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천일 '고통의 세월'…시간 멈춘 팽목항(종합)

입력 2017-01-08 18:07  

세월호 1천일 '고통의 세월'…시간 멈춘 팽목항(종합)

전국서 추모객 잇따라…유족 "아이들 잊지 말아달라"

(진도=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늦게 와서 죄송합니다. 1천일이 다가오지만, 끝까지 기억하고 함께하겠습니다."

세월호 참사 1천일을 하루 앞둔 8일 전남 진도군 팽목항은 겨울 날씨답지 않게 포근했지만, 유가족과 추모객의 가슴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종이학 1천 마리를 접으면 모든 소원이 이뤄진다'는 전설이 있을 정도로 아라비아 숫자 Ƈ천'은 희망과 소원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세월호 참사 1천일은 유가족에겐 고통의 나날, 추모객들에게는 비통의 시간이었다.

이날 하루 팽목항에는 5천여 명의 추모객이 찾아 아이들의 희생을 잊지 않을 것을 다짐했다.


광주에 사는 주부 정모씨는 "1천일이 다 되도록 아이들이 차가운 바닷속에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며 "아이를 둔 엄마로서 죄스러운 마음"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팽목항에 마련한 세월호 희생자 합동분향소 방명록에는 '늦어서 미안하고 영원히 기억하겠다'라는 글귀와 함께 여백은 두 방울 굵은 눈물로 젖어 있었다.

전국 각지에서 이날 팽목항 분향소를 찾은 추모객은 희생자 영정사진을 바라보며 눈물을 삼키고 고개를 떨궜다.

영정을 봉안한 분향소로 향하는 이들의 발걸음에서는 부딪히는 자갈 소리마저 염려하는 조심스러움이 묻어났다.

추모객 발길이 이어진 팽목항 방파제에는 단원고 희생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어하는 간절한 마음이 담긴 과자와 음료수 등이 석양에 물든 바다를 향해 놓여 있었다.

노란색 추모 리본은 시간이 지나면서 회색빛으로 바랜 채 나부꼈고,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새긴 펼침막은 군데군데 구멍이 났다.

2014년 4월 16일 이후로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 팽목항이지만, 그날의 모습을 변함없이 간직한 것이라곤 도도하게 흐르는 바다 물결뿐이었다.


경기도 성남시에서 대학생인 아들, 딸과 함께 온 A(51)씨 부부는 "팽목항을 처음 방문했다"며 "어른으로서, 뒤늦은 발걸음을 한 시민으로서 그저 미안한 마음뿐이다"고 마음속 진한 안타까움을 전했다.

고양시에서 아내와 7살 딸의 손을 잡고 팽목항을 찾은 B(40)씨는 "안산 합동분향소에 처음 갔을 때 그 많은 영정사진 중 하나도 똑바로 바라보지 못했다"며 "희생자들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했다.

세월호 희생자를 수습한 해경 함정이 정박했던 팽목항 부두 한쪽.

이곳을 지금도 지키고 있는 컨테이너 가건물 안에는 1천일을 하루같이, 하루를 1천일처럼 보낸 미수습자 가족이 모여 있었다.

단원고 실종자 조은화 양의 어머니 이금희씨, 허다윤 양의 어머니 박은미씨, 일반인 미수습자 권재근·혁규 부자의 형이자 큰아버지 권오복씨는 이날도 저무는 하루를 함께 이겨냈다.

마지막까지 남겨질 줄 모른 채 팽목항을 찾아왔던 이들은 1천여 일 전 그날을 생생하게 기억했다.


박은미씨는 "그때 사고 났다는 소식에 아이에게 갈아입힐 옷을 챙겨 다윤이 아빠 먼저 진도로 보냈는데 단원고 교문 앞에서 우연히 기자들이 나누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당시를 담담히 회상했다.

그는 "먼저 팽목항에 도착한 애 아빠가 '다윤이 이름이 생존자 명단에 없다'며 울더라. 꿈에서라도 안 되는 일이 현실에서 일어났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아직 실종자 가족인 이들은 바닷속 아이들이 잊히지 않도록, 304명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해달라는 간절한 마음을 전했다.

박씨는 "세월호가 안 올라오면 어떡하나, 올라왔을 때 우리 애가 없으면 어떡하나 두려움에서 보낸 1천일이다"며 "304명의 희생이 헛되지 않게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아이들을 잊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h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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