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콩에서 벌어진 고층 아파트단지 화재로 인한 사망자가 더 늘어 최소 75명이 숨지고 76명이 다쳤다.
실종자가 수백명에 달하고 중상자도 많아 인명피해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당국은 건물 보수 공사 책임자 3명을 체포했다.
전날 오후 2시 51분께 홍콩 북부 타이포 구역의 32층(로비층+31층)짜리 주거용 고층 아파트단지인 '웡 푹 코트'(Wang Fuk Court)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가 들어왔다고 27일 로이터·AFP·AP통신과 홍콩 성도일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이 전했다.
아파트 단지는 모두 8개 동이며 7개 동에 불이 났다. 4개 동에서는 약 10시간 만에 불길이 대부분 잡혔지만 나머지 3개 동은 24시간 이상 지난 이날 저녁에야 진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번 화재는 최소 135명의 사상자가 나와 1948년 176명의 사망자를 낸 홍콩 창고 화재 이후 77년 만에 가장 큰 인명피해를 낸 참사가 됐다. 홍콩이 1997년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된 이후 최악의 사고로 기록될 전망이다.
이날 오후 10시40분 현재 사망자는 75명이라고 홍콩 소방당국인 소방처가 밝혔다. 이 가운데 소방관 1명과 인도네시아인 가사도우미도 2명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부상자는 소방관 11명을 포함해 모두 76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실종자 수가 많고 부상자 중에 중상이 적지 않아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홍콩 행정수반인 존 리 행정장관은 이날 새벽 주민 279명이 행방불명이라고 밝혔다. 내부에 갇힌 것으로 추정되는 주민 상당수는 아직 아직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홍콩 당국은 관광버스를 투입해 주민들을 대피시켰고, 현재 주민 약 900명이 인근 학교 등 임시 대피소 8곳에 머물고 있다.
진화 작업을 위해 주변 고속도로가 폐쇄됐고, 타이포 지역 5개 학교는 휴교했다. 다음 달 7일로 예정됐던 홍콩 입법회(의회) 선거 관련 유세 활동도 전면 중단됐다. 리 장관은 선거 연기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1983년 입주를 시작한 노후 공공 아파트단지인 웡 푹 코트에는 2천가구 4천800명가량이 거주하고 있다. 아파트 보수 공사로 설치된 가설물이 참사의 주요인으로 지목된다.
아파트는 지난해 7월부터 대규모 보수 공사 중이라 외벽에 대나무 비계(건설현장에서 고층 작업을 하기 위해 설치하는 임시 구조물)와 공사용 안전망이 설치됐다. 여기에 불이 번지면서 대형 불기둥이 치솟았다.
통상 금속 비계를 쓰지만 홍콩에서는 아직도 대나무 비계가 사용된다. 당국은 화재·사고에 취약한 대나무 비계를 단계적으로 퇴출한다고 지난 3월 밝힌 바 있다.
외벽에 설치됐던 안전망, 방수포, 비닐막 등을 타고 불이 급속 확산했다고 당국은 설명했다.
홍콩 경찰은 불에 타지 않은 아파트 외벽 쪽에서 인화성이 강한 스티로폼 판이 붙어 있는 것을 확인했다. 또 건물 내부 환풍구 등에서도 스티로폼이 발견됐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 아파트 단지 건물 관리회사를 압수수색했고 아파트 보수공사를 맡은 업체 책임자 3명을 과실치사 혐의로 체포해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회사 책임자들이 중대한 과실을 저질렀다고 믿을만한 이유가 있으며 그로 인해 이번 화재가 발생하고 통제 불가능한 수준으로 번져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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