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식시장에서 지난해 4분기 대형 기관 투자자들이 기술주와 메모리 반도체 지분 투자를 이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17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를 통해 공개한 각 기관의 분기별 투자내역인 13F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테슬라를 제외한 주요 기술기업 지분을 늘린 반면,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는 애플 비중을 추가로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명 투자자 빌 애크먼과 데이비드 테퍼 등이 수십억 달러 규모를 들여 메타, 마이크론 지분을 늘렸고, 케빈 워시 차기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지명자가 파트너로 몸담았던 듀케인 패밀리오피스는 구글과 브라질 주식에 대한 노출을 늘렸다.
◆ 국민연금, 알파벳 더 담았다…버핏은 애플 지분 4.3% 축소
국민연금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13F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561개 종목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엔비디아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주요 기술 기업 비중이 상위에 올라 있다.
다만 매그니피센트7으로 불리는 대형 기술기업 가운데 테슬라 비중은 0.15%포인트 줄였고, 미국 최대 은행 JP모건도 0.77%포인트 덜어냈다. 국민연금은 같은 기간 미국 2위 유통 기업인 코스트코 약 7만 8천여 주와 게임 기업인 로블록스 79만 여주를 매도했다.
미국 최대 제약사인 일라이릴리,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비중은 각각 0.3% 안팎 늘렸고, 소파이, 로켓랩, 블룸에너지 등이 신규 편입 종목에 포함됐다.
한편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이 경영자로서 마지막 의사결정을 내린 버크셔 해서웨이의 지난해 4분기 공시에서는 애플 지분을 4.3% 추가로 덜고 보유 현금을 대폭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워런 버핏은 2024년 상반기에 보유하고 있던 애플 지분의 3분의 2를 대거 처분한 데 이어, 연속 정리에 나섰다. 버핏의 이번 결정은 차기 회장인 그렉 에이블의 취임을 앞두고 기존 투자 내역을 정리하려는 수순으로도 풀이된다.
이번 결정에도 버크셔 해서웨이가 보유한 애플 지분 가치는 약 619억 6천만 달러로 포트폴리오 최대 종목이다. 버크셔해서웨이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뱅크오브아메리카, 코카콜라, 쉐브론, 무디스, 옥시덴탈 페트롤리움, 처브 등을 핵심 포트폴리오로 보유하고 있다.
애플은 자체 AI 기술 부재 속에 지난해 연간 주가 상승률은 약 9%로 같은 기간 16% 넘게 오른 S&P500에 한참 뒤처졌다. 올해 들어서도 2.7% 가량 하락해 벤치마크 수익률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버크셔가 이번 13F를 통해 새로 공개한 투자 종목은 약 3억 5천만 달러 규모로 사들인 미디어 기업인 뉴욕타임스다. 뉴욕타임스는 1280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디지털 플랫폼을 바탕으로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대비 14% 성장하는 등 미디어 산업 내에서 안정적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4분기 공시는 버핏이 CEO 자리에서 물러나기 전 마지막 분기 보고서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올해 초 그렉 에이블 부회장이 CEO직을 승계했고, 투자 담당이던 토드 콤스는 지난해 12월 버크셔를 떠나 JP모건체이스로 자리를 옮겼다.

◆ 애크먼 "메타, 저평가"…테퍼의 아팔루사, 반도체 집중 투자
월가에서 공격적 행보로 주목 받아온 빌 애크먼의 퍼싱스퀘어 캐피털 매니지먼트는 지난해 4분기 메타플랫폼과 아마존을 대거 사들이고,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부동산 투자사 브룩필드와 차량 공유 플랫폼 우버 비중은 소폭 덜어냈다.
빌 애크먼은 지난해 평균 625달러에 메타 지분을 사들여 전체 포트폴리오의 약 11.4%, 20억 달러 상당을 투자하고 있다. 애크먼은 올해 초 투자자 연례 행사에서 "메타의 밸류에이션이 AI 잠재력에 비해 현저히 할인되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메타는 올해 최대 1350억 달러 규모의 자본지출을 예고해 여타 기술주와 함께 조정을 받고 있으며, 연초 대비 약 1% 소폭 하락 중이다. 이번 주가 하락으로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20배를 밑돌고 있다. 한편 메타는 이날 엔비디아와 수년간의 대규모 파트너십을 발표하고 블랙웰·루빈 GPU 수백만 개를 데이터센터에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퍼싱스퀘어는 아마존(14.3%)도 전 분기 대비 65% 가량 추가 매수했다. 기존 최대 보유 종목인 브룩필드(18.2%)와 우버 테크놀로지(15.9%)는 소폭 줄였고, 알파벳 C주(12.5%)는 유지한 반면, 알파벳 일반주(GOOGL)는 86% 줄였다. 퍼싱스퀘어의 포트폴리오 규모는 155억 3천만 달러로, 지난해 연간 순자산가치(NAV) 기준 20.9%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유명 투자자인 데이비드 테퍼의 아팔루사 매니지먼트는 중국에 대한 노출을 여전히 크게 유지하면서도 마이크론 등 메모리 반도체 업계에 대한 투자를 대폭 확대했다.
아팔루사는 지난해 4분기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보유 주식을 4배로 늘려 전체 포트폴리오의 6.3%까지 키웠다. 이번 13F 공시에서 밝힌 보유 주식 수는 150만 주, 지분 가치는 4억 2,811만 달러 상당에 달한다. AI 데이터센터용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폭발하며 지난해 229% 넘게 오른 마이크론을 막판에 추가 매수한 셈이다.
또한 아팔루사는 TSMC(보유 비중 5.0%), 마이크로소프트(3.5%)를 소폭 늘리고, 메타는 전 분기보다 60% 넘게 비중을 키워 포트폴리오의 5.8%를 투자하고 있다. 반면 엔비디아(보유 비중 4.6%)와 퀄컴(보유 비중 2.9%)은 8~10% 가량 비중을 덜어냈다.
기술주 포트폴리오 변화 속에 데이비드 테퍼는 2024년부터 지속해온 중국 ‘올인’ 전략도 수정했다. 알리바바를 전체 포트폴리오의 11%로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지만 징둥닷컴과 바이두 비중은 33~45% 줄였다.
◆ ‘케빈 워시’ 몸 담았던 듀케인, 금융·브라질 비중 늘렸다
30년간 단 한 해도 손실을 기록하지 않은 전설적 투자자 스탠리 드러켄밀러의 듀케인 패밀리 오피스는 올해 초 기술주 조정을 예견한 듯 금융 섹터 ETF를 대거 매수하는가 하면 전체 상장 종목에 균일한 가중치를 부여한 동일가중 ETF를 미리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13F 공시에서 듀케인 패밀리 오피스는 스테이트 스트리트 금융섹터 SPDR ETF(State Street Financial Sel Sec SPDR ETF, XLF) 3억 100만 달러어치를 새로 사들여 포트폴리오 비중 6.67%까지 늘렸고, 인베스코 S&P500 동일가중 ETF(Invesco S&P 500 Eql Wght ETF, RSP)도 2억2500만달러(5.0%) 규모로 새로 편입했다. 대형 기술주와 인공지능 기업 대신 시장 저변이 확장하는 구간을 노린 포석으로 읽힌다.
또 블랙록이 운용하는 아이셰어스 MSCI 브라질 ETF(iShares MSCI Brazil ETF, EWZ)를 콜옵션과 현물 합산 2억 4,700만 달러 규모로 신규 매수했다. 브라질은 금리 인하 사이클 진입과 원자재 가격 반등 기대가 겹치는 시장이다.
개별 종목 가운데 알파벳과 동남아 이커머스 플랫폼인 씨리미티드 비중을 늘렸고, 2021년 1분기부터 집중 투자했던 이커머스 기업 쿠팡도 비중을 대폭 확대했다. 드러켄밀러는 지난해 2분기 쿠팡에 대한 비중을 대폭 줄였으나, 이번 분기엔 전체 포트폴리오 3.54%까지 규모를 다시 늘렸다. 반면 헬스케어 섹터를 줄이고, TSMC, 나테라 등의 비중도 대폭 축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탠리 드러켄밀러는 트럼프 행정부 주요 인사들과 큰 접점을 가진 인물이다. 듀케인에서 2011년부터 파트너로 일해온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가 지난달 차기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으로 지명됐고,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드러켄밀러가 30여 년 전 소로스의 퀀텀 펀드 시절 직접 채용한 인물이다.
드러켄밀러는 케빈 워시 차기 의장 지명 직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를 통해 "이 자리에 그보다 적합한 사람은 지구상에 없다"며 신뢰를 드러내기도 했다.
한편 빌 앤 멀린다 게이츠 재단 트러스트는 버크셔 해서웨이 지분을 10.84% 추가로 줄여 전체 포트폴리오의 27% 수준으로 낮췄고,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한 보유 지분도 16% 축소했다.
타이거 글로벌 역시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브로드컴, 레딧 등 상위 투자 종목의 비중을 줄였다. 그린라이트 캐피털의 데이비드 아인혼은 지난 분기에도 빅테크나 AI 관련 종목을 한 종목도 담지 않았다. 아인혼은 이번 분기에는 미국 주택 산업 저평가 종목과 현재 인수 논의가 진행 중인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 등을 새로 사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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