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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조건 못 채운 인텔…월가 "승리 선언 이르다" [될종목]

김종학 기자

입력 2025-10-25 08:53   수정 2025-10-25 08:58



인텔이 7개 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시장의 열기는 하루를 이어가지 못했다. 반도체 업계의 전설 립부 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3월 취임 후 처음으로 올린 흑자였지만, 정작 부활의 핵심 조건들은 충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텔은 전날 장 마감 이후 공시에서 지난 3분기 매출 137억 달러, 순이익 41억 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 166억 달러 적자로 시장에 충격을 일으킨 것과 비교하면 극적인 반전이다. 조정 주당순이익도 0.23달러로 시장 전망치(0.01달러)를 압도했다.

하지만 현지시간 24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인텔 주가는 장 초반 주당 41달러선을 반짝 넘서선 뒤 반나절 만에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고 전날과 비슷한 38달러 선으로 복귀했다. 올해 들어 89% 급등해 종가 기준 주당 40달러를 눈 앞에 뒀지만, 지난 8월 미국 정부의 89억 달러 투자와 지난 달 엔비디아의 전격 파트너십 외에 추가 상승 동력에 의문이 붙었기 때문이다. 인텔은 왜 기대와 다른 움직임을 보였을까.

● 18A 수율 안정화 2027년...구형 칩 특수로 선방

월가가 이번 실적 보고서와 컨퍼런스 콜 등에서 주목한 요소 중에 하나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이었다. 3분기 파운드리 부문 매출은 42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 감소했고, 여전히 23억 달러에 달하는 적자를 지속 중이다. 관련 실적을 공개한 뒤 적자폭을 전혀 줄이지 못한 셈이다. 월가 기관 투자자들이 이 숫자에 더 실망한 지점은 매출 전액이 인텔 내부 물량이라는 점이다.

립부 탄 CEO는 전날 컨퍼런스콜에서 “인텔7 공정과 인텔10 공정의 웨이퍼 출하량이 내부 목표를 상회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외부 고객사 이름은 한 곳도 언급하지 않았다. 지난해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 미 국방부가 차세대 18A 공정 사용을 약속했지만 실제 양산 주문으로 이어진 건 없는 상태다.

이와 관련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비벡 아리아 애널리스트는 "현재 인텔 주가에는 약 100억달러 규모의 외부 파운드리 수주에 대한 투기적 가정이 반영돼 있다"며 "실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기대감이 더해져 주가가 고평가된 상태”라고 분석했다.

또한 인텔은 약속했던 차세대 18A(1.8나노미터급) 공정을 시작했지만, 마진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립부 탄 CEO는 "애리조나 팹52에서 18A 고용량 제조가 시작됐다"며 "올해 말 첫 제품인 팬서레이크를 출시하고 내년 상반기 대량 출하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데이비드 진스너 최고재무책임자(CFO)는 "18A 수율이 공급에는 적절하지만 적정 마진 확보는 어렵다"며 "업계가 수용 가능한 수율 도달은 2026년 말, 완전한 안정화는 2027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현재 18A 수율이 10% 수준에 불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브로드컴은 수율 문제로 인텔과의 계약을 취소하고 다른 파운드리를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선두인 대만의 TSMC의 2나노 공정 수율이 이미 60%를 넘어선 것과 대조적이다.



수익성 전망도 어두웠다. 인텔은 4분기 가이던스에서 총 마진율을 36.5%로 제시했다. 3분기 40%보다 낮아진 수치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월가는 인텔의 완전한 부활을 위해 45% 이상의 마진율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마진율이 예상과 달리 낮아진 배경은 구형 공정 덕분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운영 체제인 윈도10 지원 종료를 앞두고 기업들이 시스템 교체에 나서면서 인텔 7나노미터, 10나노미터 등 구형 칩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진스너 CFO는 "구형 노드 수요 증가가 예상 밖이었다"며 "현재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고 있고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구형 칩일수록 수익성이 낮다는 점이다. 진스너 CFO는 "구형 공정의 높은 원가와 18A의 낮은 수율이 마진을 압박하고 있다"며 "부실한 제조 규모가 근본 원인"이라고 밝혔다. 그는 "PC 부문은 원가 구조가 문제고, 데이터센터 부문은 경쟁력과 원가 모두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엔비디아 제휴 이후 그림 없다..답 못 찾은 AI 칩 매출

전 세계적인 데이터센터 구축 등으로 수요가 이어지고 있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에서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립부 탄 CEO는 엔비디아와의 50억 달러 파트너십을 여러 차례 강조하고 "AI 추론 시장이 학습 시장보다 훨씬 클 것"이라며 향후 산업의 중심에 들어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지난 3분기 데이터센터와 AI 부문 매출은 41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 감소했다. 그래닛 래피드 서버 칩이 주요 하이퍼스케일러들에 채택됐다는 설명만 있었을 뿐 구체적인 고객사나 물량은 공개되지 않았다.

립부 탄 CEO는 "인텔을 재건하는 여정에 있으며 3분기에 확실한 진전을 이뤘다"고 말했다. 인텔은 이날 시장의 반응에서 확인된 것처럼 파운드리 외부 고객 확보, 최첨단 18A 수율 안정화, AI 경쟁력 확보 등의 조건이 충족되어야 다음 단계 도약을 기대할 수 있을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 등이 집계한 월가 애널리스트의 약 74%가 중립, 매수 의견은 7%에 불과했다. 평균 목표주가는 32달러선으로 현재 주가인 38달러대보다 약 16% 낮다. JP모건은 목표주가를 21달러에서 30달러로 상향하면서도 비중축소 의견을 유지했다. 모건스탠리와 미즈호도 각각 38달러, 41달러로 목표가를 올렸지만 보유 의견을 바꾸지 않았다.

번스타인의 스테이시 라스곤 애널리스트는 인텔의 이번 3분기 실적에 대해 "고전하는 기업의 승리를 선언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이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지금은 무승부로 보는 게 맞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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