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10년간 빠르게 가계부채가 쌓이면서 우리나라 민간소비가 짓눌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이 30일 발표한 '부동산발 가계부채 누증이 소비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IMF) 통계상 한국의 2024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14년보다 13.8%p 올랐다. 77개국 가운데 중국(+26.2%p), 홍콩(+22.5%p)에 이어 세 번째로 빠른 속도다.
국제결제은행(BIS) 통계에서는 2014년 1분기∼2025년 1분기 17개국 중 우리나라 원리금 부담(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증가 폭(+1.6%p)이 노르웨이(+5.9%p) 다음으로 높았다.
반면 한국의 GDP 대비 민간소비 비중은 오히려 1.3%p 떨어졌다. 가계부채 비율이 10%p 이상 뛴 나라들 중 우리나라가 유일하게 민간소비 비중이 축소된 것이다.
한은은 "이런 현상은 다른 나라에서 뚜렷하게 관찰되지 않는 특징으로, 우리나라 가계부채 규모가 지나쳐서 가계의 차입이 소비로 이어지지 않는 상황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한은 분석 결과, 2013년부터 과도하게 누적된 가계부채는 민간 소비 증가율을 해마다 0.40∼0.44%p씩 깎아내린 것으로 추정됐다.
한은은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2012년 수준에서 유지됐다면, 2024년 현재 민간소비 수준(레벨)은 현재보다 4.9~5.4% 높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계부채가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는 또 다른 요인으로는 선진국보다 작은 '부(富)의 효과'가 꼽혔다.
우리나라에서는 부동산 가격이 1% 오를 때 민간 소비가 0.02%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주요 선진국의 소비 탄력성 추정치(0.03∼0.23%)보다 낮다.
한은은 "주택가격 상승분을 담보로 소비에 활용할 수 있는 역모기지론 등 주택 유동화 상품이 적고, 더 나은 '상급지'로 집을 옮기거나 자녀의 주거를 마련해줘야 한다는 생각에 집값 상승을 유동성을 동반한 부의 증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봤다.
끝으로 "가계부채 문제는 심근경색처럼 갑작스러운 위기를 유발하기보다 동맥경화처럼 소비를 서서히 위축시키고 있다"며 "다만 최근 정책 당국 간 공조와 적극적 대응으로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하락세로 돌아선 만큼, 장기 시계에서 일관된 대응이 이어지면 가계부채 누증 현상과 구조적 소비 제약도 점차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보고서는 한은 조사국 구조분석팀 김찬우·박동현·주욱·유성현 연구원이 공동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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