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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칠 수도 없었다"…홍콩 화재 생존자가 전한 참상

입력 2025-11-29 15:45   수정 2025-11-29 15:56



홍콩 고층 아파트 단지에서 발생한 초대형 화재로 사망자가 128명까지 불어난 가운데, 당시 극한의 상황을 겪은 한 생존자가 참혹한 순간을 직접 전했다.

29일(현지시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홍콩01에 따르면, 당시 화마에서 생존한 윌리엄 리(40)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시 상황을 기록했다.

불이 발생한 건물 2층에 거주했다는 리씨는 휴식을 취하던 중 아내로부터 화재 사실을 전해 듣고 대피하려 했지만, 문을 여는 순간 시야가 사라질 만큼 짙은 연기가 밀려들어 다시 집 안으로 들어와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이어 비상구가 열려 있는지 확인하려 했지만, 로비가 이미 화염으로 뒤덮였다는 아내의 말을 듣고 탈출로가 차단됐음을 깨달았다.

그는 자신이 "집이라는 연옥에 갇히게 될 것임을 알았다"고 표현하며 무기력에 빠졌지만 정신을 가다듬고 젖은 수건을 준비하는 등 가능한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그러던 중 복도에서 누군가의 외침을 듣고 젖은 수건을 챙겨 밖으로 나갔고, 뜨거운 연기로 눈물이 흐르고 숨쉬기조차 어려운 상황에서 벽을 더듬으며 이동해 한 쌍의 부부를 구조했다.

리 씨는 부부에게 물과 옷을 건네며 "진짜 비상 상황이 오면 창밖으로 뛰어내릴 수 있다. 우리는 2층에 있는 만큼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며 그들을 안심시키려 했던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그는 조용히 창가에 앉아 창밖으로 불꽃과 뒤섞인 검은 눈송이 같은 잔해가 떨어지는 것을 보며 "절망의 비였다. 너무 잔혹해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다행히 리씨는 창문 근처에서 소방관을 발견하고 손전등과 손짓으로 구조 신호를 보냈고, 오후 6시께 고가 사다리를 이용해 구조됐다. 그는 당시를 떠올리며 "짙은 연기보다 더 숨 막히게 한 것은 철저한 무력감이었다"고 말했다.

당국이 밝힌 화재 부상자는 전날 오후 8시 15분 기준 79명, 실종자는 약 200명에 달한다. 추가 수색 작업이 진행됨에 따라 실종자 가운데 사망자가 더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홍콩에서는 왜 화재가 순식간에 확산됐는지, 경보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지 등 사고 원인을 밝혀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리씨 또한 SCMP와의 인터뷰에서 화재경보가 울리지 않았다며 "많은 이웃이 여전히 실종상태라는 말을 듣고 병원에서 울었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khkkim@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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