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외환자금시장에서 달러 유동성이 넘쳐나고 있음에도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에 육박한 높은 수준을 이어가는 이례적인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현 상황이 다소 모순적이라면서도 "금융위기 가능성을 언급하는 건 과장된 우려"라며 과도한 공포감을 경계했다.
한은은 19일 윤경수 국제국장 명의로 블로그 글 '외화자금시장에 달러는 많은데 환율은 왜 오르는 것일까'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윤 국장은 현재 외환시장을 '풍요 속의 빈곤'에 비유했다. 달러를 빌리고 빌려주는 외화자금시장에서는 낮은 금리에도 달러를 공급하려는 주체가 많아 유동성이 풍부한 반면, 실제로 달러를 사고파는 현물환시장에서는 달러를 팔려는 움직임이 위축돼 환율이 상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이창용 총재가 "달러가 있는데 환율이 오를 것이라고 생각해 현물 시장에서 팔지 않고 대차 시장에서 빌려주려고만 하는게 문제"라며 "과거엔 대차와 현물 시장이 같이 갔는데, 지금은 달러가 풍부해 빌려만 주려고 하고 팔지는 않고 있다"고 지적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한은에 따르면 최근 외화자금시장에서 달러 자금은 매우 풍부하다.
현재 국내에서 원화를 빌릴 때 금리는 약 연 2.4%(3개월물 기준)로, 미국에서 달러를 빌릴 때 금리인 연 3.6%보다 낮다. 적어도 이 차이인 연 1.2%만큼은 이자를 줘야 스와프 거래가 형성될 수 있다.
특히 기축통화인 달러에 대해서는 국제적인 수요가 많아 금리차(1.2%) 이상의 프리미엄이 붙는다. 이 프리미엄에 해당하는 가산금리까지 더해져 산출되는 것이 '스왑레이트'다.
해당 가산금리는 외화자금시장 내에서 빌려주려는 달러가 빌리려는 수요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아지면 축소된다. 한은은 "최근 가산금리가 큰 폭으로 줄었는데, 이는 은행 등 금융기관 사이에서 달러를 빌리기가 매우 쉽다는 걸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외화자금시장 내 달러 공급 확대의 배경으로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 기업들의 외화예금 적립 확대, 외국인의 채권투자 증가, 정부의 외환건전성 규제 완화 조치 등을 꼽았다.
특히 지난해 11~12월에 환율이 하락할 때마다 수입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외화예금을 더 늘리는 행태가 나타났다. 환율 상승에 따른 수입대금 증가 가능성에 대비해 달러를 선제적으로 확보하려는 경향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반면, 달러를 실제로 사고파는 현물환시장에서는 정반대의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한은은 "원화 약세 심리에 기반한 달러 수요와 내국인의 해외증권투자로 현물시장에서 달러가 부족해졌다"고 분석했다.
실제 지난해 11월까지 경상수지는 1,018억 달러 흑자였으나, 같은 기간 거주자의 해외증권투자(1,294억 달러)와 직접투자(268억 달러)가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504억 달러)와 직접투자(63억 달러)를 압도했다.
특히 거주자의 해외증권투자는 약 80%가 주식이라 대부분 달러로 환전돼 해외로 나갔지만, 외국인의 증권투자는 절반 정도만 원화로 환전되는 채권 자금으로 유입되면서 현물 시장의 달러 매도가 제한적이었다..
한은은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는 외화예금으로 쌓이지만, 해외증권투자 자금은 현물환 시장에서 달러를 사서 빠져나가고 있다"며 "이로 인해 외화자금시장은 풍부한데, 현물환 시장에서는 달러가 부족한 구조가 형성됐다"고 했다.
이러한 수급 불균형은 지난해 4분기 이후 점차 심화됐고, 이에 따라 원·달러 환율과 달러화지수(DXY)간 괴리도 점차 확대됐다.
다만, 한은은 최근의 외환시장 상황이 과거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는 분명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외환, 금융위기는 근본적으로 대외지급능력이 약화돼 달러자금의 차입이 어려워질 때 발생하는 것인 만큼, 단지 환율이 높아졌다고 해서 과거 발생한 위기 가능성을 주장하는 건 전혀 타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한은은 "환율 상승이 곧 우리경제의 펀더멘털이 좋지 않은 것을 방증한다는 근거 없는 비관론의 확산은 자본유출과 환율상승 압력으로 이어져 우리 경제에 큰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장기적으로 펀더멘털 요인을 개선해 나가면서 단기적으로는 수급불균형을 완화해 환율에 대한 일방향의 기대 형성을 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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