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 주인공 최대치와 윤여옥의 애절한 이별 장면>
광복 80주년을 맞은 2025년 겨울, 한 편의 뮤지컬이 관객을 과거로 초대하고 있다. 무대 위에서 역사가 재현되는 것이 아니라, 관객 스스로가 그 시간 속으로 들어가는 경험.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는 지금, “올해 가장 깊게 마음을 흔든 작품”이라는 평가 속에 조용한 울림을 넓혀가고 있다.
서울 현충원 맞은편에 동작역 5번출구 앞, Converse Stage Arena ‘여명’. 이 작품이 선택한 공간부터 남다르다. 전통적인 객석과 무대를 벗어난 이동식 360도 공연장 안에서 관객은 자리에 앉아 있기보다, 배우와 함께 같은 공간을 걷고 숨 쉬며 역사의 순간을 마주한다. 공연은 시작과 동시에 관객에게 묻는다.
우리는 이 시간을 얼마나 가까이 기억하고 있는가
1991년 최고 시청률 58.4%를 기록한 국민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여명의 눈동자>는 일본군 강제징병과 위안부, 광복 이후의 혼란, 신탁통치, 제주 4·3까지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굴곡을 따라간다. 그러나 이 작품은 역사를 나열하지 않는다. 대신, 한 인물의 선택과 침묵, 흔들리는 눈빛을 통해 시대의 무게를 전한다.
“이건 보는 공연이 아니라, 견디는 시간이었다”
공연을 본 관객들의 반응은 하나같이 비슷하다.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공연이 끝났는데도 쉽게 자리에서 일어날 수 없었다”, “역사를 이렇게 가까이서 느껴본 건 처음이다.” 360도 구조의 무대는 관객을 ‘관람자’가 아닌 ‘증인’으로 만든다. 특히 여옥의 재판 장면에서 관객은 객석에 앉아 있는 것이 아니라, 마치 그 시대의 방청객이 된 듯한 감각을 경험한다.
배우와 눈을 마주치는 거리에서 울려 퍼지는 대사와 침묵은 설명보다 강하게 마음에 남는다. 공연이 끝난 뒤에도 여운은 오래 지속된다. “이 작품을 보고 나니 ‘광복’이라는 단어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는 관객의 말처럼, <여명의 눈동자>는 감상을 넘어 질문을 남긴다.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는 LED장치로 현실감 있게 무대를 연출했다는 평가다>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마주하는 대극장의 밀도
Converse Stage Arena ‘여명’은 무대와 객석의 거리가 약 2미터에 불과한 돔형 구조다. 배우의 떨리는 숨, 잠시 고개를 숙이는 순간까지도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대극장의 스케일과 소극장의 밀도가 동시에 존재하는 공간이다. 무대 바닥을 가득 채운 LED 연출은 전쟁터와 재판장, 제주 4·3의 현장을 시각적으로 구현하지만, 기술은 결코 앞서 나서지 않는다. 설명 대신 체감으로, 장치보다 감정으로 역사를 전달하는 데 집중한다.
화려함보다 진심으로 남는 작품
연말 대극장 공연이 쏟아지는 시즌 속에서도 <여명의 눈동자>가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분명하다. 화려한 기술이나 자극적인 연출보다, 배우의 연기와 음악, 그리고 이야기에 모든 힘을 싣고 있기 때문이다. 관객들은 “넘버 하나하나가 사건처럼 다가왔다”, “커튼콜에서 배우가 아니라, 그 인물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고 말한다. 이 작품이 남기는 것은 볼거리보다 감정의 잔상이다.
제작진은 “이번 무대는 과거를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광복 80주년을 살아가는 지금의 우리가 어떤 질문을 품어야 하는지를 함께 고민하는 과정”이라며 “기억에서 끝나지 않고 오늘을 돌아보게 하는 공연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360도로 펼쳐진 무대 한가운데서, 관객은 역사를 본 것이 아니라 잠시 그 안에 머물렀다. 그리고 그 경험은, 공연이 끝난 뒤에도 오래 마음에 남는다.
세계속의 K-뮤지컬로 주목받고 있는 <여명의 눈동자>는 IP로서 성공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이 공연은 2026년 1월 31일까지 관객앞에 선다.

<사진제공: (주)다래아>
한국경제TV 사업2부 정성식 PD
ssjeong@wowtv.co.kr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