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고용 시장 실제로는 마이너스일 수도"
양적긴축(QT) 공식 종료..단기 국채 매입 예고

(뉴욕=김종학 특파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내년 금리 인하 횟수를 대폭 축소하고 위원회 내부에서 이례적인 반대표가 쏟아졌지만, 시장은 오히려 안도했다. 제롬 파월 의장은 이날 회견에서 “금리가 중립 범위에 도달했다”면서도 유동성 공급에 대한 문을 열어두었다.
◇ 매파적인 점도표 공개..위원회 9대 3 이례적 분열
연준은 10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기존 연 3.75~4.00%에서 3.50~3.7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이는 전날까지 선물시장 등에서 예상한 결과다. 그러나 다음 정례 회의 기준금리 전망을 담은 연준의 점도표는 상당히 매파적인 전망이 담겼다.
연준이 경제전망을 통해 함께 공개한 점도표에 따르면, 위원들이 예상한 2026년 말 금리 중간값은 3.4%다. 이는 지난 9월 전망치인 2.9%보다 0.5%포인트 높은 수치로 향후 동결 기조가 지속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번 기준 금리 인하 수준인 연 3.6%를 감안하면, 내년 1년 동안 금리 인하는 단 한 차례(0.25%포인트)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시카고상품 거래소의 페드워치는 내년 1분기까지 동결에 무게를 두고 있다.
연준은 또한 내후년인 2027년 금리 전망치 역시 기존 2.9%에서 3.1%로 상향 조정됐다. 연준은 고용과 인플레이션 등 각종 지표 지연에 따라 내부 이견이 깊어지면서 향후 인하 결정에 보다 신중해질 전망이다.
파월 의장의 임기 만료가 다가오면서 연준 내 분열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번 결정 과정에서 제롬 파월 의장을 포함한 9명의 위원은 0.25%포인트 인하에 찬성했으나, 3명의 위원이 반대표를 던졌다.
반대표 가운데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은 총재와 제프리 슈미트 캔자스시티 연은 총재는 "이번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해야 한다"며 인하 자체를 막아섰다. 슈미트 총재는 지난 회의에 이어 두 번 연속 금리 동결 반대표를 던졌고, 굴스비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다시 고개를 들 수 있다며 임기 첫 반대표를 행사했다. 반면 스티븐 마이런 이사는 이번에도 홀로 0.50%포인트, 빅컷 인하를 주장하며 반대 의견을 이어갔다.
이와 관련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동결과 인하, 양쪽 모두에 대한 논리적 근거를 댈 수 있을 정도”라며 현재 경제 상황이 금리 결정에 매우 복잡한 시기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고용과 인플레이션이라는 두 목표 사이의 긴장이 높아진 상황에서 리스크 가중치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일 뿐”이라며, 토론은 매우 생산적이었다”고 두둔했다.
한편 파월 의장은 미국 경제의 '나홀로 호황'을 두고 인공지능(AI) 도입에 따른 생산성 향상 효과라는 시각에 대해 “기업들의 AI 지출이 설비 투자를 지탱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아직 초기 단계에 그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파월 의장은 이러한 AI 지출과 관련해 “고용 데이터나 전반적인 생산성 수치에 본격적으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차기 연준 의장 후보로 유력한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등 트럼프 행정부 측 인사들은 AI 혁명이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있다면서 미국 경제에 대한 낙관론을 이어가고 있다.
◇ 양적 긴축 공식 종료한 연준, 단기 국채 매입 예고
주식과 채권 시장 전반은 점도표가 매파적이었음에도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 발언이 진행되면서 안도하는 흐름을 보였다. 파월 의장은 고용 시장의 최근 약화 가능성을 두고 "지난 4월 이후 월간 비농업 고용 수정치가 마이너스 2만 명 수준일 수 있다"며 실제 고용 시장이 보다 냉각되었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어 그는 "현재 경제는 과열과는 거리가 멀다"며 노동 시장에 따라 추가 인하할 가능성도 열어뒀다.
연준은 또한 이번 성명서를 통해 양적긴축(QT)은 공식 종료했다. 대차대조표 확대 등과 관련해 파월 의장은 "향후 몇 달간 국채 매입 규모를 높은 수준으로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연준은 오는 12일부터 한 달 간 약 400억 달러, 우리 돈 58조 8천억 원 규모의 단기 국채를 매입하는 유동성 공급에 나설 계획이다.
제롬 파월 의장의 이러한 발언과 연준의 유동성 공급 기대 등으로 이날 뉴욕 증시는 장 마감을 앞두고 상승세로 돌아섰다. 뉴욕증시에서 S&P 500 지수는 오후 3시 30분경 전일 대비 0.8% 가까이 상승했고, 금리 인하 수혜가 큰 중소형주 중심의 러셀 2000 지수는 1.8% 넘게 급등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채권 시장에서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국채 금리는 장중 4.6bp(1bp=0.01%p) 급락한 3.56%대를 기록한 반면, 10년물 금리는 2.2bp 하락한 4.16% 선에서 거래됐다.
뉴욕=김종학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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