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을 승인하면서 한화그룹의 필리 조선소에서 건조할 것이라고 못을 박았습니다.
한미가 전격적으로 핵 잠수함 동맹을 결성하면서 60조 원 규모의 캐나다 잠수함 수주에도 힘을 싣는 분위기입니다.
방산인사이드 배창학 기자 나와 있습니다.
배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핵 잠수함 건조를 요청한 지 하루도 안 돼 트럼프 대통령이 결단을 내렸습니다.
우리 조선사들이 바로 핵 잠수함을 만들 수 있는 겁니까?
<기자>
원래는 당장이라도 배를 띄우려 했는데 제동이 걸렸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오늘 오전 직접 한국이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동시에 조건을 내걸었는데요.
핵 잠수함을 한국이 아니라 미국 필라델피아 소재 필리 조선소에서 짓겠다고 한 겁니다.
우리나라는 조선은 물론 원전 전문 인력과 최신 설비를 갖춰 허가만 받으면 바로 작업에 착수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었죠.
반면 미국은 상황이 완전히 다릅니다.
조선업이 수십 년간 쇠퇴하면서 1년에 배 1척 찍어낼 수 있는 조선소의 숫자가 손에 꼽을 정도인데요.
지난 2024년 한화그룹이 1억 달러에 인수한 필리 조선소도 마찬가집니다.
한화그룹에 넘어가 체질 개선 중이지만 2018년부터 2024년까지 연속 적자를 냈고 배도 연간 1~2척만 지을 수 있습니다.
워낙 낡은 데다 주로 상선만 다뤄 잠수함 건조 시설도 없어, 이력도 전무한 상태입니다.
핵 잠수함을 생산하려면 잠수함용 도크뿐 아니라 냉각이나 원자로 같이 잠수함에 실을 탑재체도 설계하고 제작할 공간이 있어야 합니다.
사실상 제로 베이스에서 핵 잠수함용 라인을 짜야 하는데, 기반을 닦으려면 돈도 돈이지만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투자 역시 한화가 이미 마스가의 일환으로 필리 조선소에 50억 달러, 우리 돈 7조 원 넘게 쏟아붓기로 했지만 핵 잠수함이 더해지면서 증액도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앵커>
그런데 우리가 핵 잠수함을 도입하는 건, 중국과 북한의 잠수함을 추적 중인 미국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목적인데요.
트럼프 대통령이 왜 거제나 울산 대신 필리 조선소를 콕 집은 건가요?
<기자>
겉으로는 한미 동맹이 어느 때보다 강력하니 미 현지에서도 핵 잠수함 건조할 수 있도록 한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속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만 위해 내린 결정이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는데요.
필리 조선소를 한국의 핵잠 건조 기지로 낙점한 건 중국을 견제하려는 목적이 큽니다.

오늘(30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과 맞물려 미국이 동맹국의 전략 자산을 만들 정도로 중국과의 해양 패권 경쟁에서 우위에 있다고 과시한 행보로 풀이됩니다.
특히 중국 상무부가 이달 초 제재 목록에 올린 한화의 필리 조선소를 점찍으며 중국의 경고는 미국에 통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발신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정치뿐 아니라 경제 효과도 노린 것으로 보이는데요.
미국 회사가 아니라 한화오션을 비롯한 한국의 조선이나 원전업체들이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현지에 핵 잠수함용 라인을 구축하면 손 안 대고 코를 풀 수 있는 것이죠.
이번 결정에는 또 핵 통제에 대한 의도도 숨겨져 있는데요.
미 본토에서 핵 연료를 공급하고 선체를 조립해 핵의 비확산이라는 명분을 살리겠다는 겁니다.
해외 사례를 참고하면 30년 수명 주기의 핵잠 1척을 건조하고 수리하는 데 20조 원 가까이 쓰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어제(29일) 정상회담에서 여러 척의 핵잠을 짓겠다고 한 만큼 한미 가리지 않고 각국의 방위 산업에 미칠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앵커>
APEC 정상회의가 한창인 시기 들린 소식이다 보니 다른 참가국들의 이목도 쏠릴 것 같은데요.
실제로 어떻습니까?
<기자>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을 가장 반긴 국가는 미국의 인접국인 캐나다입니다.

캐나다는 오래된 잠수함을 대체할 신형 함 도입 사업을 추진 중인데, 12척을 전력화할 예정입니다.
함정 건조에 쓰이는 비용과 수명 주기 동안 수리하는 데 드는 MRO 비용을 합치면 사업비가 60조 원이 넘습니다.
글로벌 시장을 통틀어도 몇 없는 초대형 프로젝트로 한화오션 주축의 팀 코리아와 독일-노르웨이 연합이 결선에 올라 수주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최종 사업자 선정이 임박했는데, 미국이 핵잠을 통해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원 팀의 지원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이 미국과 비대칭 무기인 핵잠수함을 공동 개발할 정도로 건조 역량과 기술 경쟁력이 검증됐다고 여기는 겁니다.

오늘 오전 취재한 결과 한국국방연구원(KIDA) 관계자들이 캐나다 국회 및 군 고위 관계자를 만난 자리에서 캐나다 측이 한국이 미국과 핵잠을 같이 만들게 됐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유지훈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원: 한국이 미국과 핵추진 잠수함을 공유하고 단순히 생산하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니라 기술 이전이라는 신뢰의 협력 기반이 마련된다는 거죠. 캐나다 입장에서도 단순히 잠수한 구매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보 공유의 가능성이 커진다고 보고 있어요.]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도 김민석 국무총리와 조금 전 오후 2시 한화오션 거제 조선소를 시찰했습니다.
이번 핵잠 건조 승인으로 미국과의 상호 운영성이 보장된 만큼 K방산도 부가적인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됩니다.
<앵커>
배창학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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