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증시가 '불장'에 들어서자 빚을 내서라도 주식에 베팅하려는 '빚투'가 사상 최대 수준으로 늘어났다.
코스피 상승을 주도한 대형주를 중심으로 투자자들의 신용 매수세가 몰려 빚투 규모 확대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한국경제신문에 따르면 신융거래융자 잔액은 16일 기준 28조9,337억원으로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6월 말 20조원대에서 40% 가까이 급증한 수치다.
신용융자는 투자자가 증거금(보증금)을 내고 증권사로부터 주식 매수 자금을 빌리는 거래로 만기가 일반적으로 최장 180일 수준이다. 대표적인 레버리지 투자인 신용융자 잔액 규모는 증시에서 공격적인 개인투자자들의 빚투 열기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로 여겨진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대형 반도체주 중심의 강세가 이어지자 '빚을 내서라도 투자하자'는 추격 매수 심리가 신용거래 확대를 부추겼다고 보고 있다. 최근 6개월 동안 급등한 대형주를 중심으로 빚투 열기가 뜨거운데 올 들어 20% 넘게 주가가 뛴 삼성전자의 19일 기준(결제일) 신용잔액은 1조8,872억원이다. 지난해 6월 말 8340억원 대비 126% 급증한 수치다.
장기권 박스권에 있던 현대차 주가는 최근 재평가 국면에 들어섰다. 올 초 CES2026에서 차세대 휴머노이드 '아틀라스'를 공개하고 AI 로보틱스 전략을 제시한 뒤 시장에서는 피지컬 AI 전략에 대한 기대감이 나왔다. 작년 말 기준 2,857억원이던 신용잔액은 2주 만에 45% 불어난 4,144억원으로 급증했다. SK하이닉스 신용잔액 역시 같은 해 12월 투자경고종목 지정에 8,841억원까지 급감했지만 이달 19일 1조3,108억원으로 늘었다.
신용거래는 가진 돈보다 많은 자금을 동원해 단기 방향성에 베팅하는 경우가 많아 단기 주가 변동 폭을 키우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최악의 경우 반대매매를 걱정해야 하므로 손절매도 주기도 짧아진다. 이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우 장중 한때 3.5% 넘게 하락했다가 보합까지 오르는 큰 변동성을 나타냈지만 장 마감 때 똑같이 2.75% 떨어졌다.
코스피지수가 단기 과열 구면에 진입해 한동안 높은 변동성을 보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코스피지수 5,000까지 불과 110포인트가량 남겨둔 상황에서 신용거래가 크게 늘어 부정적 재료에 흔들리기 쉽다는 이유에서다.
증권가에서는 지수 변동성이 확대된 가운데 강세장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하에 전망치도 상향 조정하고 있다. 김재승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단기 급등에 대한 우려를 보이고 있지만 연속 상승장이 미래 약세장을 의미하진 않는다"며 "펀더멘털(기초체력)을 바탕으로 한 강세장이 지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일부 증권사는 연간 코스피 예상 밴드를 5,500선 이상으로 올려 잡았고, 5,900선까지 제시한 곳도 있다. 김경태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지수 상승에도 불구하고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10월 밴드 추정 시점 대비 낮아졌다"라며 "이익 증가분만으로 지수 상승이 정당화될 수 있는 구간에 진입했다"고 전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장보다 0.39% 내린 4885.75에 장을 마쳤다. 13거래일 만 하락 전환이다.
(사진=연합뉴스)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