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튜브 화면을 가득 메운 화려한 색감과 자극적인 이야기, 클릭 한 번이면 끝없이 재생되는 영상들 중 상당수가 인공지능(AI)이 만들어낸 '저질 콘텐츠', 일명 '슬롭(Slops)'인 것으로 드러났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7일(현지시간) 영상 편집 플랫폼 '카프윙'의 분석을 인용해 유튜브 알고리즘이 신규 사용자에게 추천하는 영상 5개 중 1개꼴로 AI 슬롭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카프윙은 전 세계 상위 100위권 유튜브 채널 1만5,000개를 조사한 결과 이 중 278개가 오롯이 AI로 제작된 저품질 영상만을 송출하는 것으로 확인했다.
이들 채널이 확보한 구독자는 모두 2억2,100만명에 달하고, 누적 조회수는 630억 회에 달한다. 추정 광고 수익은 연 1억1,700만 달러, 우리 돈 약 1,7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됐다.
카프윙 연구팀이 신규 계정을 만들어 실험한 결과 초기 추천 영상 500개 중 20%가 넘는 104개가 AI 슬롭이었다. 이 중 3분의 1은 줄거리나 맥락이 전혀 없는 자극 위주의 이른바 '뇌 썩음' 콘텐츠로 분류됐다.
AI가 저렴한 비용으로 대량의 영상을 만들어내는 슬롭은 이제 하나의 산업 형태로 자리 잡았다. 미국의 사전 출판사 메리엄웹스터가 올해의 단어로 '슬롭'을 선정할 만큼, 이 현상은 세계적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특히 이 콘텐츠들은 판단력이 약한 이용자, 특히 어린이들의 클릭을 노린다는 지적이 많다. 화려한 색감, 반복되는 소리, 자극적 구성이 주 특징이기 때문이다. 파키스탄의 한 채널은 '대홍수' 참사를 자극적으로 재구성해 13억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논란을 낳기도 했다.
슬롭은 제작비가 거의 들지 않아 저임금 국가에도 빠르게 확산 중이다. 인터넷 인프라가 잘 갖춰지고 인건비가 낮은 인도, 케냐, 나이지리아 등의 제작자들이 AI를 활용해 수익형 슬롭 영상을 대량 생산하고 있다.
이에 유튜브 등 글로벌 플랫폼의 책임 강화 요구도 커지고 있다. AI 슬롭이 디지털 생태계를 교란하고 정보의 질을 떨어뜨리는 만큼, 강력한 필터링 시스템과 광고 수익 제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유튜브 측은 "AI는 도구일 뿐이고, 고품질 콘텐츠와 저품질 콘텐츠를 만드는 데 동시에 사용될 수 있다"라며 "우리는 제작 방식과 관계없이 사용자들에게 고품질 콘텐츠를 연결해주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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