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셀 업체에서 시작된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정체)' 공포가 소재 업체로 번지고 있습니다.
엘앤에프에 이어 포스코퓨처엠까지 양극재 공급 계약이 한 주만에 15조원 가까이 증발했습니다.
배터리 업계의 계약 취소, 사업 철회가 잇따르는 원인 짚어 보겠습니다.
산업부 이지효 기자 나와 있습니다. 이 기자, 포스코퓨처엠은 한 10조가 날아간 겁니까?
<기자>
포스코퓨처엠은 2022년 제너럴모터스(GM)과 양극재 공급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2023년 1월부터 2025년 12월까지가 계약 기간이었고요. 규모는 당시 13조7,696억원이었죠.
그런데 계약 종료 시점에 보니까 총 공급한 게 2조8,111억원에 불과했던 겁니다.
말씀하신 대로 2년여 동안 약 10조원이 날아간 겁니다.
포스코퓨처엠은 주요 원재료인 리튬 가격이 폭락한 것을 원인으로 지목했습니다.

리튬 가격은 2025년 12월 31일 현재 1kg당 118위안입니다. 이것도 올해 들어서 많이 뛴 수치인데요.
문제가 됐던 계약 체결 당시인 2022년 7월에는 리튬 가격이 450위안 선까지 올라 왔습니다.
그리고 공급 시점인 2023년부터 서서히 내려가기 시작해서 지난해 6월에는 58위안 선까지 추락했고요.
양극재는 리튬으로 만들고요. 양극재를 팔 때도 리튬 가격과 연동해서 넘깁니다.
지금 상황에 대입하면 리튬이 비쌀 때 장기 공급 계약을 맺었고요. 재고를 확보해서 양극재를 만든 겁니다.
이후 양극재를 납품하는 시점에 리튬 가격이 떨어져 손해를 보고 팔게 된 겁니다.
<앵커>
배터리 셀 업체에 이어서 소재 업체까지 직격탄을 맞은 상황인데요.
이 정도면 전기차 캐즘 탓으로만 돌리기에도 문제가 있어 보이는데요. 경영진의 판단 미스 아닌가요.
<기자>
네, 그런데 한 회사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물론이고요. SK온도 충남 서산 배터리 3공장 증설을 미루기로 했고요.
엘앤에프는 테슬라와 맺은 3조8,347억원 규모의 양극재 계약이 973만원으로 줄었습니다.
SKC 역시 양극재 시장 진출을 아예 접기로 했습니다.
배터리 셀 업체나 소재 업체 입장에서는 완성차 업체와의 장기 계약이 있으니 어느 정도 안정성이 보장됐다고 생각을 한 거고요.
전기차 시장은 성장하고 있으니 생산능력(CAPA)을 공격적으로 확장한 겁니다.
공급 과잉은 해외 시장 개척이 어려운 중국의 문제로만 여겼거든요.
특히 중국을 배제하기 위한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수혜를 염두에 뒀습니다.
그런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때 만든 전기차 보조금을 지난해 10월 폐지해 버렸고요.
이게 안정성을 주는 장치가 아니라 변동성을 높이는 위협이 됐습니다.
IRA 자체가 공장을 가동하는 것보다 앞서 공장을 지었는지 여부를 보는 거잖아요.
공장을 다 지어놨는데 보조금이 없어지면서 미국 전기차 수요가 줄었고요.
배터리 밸류체인에서 갑인 완성차 업체가 발주를 취소해 셀 업체, 소재 업체의 계약도 날아가게 됐습니다.
<앵커>
그럼 현재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더 위험한 업체가 있습니까?
<기자>
전문가들은 한동안 전기차 캐즘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따라서 단일 고객이나 단일 사업에 의존된 구조를 가진 곳은 더 위험하다고 분석합니다.
쉽게 말해서 한 쪽이 흔들려도 다른 한 쪽이 막아줄 수 없어서입니다.
배터리 셀 업체의 경우 전기차의 부진을 에너지저장장치(ESS)가 막아줘야 합니다.

SK증권 자료에 따르면 올해부터 전기차 라인을 ESS 라인으로 돌리는 전환 작업이 본격화되는데요.
생산 능력이 가장 작은 곳이 SK온입니다. 지난해 기준으로는 케파가 없는데 당장 실적을 방어해 주기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양극재 업체 중에서는 엘앤에프가 특정 고객사의 매출 의존도가 상당합니다.

지난해 3분기만 해도 전체 매출의 98%가 고객사 단 두 곳에서 나왔고요. 가장 큰 곳의 비중이 87%에 달합니다.
이들 고객사와의 계약이 변경되거나 발주가 축소되면 충격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업계 전반이 '버티기'에 들어갔다며" "당분간 완성차 업체의 전기차 사업 속도 조절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앵커>
이 기자, 잘 들었습니다.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