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 자동차업체 폭스바겐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독일 내 생산시설의 문을 닫는다. 중국 시장 부진과 유럽 수요 둔화, 미국 관세 부담이 겹치며 재무 압박이 커진 데 따른 구조조정의 일환이다.
1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오는 16일부터 드레스덴 공장의 생산을 중단할 예정이다.
2002년 가동을 시작한 이 공장은 누적 생산량 20만대를 밑도는 소규모 시설로, 주력 공장인 볼프스부르크의 연간 생산량에도 크게 못 미친다.
드레스덴 공장은 폭스바겐의 기술력을 알리는 상징적 공간으로 출발해 고급 세단 페이톤(Phaeton)을 조립했고, 2016년 페이톤 단종 이후에는 최근까지 전기차 ID.3를 생산해왔다.
드레스덴 공장 폐쇄는 지난해 10월 노사가 합의한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당시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노사는 독일 내 일자리를 3만5천개 이상 줄이기로 합의했다. 독일 직원 12만명의 약 30%에 달하는 규모다.
노사는 강제 정리해고 대신 퇴직 프로그램과 노령 근로시간 단축 등 '사회적으로 허용되는' 수단을 통해 인력을 감축하기로 했다.
폭스바겐은 비교적 소규모인 오스나브뤼크·드레스덴 공장에서 늦어도 2027년까지 생산을 중단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회사는 독일 내 생산능력이 연간 73만4천대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공장 부지는 드레스덴 공과대에 임대돼 인공지능(AI), 로보틱스, 반도체 연구를 위한 캠퍼스로 활용될 예정이다 된다. 폭스바겐은 드레스덴 공과대와 함께 향후 7년간 이 프로젝트에 5천만유로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재무 상황도 구조조정 배경으로 꼽힌다. 폭스바겐그룹은 올해 3분기 세후 기준 10억7천만 유로(약 1조9천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2020년 이후 처음으로 분기 적자에 빠졌다.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2.3% 증가했지만, 영업이익률은 작년 3분기 3.6%에서 올해 3분기 -1.6%로 떨어졌다. 전기차 비중 확대에 따른 낮은 수익성, 미국 관세, 포르쉐의 전기차 전략 수정에 따른 추가 비용이 실적을 끌어내렸다는 분석이다.
포르쉐는 배터리 생산 자회사를 청산하는 등 전기차 전략을 수정하느라 지난 3분기 9억7천만유로(약 1조7천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폭스바겐그룹은 포르쉐와 관련해 올해 47억유로(7조8천억원)의 추가 비용이 들었다고 했다.
시장 일각에선 현금흐름에 대한 압박이 계속될 것이라는 시각이 존재한다.
증권사 번스타인의 애널리스트 스티븐 라이트먼은 "2026년 현금흐름에 분명히 압박이 있을 것"이라며 내연기관차 수명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추가적인 신규 투자가 필요해진 가운데 폭스바겐이 광범위한 도전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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