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한화그룹이 계열사 유상증자를 통해 1조 3,000억 원의 자금을 조달해 미국 방산과 태양광 사업에 투입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한미 조선 협력안인 마스가의 핵심지 필리 조선소와 태양광 패널 생산 업체인 큐셀을 키우려는 행보로 풀이됩니다.
산업부 배창학 기자 나와 있습니다.
배 기자, 이번 유상증자 구조가 복잡한데 어떻게 자금을 마련했고 어디에 쓰려는 건지 쉽게 풀어주시죠.
<기자>

먼저 한화그룹이 어떻게 1조 3,000억 원의 자금을 조달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미국에서 사업을 추진 중인 한화그룹의 현지 자회사들이 신주를 발행했고, 모회사들이 돈을 주고 새로운 주식을 샀습니다.
그룹의 미국 기업들이 쓸 자금을 마련해주기 위해 국내 계열사들이 출자해 유상 증자에 참여했다고 이해하면 흐름을 파악하기 쉽습니다.
수혈을 해준 회사는 한화시스템, 한화오션, 한화솔루션 세 곳으로 각자의 지주사나 사업회사가 찍어낸 주식을 사들였습니다.
시스템과 오션은 필리 조선소를 축으로 둔 해양 방산, 솔루션은 인플레이션감축법, IRA 시행에 따른 수혜가 예상되는 태양광 사업 확장을 위해 힘을 보탰습니다.
세 곳의 현지 법인들이 받은 돈은 각 사가 아니라 다른 곳으로 보내기로 했습니다.
<앵커>
왜 각자 안 쓰고 다른 곳에 보내는 겁니까?
<기자>

그룹이 현지에 설립한 투자사 퓨처프루프 때문인데요.
퓨처프루프는 시스템과 오션의 모회사인 에어로스페이스 그리고 솔루션이 25억 원씩 내고 미국에 만든 투자사입니다.
방산, 에너지 분야 등 그룹의 미국 법인들이 원하는 곳에 투자를 해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시스템, 오션, 솔루션의 미 자회사들은 이번 딜에서 한화 디펜스 앤 에너지, HD&E라는 법인을 신설했는데 바로 퓨처프루프 위에 뒀습니다.
HD&E의 지분은 시스템과 오션, 솔루션의 현지 법인이 37.5%, 37.5%, 25% 나눠 가졌습니다.
그리고 HD&E가 세 곳이 유증으로 확보한 1조 원짜리 실탄으로 퓨처프루프의 지분 50%를 사들였는데요.
그러면서 퓨처프루프의 지분 구도는 에어로 50%, 솔루션 대신 HD&E 50%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HD&E를 기준으로 세분화하면 시스템과 오션이 퓨처프루프의 지분 18.75%씩, 솔루션이 12.5%를 들게 됐는데, 사실상 에어로가 87.5%를 보유하게 된 거죠.
<앵커>
한화그룹 계열사들이 복잡한 과정을 통해 자금을 동원한 가장 큰 이유는 뭔가요?
<기자>
재무 부담이 가중되는 태양광을 돕기 위해 그룹에서 가장 잘 나가는 방산에 지원을 요청한 건데요.
솔루션의 총 차입금은 직전 3분기 기준 14조 4,200억 원으로 지난해 말과 비교해 1조 7,000억 원이나 늘었습니다.
3년 전과 비교하면 2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로 해마다 재무 부담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상반기를 기준으로 1년 안에 만기되는 차입금이 2조 원에 달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HD&E에 퓨처프루프 지분을 팔면서 5,950억 원의 차익을 남겼습니다.
다만 퓨처프루프 주식 12.5%를 재매입하면서 실제로 남긴 차익은 약 4,160억 원으로 추산됩니다.
한 줄로 정리하면 솔루션의 재무 구조 안정화를 위해 시스템과 오션이 웃돈을 얹어줘 숨통이 트이게 한 것으로 보면 됩니다.
<앵커>
에너지에 치우쳤던 한화그룹의 미국 사업이 해양 방산쪽으로 재편됐다고 볼 수 있을까요?
<기자>
한화그룹 입장에서는 시스템과 오션이 6대 4 비율로 인수한 필리 조선소를 비롯해 미국에서 추진 중인 해양 방산 사업이 본격화될 판이 깔렸습니다.

퓨처프루프는 그동안 현지 투자 집행을 했는데, 앞으로는 시스템과 오션이 주인인 HD&E 아래로 들어가게 되면서 두 기업이 주도해서 투자를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는 마스가와도 연관됩니다.
한화그룹은 마스가의 일환으로 필리 조선소 현대화에 50억 달러, 약 7조 원을 쓰겠다고 약속했었죠.
조 단위 투자를 해야 하니까 돈을 쉽게 꺼내 쓸 수 있도록 한 겁니다.
동시에 돈을 빌려 쓸 길도 열려고 한 건데요.
조선소 확충 등 대형 프로젝트의 경우 현지 금융기관을 통한 대출을 통해 진행되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미 은행들이 현지 법인 자본금 규모 등을 보고 한도나 금리를 정하니까 신용을 높이기 위해 법인의 크기도 키운 거죠.
증권사 관계자들은 이번 딜을 놓고 “그룹 차원에서 솔루션의 큐셀도 살리고, 시스템과 오션의 필리도 살리는 전략을 펼친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앵커>
산업부 배창학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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