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이 단순 입력 실수로 대규모 비트코인을 잘못 지급하는 ‘팻 핑거(fat finger)’ 사고를 냈다. 한 줄의 숫자 입력이 가상자산 시장을 흔들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란 지적이 나온다.
7일 빗썸에 따르면 빗썸은 지난 6일 고객 이벤트 과정에서 지급 단위를 ‘원’이 아닌 ‘비트코인’으로 잘못 입력해 총 62만 개의 비트코인을 이용자에게 지급했다. 실제 지급액은 62만 원 규모였으나, 단위 착오로 막대한 물량이 유통되며 일부 이용자가 즉시 매도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거래소 내 비트코인 가격은 8천만 원 후반대까지 급락했다. 당시 다른 거래소 비트코인 가격은 9천만원 초반대였다.
이는 2018년 삼성증권의 ‘팻 핑거’ 사고와 구조적으로 흡사하다. 당시 삼성증권은 우리사주 배당 과정에서 1주당 1천 원을 지급해야 할 금액을 직원이 잘못 입력해 1천 주를 배당했고, 일부 직원의 매도로 주가가 12% 이상 급락했다.
비슷한 ‘입력 사고’로 회사를 잃은 사례도 있다. 한맥투자증권은 2013년 12월 코스피200 옵션을 주문하는 과정에서 가격을 잘못 입력해 단 143초 만에 462억 원의 손실을 냈다. 거래 보류 요청이 거절돼 손실을 감당하지 못한 한맥은 결국 파산했고, 지난 10월 11년 만에 절차가 종결됐다. 해당 사건은 대표적 ‘팻 핑거’ 사고로 꼽히며 이후 거래소는 ‘호가 일괄 취소(킬 스위치)’ 등 위험통제 장치를 도입했다.
업계는 이번 빗썸 사태가 삼성증권이나 한맥투자증권 때처럼 경영 위기로 번질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비트코인은 발행 총량이 제한돼 있고, 오류로 지급된 코인 회수도 마무리됐기 때문이다. 다만 시스템 신뢰도 추락과 가격 변동에 따른 이용자 소송, 금융당국의 제재는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문제는 시점이다. 현재 국회에서는 디지털자산법을 논의 중인데, 이번 빗썸 사고가 업계 전반에 불리한 규제 기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금융당국도 경위 파악에 착수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고가 단순 입력 실수임에도 투자자 보호 미흡으로 해석되면, 법안 논의가 ‘감독 강화’ 위주로 쏠릴 수 있다”며 “결국 시장 자율성보다 통제 강화로 흐를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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