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앤트로픽이 내놓은 인공지능(AI) 도구가 기존 소프트웨어 산업을 뒤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미국 사모대출 시장에도 경고 신호가 켜졌다.
미국 경제 매체 CNBC는 8일(현지시간) AI 기술 확산이 사모대출 시장의 새로운 불확실성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문제의 출발점은 앤트로픽의 AI 도구 '클로드 코워크'다. 해당 기술이 기업용 소프트웨어를 대체할 가능성이 거론되자, 사모대출 펀드의 주요 차입자군인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사업 안정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이 같은 우려는 즉각 금융시장에 반영됐다. 지난주 소프트웨어 기업 주가가 전반적으로 급락한 가운데, 사모대출에 강점을 가진 운용사들의 주가도 일제히 하락했다. 아레스 매니지먼트 주가는 12.8% 떨어졌고, KKR는 9.7%, 블루아울 캐피털은 8.2%, TPG는 6.6% 각각 하락했다.
사모투자 전문 금융정보업체 피치북은 지난주 보고서를 통해 "기업용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2020년 이후 사모대출 펀드들이 선호해 온 섹터였다"며 역대 최대 규모의 유니트랜치 거래 상당수가 소프트웨어 및 기술 기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고 분석했다. 유니트랜치는 두 개 이상의 대출을 하나로 통합한 구조로, 사모대출 펀드들이 선호하는 대출 방식이다.
피치북 데이터에 따르면 소프트웨어 기업은 미국 사모대출 투자기구(BDC)가 보유한 대출 가운데 건수 기준 약 17%를 차지한다. 이는 '상업 서비스' 기업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비중이다. AI 도입 속도가 차입 기업들의 사업 전환이나 적응 속도를 앞지를 경우, 이러한 대출은 차입자에게 상당한 비용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UBS 그룹은 보다 공격적인 시나리오를 가정할 경우 미국 사모대출 시장의 부도율이 최대 13%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존스홉킨스대 경영대학원 금융학 수석 강사 제프리 훅은 "사모대출 상당 부분이 소프트웨어 기업에 제공되고 있다"며 "이들이 부진하기 시작하면 포트폴리오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사모대출 시장의 긴장 자체는 이미 존재해 왔다며, 유동성 부족과 대출 만기 연장 문제를 언급했다. 그는 "많은 사모대출 펀드가 대출을 청산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 왔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AI 관련 불확실성은 이미 압박을 받고 있던 3조달러 규모의 미국 사모대출 시장에 또 하나의 리스크 요인을 더한 셈이라는 평가다.
피치북 LCD의 미국 크레딧 리서치 책임자 케니 탕은 "AI로 인한 산업 변화가 사모대출 펀드의 신용 리스크가 될 수 있지만, AI 대응이 뒤처진 기업과 선도하는 기업에 따라 영향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소프트웨어 기업과 상업 서비스 기업들이 이자를 현금 대신 부채로 지급하는 방식인 '페이먼트인카인드'(PIK) 대출 비중이 가장 높은 섹터라고도 설명했다.
PIK 구조는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이 매출과 현금흐름을 구축할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 활용되지만, 차입 기업의 재무 상태가 악화할 경우 신용 문제가 될 수 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마크 잔디는 사모대출 시장의 특성상 불투명성이 크다며, AI 관련 차입 증가와 레버리지 확대, 낮은 정보 공개 수준이 상당한 '경고 신호'라고 지적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ddehg@wowtv.co.kr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