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 당국의 차단 조치로 수주간 외부와 단절됐던 인터넷이 잠시 복구되면서 반정부 시위 진압 과정에서 벌어진 참혹한 상황이 추가로 외부에 전해졌다.
2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 해외 언론들은 인터넷이 아주 짧은 시간 다시 연결돼 이란 시민들이 가족과 지인에게 생존 사실을 알리고, 당국의 강경 진압 정황을 담은 영상과 사진, 증언을 전송했다고 보도했다.
이란 정부는 지난 1월 8일 시위가 격화되자 인터넷을 전면 차단한 뒤 강경 진압에 나섰다.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이란에서 새로 입수한 영상과 사진, 목격자 진술 등을 바탕으로 테헤란 북서부에 있는 도시 라슈트의 한 시장에서 치안 군경이 화재를 피해 시장을 밖으로 대피하려는 시위대 수십명에게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고 전했다.
이 시장에서는 화재 발생 며칠 전부터 상인들을 주축으로 한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었다.
WP는 라슈트 지역의 의료진 전언을 토대로 유혈 진압이 가장 심각했던 이틀 사이 이 도시의 병원 두 곳에서만 8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했다.
NYT도 이란 각지에서 올라온 영상을 토대로 보안군이 테헤란의 한 경찰서 지붕 위에서 6분 넘게 시위대를 향해 총격을 가했고, 카라지 외곽에서 수백명 규모의 시위대 행진을 겨냥해 실탄을 퍼부었다고 전했다.
테헤란의 한 병원에서 일하는 외과 의사는 영국 일간 가디언에 보낸 편지에서 "그날(유혈 진압이 시작된 날)과 그다음 날에도 총상과 심각한 외상을 입은 환자 수백명이 들어왔다"며 "밤이 깊어질수록 죽은 자를 세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희생자 수는 병원, 스태프, 인프라의 수용 능력을 완전히 넘어섰다"고 말했다.
유혈 진압 실태가 점차 드러나면서 사망자 규모를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다. 이란 당국은 지난 21일 시위 관련 사망자를 3천117명으로 발표했지만, 인권단체와 일부 언론은 최소 5천명 이상이 숨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 기반 인권운동가통신(HRANA)은 지난 23일을 기준으로 이미 5천명 이상의 사망을 확인했다면서 새로운 정보의 유입에 따라 1만7천명 이상이 추가로 숨졌을 가능성을 놓고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시사잡지 타임도 이날 인터넷판 기사에서 두 명의 이란 보건부 고위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이란 반정부 시위가 절정에 달했던 지난 8∼9일 이틀 사이에만 약 3만명이 사망했을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폐쇄된 인터넷이 잠시 열린 것을 두고 이란 정부가 향후 자국 내 인터넷을 특별히 허용된 이들만 사용하게 하는 제한적 방식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이란 문제에 초점을 둔 디지털 인권 단체 미안(Miaan)의 사이버 보안 전문가인 아미르 라시디는 "이번 접속 창구가 열린 것은 아마도 당국이 '화이트 리스트' 사용자들에게만 인터넷 접속을 허용하는 방식을 시험하는 과정의 결과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khkkim@wowtv.co.kr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