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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자본 전쟁 격화…구글, 270조 원 승부수 던졌다 [글로벌마켓 A/S]

김종학 기자

입력 2026-02-05 09:37   수정 2026-02-05 09:55



인공지능(AI) 기술 개발 경쟁으로 미국 뉴욕 주식시장에서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술 기업 주가가 연일 출렁이고 있다.

4일(현지시간)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올해(2026회계연도) 약 1,750억~1,850억 달러, 우리 돈 270조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설비투자 계획을 공개한 뒤 시간외 거래에서 한때 3% 가까이 주가가 하락했다. 구글의 올해 투자금액은 월가 전망치인 1,195억 달러보다 50% 이상 높은 금액이자, 초대형 기술기업 연간 자본지출 가운데 최고액이다.

이런 가운데 AMD는 이날 하루 17% 폭락하며 2018년 이후 최악의 하루를 보냈고, 퀄컴도 실적 발표 직후 시간 외에서 한때 10% 가까이 밀렸다. 이날 소프트웨어 섹터는 전날 폭락을 일부 회복했지만 호실적을 냈던 팔란티어가 10% 넘게 내리는 등 이틀째 혼란이 계속됐다. 앤스로픽이 지난주 공개한 법률 AI 도구가 소프트웨어 업계의 사업 모델을 위협하면서 관련 업체들의 시가총액은 연초 이후 1조 달러 가량 사라졌다.

◆ 구글 클라우드 48% 성장…"MS 애저 수년 만에 첫 추월"

알파벳의 2025회계연도 4분기 실적은 흠잡을 데가 없었다. 매출액은 1,138억 달러로 컨센서스(1,114억 달러)를 2% 상회했고, 주당순이익(EPS)은 2.82달러로 예상치 2.63달러를 7% 넘게 웃돌았다. 사업 부문별로 검색 매출은 전년 대비 17% 성장했고, 유튜브 광고는 기대치를 다소 밑돌았지만 전년대비 14% 늘어난 실적을 공개했다.

순다르 피차이 알파벳 최고경영자(CEO)는 컨퍼런스콜에서 "제미나이3가 하루에 처리하는 토큰 수가 제미나이 2.5 프로 대비 3배 증가했다"며 "AI로의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구글의 대화형 AI 서비스인 제미나이의 앱 월간 활성 사용자는 7억 5천만 명, 분당 처리하는 토큰은 100억 개 이상이다.

AI 인프라 경쟁의 핵심인 구글 클라우드는 4분기 매출 177억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48% 성장하며, 시장 예상치 35.2%를 크게 웃돌았다. 또한 클라우드 수주 잔고는 전분기 대비 55% 증가한 2,400억 달러로, 지난 한 해 동안 10억 달러 이상 규모의 대형 계약 건수가 직전 3년 합계를 넘어섰다. 이러한 실적에 대해 D.A.데이비슨의 길 루리아 애널리스트는 "수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크로소프트 애저보다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고 평가했다.

피차이 CEO는 "제미나이 기업형 유료 구독을 4개월 만에 800만 개 이상 판매했다"며 "상위 20개 SaaS 기업의 95%, 상위 100개 SaaS 기업의 80% 이상이 제미나이를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AI가 검색 사업을 잠식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애쉬케나지 CFO는 "단일 요인이 아니라 여러 부분을 통해 검색이 가속화하고 있다”며 “소매, 금융, 헬스케어를 중심으로 거의 모든 영역에서 규모를 키웠다”고 설명했다. 애쉬케나지는 이어 “AI 오버뷰와 AI 모드로 인한 잠식의 증거는 전혀 보지 못했다”며 "이전에는 수익화하기 어려웠던 더 길고 복잡한 검색에도 광고를 게재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사람들이 AI에게 더 길고 복잡한 질문을 던지기 시작하면서, 오히려 광고 인벤토리가 확대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 피차이 "컴퓨팅 용량 문제밤잠 설치게 해"

알파벳은 이러한 실적에도 올해 자본 투자(CapEx)를 약 1,750억~1,850억 달러로 제시했다. 이는 지난해 실제 지출(914.5억 달러)의 거의 두 배에 달한다. 우리나라 한 해 예산의 1/3 수준인 270조 원을 인프라 확장을 위해 쏟아붓겠다는 얘기다.

비스포크 인베스트먼트 그룹은 "알파벳이 올해 계획한 1,800억 달러는 S&P500 기업 중 59개를 제외한 나머지를 모두 인수할 수 있다"고 비유했다. 실제 알파벳이 공개한 이러한 투자액은 메타의 1,150억~1,350억 달러, 마이크로소프트의 800억 달러와 비교해도 압도적인 규모다.

애쉬케나지 CFO는 이번 투자 규모에 대해 “60%는 서버 등 기계 장비에, 40%가 데이터센터와 네트워킹 장비 같은 장기 자산에 투입한다”면서 "ML(머신러닝) 컴퓨팅의 50%가 클라우드 사업에 배분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트루이스트의 유세프 스칼리는 “초지능(AGI) 경쟁에서 뒤처질 수 없다는 두려움이 빅테크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피차이 CEO는 "우리는 10년 넘게 AI 퍼스트 전략을 추진해왔고, 텐서 프로세싱 유니(TPU)를 개발해왔다”며 “지금 이 순간 가장 큰 고민은 컴퓨팅 용량”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력, 토지, 공급망 제약에도 이 엄청난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어떻게 규모를 확장할 것인가가 과제"라고 토로했다.

구글은 자체 반도체인 TPU를 바탕으로 제미나이 서비스 비용을 지난해 약 78% 줄였다. 오픈AI가 엔비디아 등으로부터 10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추진하고, 일론 머스크의 xAI가 스페이스엑스와 합병하는 등 AI 업계의 자본 조달 경쟁도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AI 서비스 확장을 위한 인프라 투자를 유지하면서 비용을 줄여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구도다.



◆ 기대치 너무 높았다AMD, 하루 17% 폭락

한편 이날 구글 실적 발표 전 시장은 AMD가 공개한 약한 1분기 가이던스로 인해 반도체 종목에 대한 패닉 매도를 보였다.

전날 장 마감 후 실적을 발표한 AMD도 숫자로는 4분기 매출액 102.7억 달러로 컨센서스(96.7억 달러)를 6% 상회했고, EPS는 1.53달러로 예상치 1.32달러를 16% 넘게 웃돌았다.

엔비디아의 독주 속에 경쟁 핵심인 데이터센터 매출은 전년 대비 69% 급증한 38억 달러를 기록했다. AI 가속기 수요가 폭발하는 가운데 경쟁에 뒤쳐지지 않고 있다는 증거다

리사 수 CEO는 컨퍼런스콜에서 "AI는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빠르게 가속화되고 있다”며 “2025년 기록적인 매출과 순이익, 잉여 현금 흐름을 달성했다”고 말했다.

이어 리사 수는 “하이퍼스케일러들이 지난해 500개 이상 AMD 기반 인스턴스를 출시했다”며 “차세대 MI500 시리즈 개발도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러한 발언에도 AMD의 향후 수익에 대한 불안감을 잠재우지 못했다. AMD가 전날 제시한 1분기 매출 전망 98억 달러는 시장 컨센서스인 93.8억 달러보다 4% 이상 높았지만, 일부 애널리스트들이 기대한 100억 달러 이상의 잠재적 전망치에는 미치지 못했다.

번스타인의 스테이시 라스곤 애널리스트는 "중국향 매출을 제외하면 실적은 기대치 수준에 불과했다"고 평가했다. AMD는 4분기 중국향 MI308 칩 매출로 3.9억 달러를 기록했는데, 미국의 수출 규제 강화로 1분기 1억 달러 수준으로 급감할 전망이다. 진 후 AMD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재고 충당금 환입과 중국향 MI308 매출을 제외할 경우 매출총이익률은 약 55%”라며 공식 발표치 57% 마진이 일부 왜곡되었다는 우려를 남겼다.

이런 영향으로 AMD 주가는 이날 17% 폭락해 장중 200달러선을 내주는 등 2018년 이후 최악의 낙폭을 기록했다. 하반기 MI450 시리즈와 헬리오스 랙스케일 시스템 출시, 오픈AI와의 대규모 GPU 공급 계약 체결 등 호재에도 주가는 반등 없이 저점을 갈아치웠다. 시가총액 기준으로는 하루 만에 300억 달러 이상이 줄어 전세계 시총 순위 40위, 하루 만에 11계단 하락했다.



◆ ‘수요 좋다’는 Arm, -7%…“메모리 공급난” 퀄컴 -9%

이들 두 기업에 이어 반도체 핵심 기업인 Arm홀딩스와 퀄컴도 실적 발표 직후 시간외 거래에서 현지시간 오후 7시 현재 각각 7.8%대, 9%대 낙폭을 기록 중이다.

Arm홀딩스는 다음 분기 매출을 약 14억 7천만 달러로 컨센서스 평균을 넘어섰지만 블룸버그 등은 일부 전문가들이 기대한 15억 달러 매출을 넘지 못했다고 전했다. 르네 하스 최고경영자가 수요가 기대 이상이라고 밝혔지만, 위축된 투자심리가 더해져 주가는 추가 하락을 보이고 있다.

퀄컴은 2026회계연도 1분기 기준 매출액 114.5억 달러, 주당순이익(EPS) 3.26달러로 모두 예상을 상회했다. 그러나 2분기 가이던스가 매출액 102억 달러에서 110억 달러로 컨센서스를 약 4억 달러 가량 하회하며 매도세를 촉발했다.

크리스티아노 아몬 CEO는 컨퍼런스콜에서 "메모리가 모바일 시장의 규모를 결정하게 될 것입니다. 공급 제약이 소비자 가전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산업 전체의 문제”라고 해명했다.

AI 데이터센터용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메모리 3사는 제한된 생산 능력을 고마진 HBM에 집중하고 있다.

문제는 1GB 용량의 HBM 하나를 만드는 데 일반 DDR5의 3배 웨이퍼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AI 칩 수요가 폭발하면서 스마트폰과 PC용 일반 메모리 공급이 급감한 배경이다.

올해 공급 계약을 채운 이들 기업들이 수익성이 낮은 소비자 시장 대신 AI와 기업용 시장에 집중하면서 자연스레 엔비디아를 비롯한 기업들의 마진을 끌어내릴 가능성이 커졌다.

메모리 부족의 여파는 이미 소비자 가격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IDC에 따르면 DRAM 가격은 전년 대비 172% 폭등했다. IDC는 레노버, 델, HP 등 주요 PC 업체들이 하반기 PC 가격을 15~20% 인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AI가 반도체 생태계 전체를 재편하면서 생긴 구조적 병목으로 일반 메모리 부족은 2027~2028년까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한편 글로벌 소프트웨어 섹터의 하락세는 이틀째 이어졌다. 블랙록에서 운용하는 아이셰어즈 확장 기술-소프트웨어 상장지수펀드(iShares Expanded Tech-Software ETF, 티커명 IGV)는 이날도 1.82% 하락해 지난해 4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날 호실적으로 두 자릿수 급등했던 팔란티어가 하루 만에 11.6% 내렸고, 오라클은 5.17% 밀려 주당 150달러선이 깨졌다.

인튜이트, 팩트셋 등 일부 종목이 반등했지만, 시장 여전이 이어지고 있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공매도 거래를 집계한 S3 파트너스는 월가 헤지펀드들이 연초 이후 소프트웨어 주식 공매도로 240억 달러를 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주로 인한 시장의 하락이 깊어지는 가운데 미국 최대 제약업체인 일라이릴리는 이날 10.33% 급등하며 대조를 보였다. 비만 치료제 매출이 전년대비 2배 가량 늘어 4분기 매출액이 192억 9천만 달러, 조정 주당순이익 7.54달러로 컨센서스를 상회했다. 데이브 릭스 최고경영자는 “메디케어에서 비만과 당뇨 치료제에 대한 보험 적용을 확대해 투약 가능한 환자가 증가했다”며 올해 경구용 비만 치료제 출시 등으로 점유율을 늘려갈 것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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