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케이던스 디자인 시스템(이하 케이던스, 티커명 CDNS)이 인공지능(AI) 반도체 설계의 폭발적인 수요로 3분기 깜짝 실적을 냈지만, 4분기 실적 전망에서 기대를 비껴갔다. 중국의 자국 반도체 육성으로 인한 수익 둔화 우려가 더해지며 주가 흐름도 한풀 꺾였다.
현지시간 27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케이던스 주가는 장중 퀄컴의 인공지능 반도체 출시로 인한 기술주 강세로 1.83% 올랐으나, 지난 3분기 실적을 공개한 뒤 오후 6시 20분 현재 시간외 거래에서 약 1% 하락해 이날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케이던스는 이날 실적 발표에서 3분기 매출 13억 4천만 달러, 주당순이익(EPS) 1.93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시장 컨센서스인 매출 13억 2천만 달러와 EPS 1.79달러를 모두 웃도는 기록이다. 수주 잔고는 사상 처음 70억 달러를 돌파했고, 조정 영업이익률도 47.6%로 전년(44.8%)보다 높아졌다.
하지만 시장은 지난 2분기와 달리 연말 실적 둔화 가능성을 보인 것에 실망했다. 회사가 발표한 4분기 가이던스에서 EPS 전망치 주당 1.88달러~1.94달러, 중간값 1.91달러로, 시장 예상치(1.92달러)를 소폭 밑돈 것이 하락의 빌미가 됐다.
LSEG와 로이터 기준 연간 매출 전망치를 52억 6천만 달러에서 52억 9천만 달러로 상향했지만, 4분기 매출 전망치(14억 1천만~14억 4천만 달러)는 시장 예상치와 동일한 수준에 그쳤다.
미·중 무역 긴장이 반도체의 최대 시장 중 하나인 중국에서 케이던스의 설계 소프트웨어 수요를 위협하면서 수익성을 제약할 수 있다는 우려다. 미국 종합 반도체 기업인 인텔을 비롯해 브로드컴, 엔비디아 등 빅테크 기업들의 AI 수요가 이미 주가에 상당부분 반영된 것으로 여겨지면서 실망 매물이 이어지고 있다.
케이던스 디자인 시스템의 중국 매출에 대한 고민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2분기 중국 거래와 관련한 법무부 조사로 1억4,100만달러의 벌금을 냈고, 지역별 매출 비중은 9%로 줄었다.
미국이 지난 7월 중국에 대한 설계 소프트웨어 수출 규제를 일시 해제했지만, 양국 간 긴장은 지속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자국 기업들에 미국 기술 의존도를 낮추라고 압박하고 있고, 화대구천 등 현지 기업들이 7나노미터급 이하 설계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면서 자급률은 10% 이상 올라온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전통 반도체 기업들의 연구개발과 검증 과정에 높은 신뢰도로 인해 매출의 견고함은 이어지고 있다. 수십억 개의 트랜지스터를 배치하는 과정에 물리적인 난이도가 높아지면서 전자 설계 자동화(EDA) 시장은 2025년 기준 약 170억~190억달러 규모로 꾸준히 성장했다. 시놉시스와 케이던스, 지멘스 EDA 사업부 등 3사가 경쟁적 공생 관계로 과점하고 있는 안정적 시장이다.

● 엔비디아가 인정한 '팔라디움'...AI로 AI 반도체 설계
케이던스의 이러한 강점은 최첨단 AI 반도체 설계와 검증에 있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는 "혁신적인 블랙웰 GPU가 케이던스 팔라디움(Palladium) 없이는 불가능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힐 정도다.
블랙웰 B200 반도체는 트랜지스터가 2,080억 개에 달해 기존 방식으로는 설계와 검증 자체가 불가능하다. 케이던스는 반도체 설계도를 물리적으로 검증 가능하도록 구현한 제품인 팔라디움과 소프트웨어 최적화를 위한 프로티움(Protium)의 조합으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수 많은 변수들을 경험한 엔지지어가 아니라 완성한 설계도를 통째로 이식해 실시간으로 검수하고, 드라이버와 펌웨어 사전 검증까지 진행해 비용을 줄이는 것은 물론 효율적인 생산까지 담보하는 핵심 기술이다. 엔비디아와 애플 같은 초대형 고객사들이 이 시스템에 묶이면서 높은 영업이익률을 지탱하고 있다.
AI를 활용한 반도체 설계 툴도 주목받고 있다. 본래 아나로그 반도체 설계툴의 중심이던 케이던스는 세레브러스(Cerebrus) AI 기술로 스스로 엔지지어처럼 디지털 반도체 설계 툴을 돌이고 최적화 과정을 반복하도록 했다. 이미 지난 2분기 기준 고급 노드 설계의 50% 이상이 이 도구를 이용하고 있다. 다만 기존 라이선스, 제품군에 비해 수익성을 높여 신규 사업으로서의 가치를 완전히 입증하지는 못한 단계다.
니루드 데브간 CEO는 "기록적인 수주 잔고와 지속적인 비즈니스 강점에 힘입어 전년 대비 약 14% 성장을 전망한다"며 "AI 생태계 전반의 전략적 관계가 깊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 밸류에이션 부담...성장률 둔화 우려 풀어야
이처럼 강력한 해자를 가진 기업이지만, 인공지능 열풍의 지속 가능성을 검증하려는 시장의 움직임으로 인해 상승에 제약을 받았다. 케이던스의 현재 주가수익비율(P/E)은 약 47배 수준에 달한다.
경쟁 구도도 치열해지고 있다. 디지털 반도체 설계 강자인 시놉시스가 350억 달러에 앤시스를 인수하며 설계와 물리적인 검증까지 케이던스의 사업 영역과 지배력을 잠식할 위험이 커졌다. 아나로그와 디지털 등 서로 다른 영역에서 출발했던 두 회사가 양보할 수 없는 경쟁을 벌이는 양상이다.
그럼에도 월가는 케이던스에 우호적인 평가를 이어가고 있다. 실적 발표 직전 보고서를 낸 24개 기관 중 80%가 매수 의견을 냈고, 평균 목표주가는 370달러로 현재 주가 대비 20% 이상 상승 여력을 두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9일 "전통 반도체 기업과 하이퍼스케일러의 지속적인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며 "초기 단계인 AI 포트폴리오의 가격 결정력도 기대된다"고 최선호주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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