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동뮤지션 "사춘기가 중2병? 시작과 끝은 아무도 모르죠"

입력 2017-01-09 06:20   수정 2017-01-09 09:20

악동뮤지션 "사춘기가 중2병? 시작과 끝은 아무도 모르죠"

'사춘기 하' 앨범 발표…"우린 18년간 호흡, 척하면 척"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넌 지금 알프스야. 해발 고도 몇 m이지. 통기타를 하나 들고 있어. 뒤에 남자가 따라오는데 잘 생겼어. 그런데 네가 돌부리에 걸려서 넘어진 거야. 바로 그때의 감정을 떠올려봐."

오빠 이찬혁(21)은 '사춘기 하'(思春記 下) 앨범의 더블 타이틀곡 '리얼리티'를 녹음하면서 여동생 이수현(18)에게 이런 상황극을 주문했다. 가사에 맞는 감정을 표현하도록 '디렉션'을 준 것. 감수성이 풍부한 이수현은 그걸 또 천연덕스럽게 해냈다. 노래하며 애교도 부리고 설레는 듯 요들 같은 스캣(가사를 대신해 리드미컬하게 흥얼거리는 창법)도 더했다.

듀오 악동뮤지션(이찬혁, 이수현)의 새 앨범 '사춘기 하'는 18년간 한집에서 산 남매의 '호흡'이 경지에 오른 것을 보여준다.

최근 서울 마포구 합정동 YG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만난 이수현은 "녹음할 때 오빠에게 여기서는 어떤 감정이냐고 상황을 만들어달라고 한다"며 "경험해보지 못한 감정을 느끼는 게 재미있다"고 말했다.

"때론 오빠가 이상하게 '디렉션'을 줄 때도 있어요. '거친 파도처럼 노래해', '자갈밭 한가운데 숨어있는 게딱지라고 생각해'라고 하죠. 하하하."(이수현)

이찬혁이 만든 악동뮤지션의 음악은 이런 이상한 주문이 어울릴 정도로 독창적인 시선과 화법이 매력이다. 일상에서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봤을 상황, 그냥 지나칠 평범한 사물과 현상을 포착해 위트있게 풀어내며 공감을 끌어낸다. 이들이 앨범을 낼 때마다 음원차트 1위를 찍는 이유이다.

남매는 생각의 풍요로움을 선교사인 부모를 따라 초등학교 때부터 몽골에서 살며 홈스쿨링을 한 덕이라고 했다.

이수현은 "홈스쿨링을 해 여행도 자주 다니며 일상이 평화로웠다"며 "우리 또래가 학교와 학원 다니며 바쁠 때 풍경이나 사람을 보며 여유롭게 생각할 시간이 많았다"고 기억했다.




지난해부터 이들이 공들인 테마는 '생각에 봄이 깃드는 시기'인 '사춘기'다. 지난해 '사춘기 상' 앨범에서 통통 튀는 호기심, 상처에 강한 척하는 반항심 등 전형적인 사춘기의 특징을 에너지 넘치는 사운드에 녹였다면, '사춘기 하'에서는 상처가 아물고 살이 덮인 듯 성숙해진 감정을 한결 차분해진 느낌으로 풀어냈다.

이찬혁은 "사춘기가 언제 시작하고 끝나는지 아무도 모른다"며 "'중2병'이라고들 하는데 그 시기에 머리가 커지고 주관이 명확해지니 어른들의 세계와 안 맞는 부분이 생기는 것 같다. 자신의 꿈과 어른들의 '푸시' 사이에서 순수한 감정이 타협해야 하니 극복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충돌이 일어난다. 어른이 되고서도 비슷한 감정이 있지만 타협하고 무뎌진 후이다"라고 진지하게 말했다.

닮은 듯 너무 다른 남매의 사춘기는 어땠을까.

이찬혁은 "중2였는데 '내가 이상해졌다'는 느낌보다 나로 인해 가족이 힘들어하고 집안 분위기가 이상해지더라"며 "그래서 사춘기란 걸 알았다"고 웃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사춘기에 대한 동경이 있었어요. 질풍노도의 시기란 말처럼 이상한 생각을 하고 부모한테 대들고 가출도 한다던데 '내게 사춘기가 오면 노력해서 극복할 거야'라고 생각했죠. 그래선지 크게 오지 않았어요. 뒤늦게 사춘기를 크게 경험할 수 있다던데 전 다시 생각해요. '잘 참아야지'라고."(이수현)

이찬혁은 이번 앨범을 만들면서 유난히 힘들었다고 강조했다. 앨범 제목 탓인지 자신에게도 사춘기 같은 감정이 깃들어 인생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는 것이다.

마치 일기장처럼 태어난 순간부터 성장 과정을 회상하듯 곡을 배열한 것도 그런 이유이다.

캠코더에 담긴 어린 시절을 떠올린 '생방송', 이별의 아픔을 담은 더블 타이틀곡 '오랜 날 오랜 밤', 고달픈 이들을 위로하는 '집에 돌아오는 길'로 이어진다.

이수현은 "'오랜 날 오랜 밤'은 오빠가 여자 친구와 헤어지고 울면서 만든 곡으로 슬픈 상황을 알아 감정이입이 잘 됐다"며 "영화 '나의 소녀시대'를 생각하며 불렀다"고 했다.

"사람들이 저한테 물어보지도 않고 '모태 솔로'라고 생각해요. 전 자유로운 영혼이고 풍부한 경험의 소유자거든요. 하하. 절 아는 사람들은 제가 '나쁜 남자'란 걸 알죠.(이찬혁)




노랫말을 들여다보면 여러 대목에서 무릎을 치게 된다.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으로 통장 잔고를 확인할 때는 밝기를 최저로 해'('리얼리티'), '같은 값을 주고 산 똑같은 옷도 사람을 차별하는 건 불공평해'('못생긴 척'), '하루를 끝내고 한숨 쉬며 아침에게 빌린 희망을 다시 반품'('집에 돌아오는 길').

몇몇 곡들에선 다른 가수가 연상돼 흥미롭다.

'리얼리티'와 '못생긴 척'은 장기하와얼굴들, '그때 그 아이들'은 김동률, '유 노 미'(YOU KNOW ME)는 자우림의 김윤아, '생방송'은 자이언티가 불러도 손색없을 법하다.

이찬혁은 "장기하와얼굴들이 떠오른다면 난 성공한 것"이라며 "오마주처럼 선배들에게 곡을 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각기 다르게 만들었는데 수현이의 목소리가 들어가니 딱 악동뮤지션 노래가 되더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남매는 "이 정도로 만족했던 앨범은 없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힘들었지만 이번에도 즐거웠어요. 만약에 음악이 더는 즐겁지 않으면 안 할 거예요. 일이 되거나 누군가를 충족하려고 만든다면 우리가 처음 하고 싶던 음악이 아니니까요. 이걸 지켜야 팀명(樂童: 음악을 즐기는 아이들)처럼 뮤지션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이찬혁)

2014년 데뷔해 올해 4년 차가 된 둘은 이 기간 서로 다른 점을 새삼 깨달았다면서도 애틋했다.

이수현은 "태어나면서 18년간 호흡을 맞춘 오빠는 어린 내게 보호자"라고, 이찬혁은 "내가 딱딱한 물건이라고 하면 수현이는 나를 둘러싼 '뽁뽁이'"라고 웃었다.

mim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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