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어제보다 4.7원 내린 1472.4원으로 주간 거래를 마쳤습니다. 주식시장이 장 초반의 상승 폭을 축소하고 외국인 매수 규모도 줄었지만 환율은 모처럼만에 상승세를 멈추고 하락 마감했습니다.
이에 앞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등 안정 요인에도 불구하고 원달러 환율이 1470원대까지 치솟자 최근 6주간 외환당국은 구두 개입만 이미 두 차례 했는데, 영 시장에 먹히지 않자 지난 18일 수출기업들에게 외환시장 수급 개선을 위한 긴밀한 협조를 당부했고, 21일에는 증권사 관계자들에게 환전 수요를 분산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또 어제 국민연금과 정부가 협의체를 구성해 시장을 점검하기로 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에 더해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은 내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외환시장 관련 대국민 설명에 나설 계획입니다.
정부가 각 수급의 주체들을 만나 협조를 구하고, 시장 개입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보고 있는데요, 환율이 1500원까지 가는 상황은 어떻게든 막겠다는 정부의 강한 의지로 읽히고 있습니다.
<앵커> 국민연금의 해외 자산 규모가 무려 580조 원에 달하는 만큼 국민연금의 개입 가능성에 특히 관심이 쏠리는데, 국민연금이 앞으로 언제, 그리고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하게 될까요?
<기자> 국민연금은 해외 자산의 일정 범위 안에서 전술적 또는 전략적 환 헤지를 실시할 수 있는데, 환 헤지에 동원 가능한 최대 규모가 한화로 약 80조 원가량으로 추정돼 상당히 큽니다.
전술적 환 헤지의 경우 기금운용본부 재량으로 해외 자산의 5% 범위 안에서 비교적 단기적 차원에서 행해진다고 한다면, 전략적 환 헤지는 환율이 장기 평균을 일정 기간 넘는 경우 기금운용위원회 결정으로 해외 자산 10% 범위 안에서 실시 가능합니다. 전술적 환 헤지 여력이 약 18조 원, 전략적 환 헤지 가능 규모가 약 58조 원이고요, 전략적 환 헤지의 발동 조건은 원달러 환율 1480원 선으로 추정됩니다.
국민연금이 환 헤지를 하는 것이 가진 자산을 매도한 달러를 외환시장에 푸는 형식은 아니고요, 선물환 매도 형식으로 행해지게 됩니다. 국민연금이 환 헤지를 하기 위해 시중은행에 ‘선물환 매도’하면 시중은행은 ‘선물환 매수’하게 되고, 이에 따라 시중은행이 현물환을 시장에 풀어 놓게 되면서 환율 안정화로 이어지는 결과입니다.
이 외 외환당국과 국민연금 간 650억 달러 한도 통화스와프 계약이 올해 말로 종료되는데, 국민연금이 달러를 조달할 때 시장 충격도 줄일 수 있고, 환 헤지 비용보다 저렴하다는 점에서 만기 도래를 앞두고 연장 가능성도 점쳐집니다.
<앵커> 적정성은 뒤에 살펴보기로 하고, 이같은 조치들이 환율 방어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요? 전문가들은 외환시장을 어떻게 점칩니까?
<기자> 국민연금의 시장 개입으로 시장이 안정화된 경우가 실제 있고, 근래에도 올 연초에 환율이 1480원대에서 1350원대 수준으로 하향하는 과정에서 국민연금 전략적 환 헤지가 이뤄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현재의 고환율은 뚜렷한 악재 때문이 아닌 수급이 구조적으로 바뀐 결과로 설명되는데요. 여기에는 연기금의 해외 투자 확대에 더불어 현지 투자 압박이 커지는 수출기업들의 달러 매도 지연, 국내 개인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투자 확대 등 요소도 큽니다. 국민연금의 환 헤지가 이를 상쇄하는 효과는 있겠지만 시장을 하향 안정화할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은행이나 증권사에 따라 내년도 환율 고점이 1500원 위에서 형성될 것으로 보고 있기도 하고요, 과거라면 고환율로 인식됐던 1400원이 오히려 하단이 될 수 있다고 점치고 있습니다.
<앵커> 국민연금을 구원투수로 생각하는 건 외환시장뿐 아니라 주식시장도 마찬가지인 듯합니다. 국내 자산 투자 확대도 거론되는데,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는 것 같습니다.
<기자> 국민연금은 자산 1322조 원을 보유한 글로벌 연기금 중에서도 큰손으로 꼽히는 만큼, 국내 주식 투자를 늘려 주식시장을 부양하려는 아이디어도 거론됩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9월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국내 연기금은 왜 국내 주식은 적게 사고, 외국 주식만 잔뜩 사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발언한 바 있습니다. 관계자에게 들은 설명을 전하며 “30년 후 저출생에 따른 인구 구조 변화로 연금 지출이 많아져 주식을 팔아야 할 때 국내 주식이 폭락한다는 설명이 ‘그럴듯한데’ 생각은 들지만, 주가가 오른 상태에서 주식을 안 가지고 있으면 손해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습니다. 주식시장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겠다는 차원에서의 발언이었지만 국내 주식 투자 확대를 주문한 것으로도 해석됐습니다.
실제로 이재명 대통령의 이와 같은 발언이 있은 후에 국민연금이 내년 5월 발표할 중장기 자산 배분 계획에서 매년 0.5%p씩 줄이기로 한 국내 주식 투자 비중 축소 계획을 재검토할 수 있다거나, 전략적, 전술적 허용범위를 손봐 국내 주식 투자를 늘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재원이 세금이나 국가 재정이 아닌 국민들의 노후 자산이기에 논란은 지속 중입니다.
수익률 극대화가 본래 목표인데 외환시장도 안정시켜야 하고, 주식시장도 부양하는 역할이 상충할 수도 있고, 오랜 논의를 거쳐 중장기 차원에서 수익률 제고를 위해 세운 운용 방향이 특정 목적에 따라 바뀔 수 있다면 운용 독립성 훼손 문제도 함께 제기될 수 있습니다.
<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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