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골프공·노벨상 추천…아베 닮은 '극진 환대'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취임 일주일 만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위한 '맞춤형 환대' 전략을 총동원했다.

28일 로이터통신과 AP통신 등에 따르면 도쿄 모토아카사카 영빈관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은 처음 대면해 미소로 인사를 나누며 양국 동맹 강화를 강조했다.

회담은 예정 시간보다 8분 량 늦게 시작됐다. 다카이치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잠시 메이저리그 경기를 함께 봤다"고 설명했다.

당시 중계 중이던 LA다저스와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월드시리즈 3차전을 함께 시청하면서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졌다. 오타니 쇼헤이와 야마모토 요시노부 등 일본 출신 스타가 활약 중인 LA다저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특히 관심을 보인 구단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오타니 화제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과 골프로 인연을 맺은 아베 신조 전 총리를 언급하며 친근감을 유도했다. 그는 "아베 전 총리의 우정을 오래 기억하고 있다"며 "그가 당신의 역동적 외교를 자주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아베 전 총리의 통역을 맡았던 스나오 다카오 외무성 일미지위협정실장이 이날 통역을 맡는 등, 트럼프 1기 시절 회담 경험이 풍부한 인물들이 총출동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좋아하는 골프 선물도 준비됐다. 다카이치 총리는 일본 이시카와현 금박 장인 기술로 만든 황금 골프공, 아베 전 총리가 사용했던 퍼터, 그리고 마쓰야마 히데키의 사인 골프가방을 전달했다.

두 정상은 'Japan is Back'(일본이 돌아왔다) 문구가 새겨진 검정 모자에 함께 서명하기도 했다. 이 문구는 아베 전 총리가 사용하던 구호로 다카이치 총리의 이번 선거 캠페인에서도 쓰였다.

회담장 밖에는 미국 포드의 F-150 픽업트럭과 미국산 도요타 차량이 전시됐다. 일본 정부가 포드 트럭 100대 구매를 검토 중인 점을 고려할 때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상징적 연출이었다.

오찬 메뉴 또한 미국산 재료가 중심이었다. 미국산 쌀로 만든 닭고기 리소토, 미국산 소고기 스테이크에 다카이치 총리 고향인 나라현 농산물이 곁들여졌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메뉴판에 직접 사인을 남겼다.

다카이치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환심을 사기 위한 상징적 제스처로 노벨평화상 후보 추천 의사도 전했다. 백악관은 이를 확인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매우 만족스러워했다"고 밝혔다.

또한 미국 건국 250주년을 기념해 내년 7월 4일 워싱턴DC에 벚나무 250그루를 기증하고, 일본 아키타현에서 제작한 불꽃으로 독립기념일 축하 불꽃놀이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다카이치 총리가 첫 일본 여성 총리라는 점에 대해 "대단하다"고 말했고, "우리는 가장 강력한 수준의 동맹"이라고 강조했다. 과거 정상회담에서 종종 상대국 정상에게 날 선 발언을 던졌던 트럼프 대통령이지만 이날은 칭찬 일색이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