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겨울 스키장을 찾은 이용객들은 입구에서부터 낯선 안내문을 마주한다. "헬멧 착용 의무화". 일부 리조트는 13세 미만 어린이뿐 아니라 슬로프 이용객 전원에게 헬멧 착용을 요구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선택 사항이었던 헬멧이 이제는 스노우 액티비티의 '기본 조건'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 헬멧 의무화, 리조트 전체로 확산
2024년 12월부터 시행된 13세 미만 헬멧 착용 의무화 이후, 주요 스키 리조트들은 자체적으로 착용 기준을 전 연령으로 확대하고 있다. 가족 단위 이용객이 늘면서 부모들도 자연스럽게 헬멧을 착용하게 됐고, 안전에 대한 인식 수준도 함께 높아졌다.
실제로 슬로프 하단에는 "전 연령 헬멧 착용 필수" 안내판이 설치돼 있으며, 헬멧을 착용하지 않은 경우 리프트 탑승을 제한하는 곳도 생겨나고 있다. 이제 스키장에서 헬멧은 권고가 아닌 '당연한 준비물'이 됐다.
▼ 보호를 넘어, '소통'이 필요해진 슬로프
헬멧 착용이 기본값이 되면서 새로운 니즈도 함께 생겨나고 있다. 바로 슬로프 위에서의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이다.
아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이용객은 넓은 슬로프에서 서로 다른 속도와 동선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초급자와 숙련자가 섞여 있거나, 아이가 중간에 멈춰 섰을 때 즉시 확인할 방법이 필요하다. 하지만 영하의 날씨에서 장갑을 벗고 스마트폰을 꺼내 연락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한 스키 강사는 "슬로프에서 발생하는 사고 중 상당수는 시야 확보나 즉각적인 의사 전달이 어려운 상황에서 생긴다"며 "특히 가족 단위로 온 경우, 서로의 위치와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단이 없어 불안해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연구소 양아정 연구교수는 "헬멧 의무화는 단순히 보호 장비 착용률을 높이는 것을 넘어, 안전에 대한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고 있다"며 "과거 안전이 '개인이 스스로를 보호하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서로 연결돼 있어야 안전하다'는 인식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양 교수는 "특히 가족 단위 액티비티에서는 물리적 보호 장비만큼이나 실시간 소통 수단이 중요한 안전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며 "스노우 스포츠처럼 환경적 제약이 큰 야외 활동에서는 핸즈프리 음성 커뮤니케이션 기술이 단순 편의성을 넘어 안전 인프라로 진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 "아직 시작 단계… 하지만 분명한 흐름"
일련의 상황을 무선 통신 솔루션 글로벌 기업 세나테크놀로지(대표 김태용)는 이러한 변화를 '스노우 커뮤니케이션 시장의 초기 단계'로 보고 있다.
세나테크놀로지 관계자는 "현재 모든 스키장에서 무선 메시(Mesh) 인터콤이 보편화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헬멧 착용이 기본이 되면서 가족·팀 단위 소통 수요가 서서히 생겨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노우 스포츠는 추위와 장비 특성상 스마트폰 조작이 불가능한 만큼, 직관적이고 즉각적인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안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며 "단순 보호 장비를 넘어, 현장에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기술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 레저를 넘어 안전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으로
세나는 최근 스노우 환경에 최적화된 래티튜드 에스2(Latitude S2)와 서밋 엑스(Summit X)를 출시하며, 스노우 액티비티 현장 소통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두 제품은 메시 인터콤(Mesh Intercom) 3.0 기술을 탑재해 인원 제한 없이 그룹 통신이 가능하며, 혹한과 강풍 속에서도 안정적인 음성 전달을 지원한다.
특히 헬멧, 고글, 배낭 등 기존 장비에 쉽게 장착할 수 있어 가족 단위 이용객이나 구조대원 등 다양한 환경에서 활용 가능하다는 점이 주목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헬멧 의무화와 가족 단위 고객 증가가 맞물리며, 스노우 액티비티 시장에서도 '보호'에서 '소통'으로 안전의 기준이 이동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스키 슬로프에서 헬멧이 기본이 된 지금, 다음 변화는 사람과 사람을 실시간으로 연결하는 커뮤니케이션 기술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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