턴 선임연구원은 "초기 위협은 중국의 과도한 행동을 억제하기 위한 강경함을 보인 것"이라며 "뒤이은 온화한 발언은 시장 안정과 동맹국 안심을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종종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다가 번복하는 경향을 보여 '타코(TACO·Trump always chickens out : 트럼프는 항상 겁먹고 물러선다)'란 달갑지 않은 별명도 얻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희토류 통제를 개인적인 모욕으로 받아들이고 즉각 대응했다는 관측도 있다.
NYT 보도에 따르면 미국 행정부는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을 통해 더 큰 무역 합의를 도출하고자 한다. 이는 미 농민들이 무역전쟁의 직접적 피해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협상 주도권 확보를 위해 중국은 대두 등 미국산 농산물 구매를 중단하는 압박 전략도 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 "2주 뒤 한국에서 열리는 APEC 회의에서 시 주석과 만날 예정이었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져 회담까지는 확신할 수 없다"고 SNS에서 언급했다. 그러나 같은 날 기자들에게는 "한국 방문과 정상회담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답했다.
이후 미국 재무장관 스콧 베선트가 직접 시장 안정에 나섰다. 베선트 장관은 13일 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100% 추가 관세를 11월 1일 전에는 발효되지 않을 것이라고 분명히 말했다"고 강조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서 시 주석과 만날 것이며 회담 일정도 변함없다는 입장"이라며 주말 사이 미중 양국의 활발한 직접 소통이 있었음을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ddehg@wowtv.co.kr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