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치료비 위해 악기 팔자, 유산인 기타 선물하며 격려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말기 암을 앓고 있는 엄마의 치료비를 위해 자신이 아끼는 기타들을 모두 내다 판 태국의 젊은 여성 뮤지션.
이 애절한 소식을 듣고 젊은 시절 엄마로부터 물려받은 60~70년 된 클래식 기타를 기꺼이 내놓은 79살의 호주인 남성.
따뜻한 두 사람의 이야기가 잔잔한 화제가 되고 있다고 호주 공영 ABC방송이 7일 보도했다.
태국의 기타리스트인 아이린 프레찬비니트는 막 앨범을 내고 기분이 들떠있을 무렵 엄마가 말기 암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아이린은 "현대적 약물치료든 대체요법이든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했다"며 "의사에게는 가장 좋은 약들을 처방해 달라고 요구했다"라고 방송에 말했다. 그러나 치료비를 감당할 수 없었고, 가장 아끼는 물건들을 팔 수밖에 없었다.
아이린은 기타들마저 내다 팔기 시작하면서 최소 기타 하나는 남겨 두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결국 수중에는 하나도 남지 않게 됐다.
아이린의 슬픈 이야기는 어느 날 태국에 사는 호주인 레이 잉그램의 귀에 들어갔다.
잉그램은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클래식 기타를 갖고 있었다. 어드미라(Admira) 브랜드의 이 수제 기타는 1940년대 말 또는 1950년대에 독일인 엔리케 켈러가 자신의 스페인 공장에서 만든 것이다.
마침 잉그램으로서는 거의 치명적인 박테리아 감염으로 손가락 끝 부분들에 감각이 없어 기타를 연주할 수 없는 처지였다.
잉그램은 "매우 오래됐고, 어머니가 내가 아주 젊은 때 주신 것"이라며 기타와의 특별한 인연을 강조하면서도 "악기를 잃었다는 상실감을 이해할 수 있었고, 아이린이 내 기타를 좋아할 것으로 확신했다"라고 방송에 말했다.
잉그램이 기타를 선물한 다음 날 아이린의 엄마는 세상을 떠났다.
아이린은 잉그램을 만난 자리에서 "이것을 엄마가 주신 선물로 생각하고 있고, 잉그램에게 이것이 매우 중요한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라며 "음이 아주 아름답다"라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엄마를 간호한 경험으로 아이린의 생활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엄마를 돌본 의료진과 함께 암 환자를 위한 정보제공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으며, 말기 암 환자 돕기 자선콘서트도 계획하고 있다. 또 엄마와의 사연을 다룬 책도 펴낼 예정이다.
잉그램은 자신의 기타가 무대에서 연주되길 희망한다며 "매우 재능 있는 사람에게 기타가 전해져 어머니가 매우 기뻐해 하실 것"이라고 ABC 방송에 말했다.
cool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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