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이매진] 유럽 지붕 이고 선 스위스

입력 2017-02-09 08:01  

[연합이매진] 유럽 지붕 이고 선 스위스

내 나라 둘러보듯 천혜의 대자연 '알프스'를 만나다

(서울=연합뉴스) 전수영 기자 = 스위스는 내 나라 이곳저곳을 둘러보듯 편안한 마음으로 알프스라는 천혜의 대자연을 탐방할 수 있는 곳이다. 거미줄처럼 이어진 철도 등 편리한 대중교통 환승 체계는 환상적이다. 스위스연방철도청(SBB) 모바일 앱만으로도 스위스 전역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





"기차가 서지 않은 간이역에 키 작은 소나무 하나

기차가 지날 때마다 가만히 눈을 감는다.

남겨진 이야기만 뒹구는 역에 키 작은 소나무 하나

낮은 귀를 열고서 살며시 턱을 고인다."


1988년 나온 서정적인 국내 가요인 '기차와 소나무'(이규석) 노랫말 중 일부다. 스위스를 기차로 둘러보며 이 노래가 떠오른 건 우리와 다르면서도 비슷한 자연환경과 무수히 지나치는 간이역, 그리고 이야기가 있는 산과 중첩됐기 때문이다.

유럽의 지붕을 이고 선 작지만 강한 나라이자 알프스를 품고 있는 스위스의 매력을 수도 베른에서 찾아본다.



◇ 제임스 본드 007의 산(山) 쉴트호른(Schilthorn)





1962년부터 2015년까지 24편이 제작된 ‘제임스 본드 007시리즈’.

다니엘 크레이그 (2006~2015), 피어스 브로스넌 (1995~2002), 로저 무어 (1973~1985), 숀 코너리 (1962~1967, 1971, 1983) 등 당대의 미남 배우가 제임스 본드를 연기한 첩보 스릴러 영화다. 그중에 조지 라젠비(George Lazenby)가 본드로 나온 007시리즈 6탄 ‘여왕폐하 대작전’의 촬영지가 쉴트호른이다. 본드가 국제 범죄조직 스펙터 일당에게 쫓기는 스키 활강 총격전과 눈사태 신(scene)은 지금도 박진감 넘치는 스턴트 장면으로 꼽힌다. 정상에 지어진 파노라마 전망대와 레스토랑 ‘피츠 글로리아’는 그 유명세를 이어오고 있다. 특히 이곳 전망대에서는 스위스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산봉우리 아이거(Eiger)와 묀히(M?nch), 그리고 융프라우(Jungfrau)를 먼발치에서 감상할 수 있다.

애초에 영화 세트장으로 사용하기 위해 1967년에 지어진 뒤 50주년을 맞아 새롭게 재단장했다. 360도 회전 레스토랑인 피츠 글로리아는 주변 200여 개의 알프스 봉우리를 파노라마로 보여준다. 아래층의 전시공간인 ‘본드 월드(Bond World)’에서는 007시리즈 영화 속 다양한 장면을 불러 사진을 찍고, 헬리콥터와 봅슬레이 시뮬레이터를 이용해 쉴트호른 전망대에 착륙하거나 악당을 쫓아가며 총격전을 벌이는 등 다양한 즐길 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쉴트호른과 마을 뮈렌의 중간 기착지인 비르그(Birg)는 방문객들에게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하는 곳이다. 해발 2천677m 깎아지른 절벽 위 ‘스카이라인 워크 전망대’에서 융프라우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는 것은 기본이다. 전망대 아래로는 ‘스릴 워크(Thrill walk)' 체험길이 깎아지른 절벽에 걸쳐 있다. 지난해 3월부터 5개월에 걸쳐 설치된 너비 1.2m, 거리 약 200m의 말 그대로 절벽에 매달려 있는 산책길이다. 유리바닥(코스중 약 20m)을 통해 내려다보이는 까마득한 절벽 아래를 감상하며 걷고, 둥근 철망 터널(9m)을 기어가다 보면 하늘 위에 떠 있는 듯한 짜릿함을 경험하게 된다.

해발 2천970m의 쉴트호른 정상아래, 780m 높이의 가파른 절벽 위에 세워진 마을 뮈렌(M?rren, 1천639m).

쉴트호른의 베이스캠프 역할을 하는 뮈렌의 원주민은 먼 옛날 쉴트호른의 외곽 능선을 따라 이동해 마을을 일궜다고 한다. 알프스 산맥을 넘어온 사람들이 절벽 위의 요새와도 같은 곳에 마을을 세운 건 안전을 위한 것이 아니다. 그저 대자연의 아름다운 풍광 때문이었다는 알란 람세이(49) 쉴트호른 세일즈 매니저의 설명에 의심의 눈초리를 치켜세우면서도 척박한 곳에 터전을 잡아 아름답게 가꾸고 일군 주민들에게 경외심마저 든다.

뮈렌은 휘발유 차량 진입이 금지된 무공해 마을이다. 뮈렌 주변에는 200㎞ 이상의 하이킹 코스가 있어 고산식물을 감상하며 산책을 즐길 수 있다. 또 마을 옆 라우터브룬넨 계곡의 우뚝 솟은 낭떠러지 위에서는 매년 3천500여 명이 베이스 점핑(익스트림 스포츠의 하나로 지상에 있는 건물이나 절벽 등 높은 곳에서 낙하산으로 강하하는 스포츠)을 즐긴다고 한다. 그 가운데 연평균 3~4명의 사상자도 발생한다고 하니 그리 낭만적인 것만은 아니다.


▲ 찾아가기 = 베른 역을 출발해 툰(Thun) 호수를 감상하다 보면 인터라켄 동역에 도착한다. 곧바로 라우터브루넨(796m)행 기차로 갈아탄다. 라우터브루넨에서는 두 가지 코스가 있다. 첫 번째는 그뤼치알프(1천487m)까지 케이블카로 오른 후 등산 열차를 타면 뮈렌(1천639m)까지 20분 이내에 도착한다. 케이블카로 갈아타고 비르그(2천677m)를 거쳐 쉴트호른에 오른다. 두 번째는 141번 버스를 타고 슈테켈베르그(922m)에서 내려 케이블카를 이용해 김멜발트(1천400m), 비르그(2천677m)에서 2번 갈아타면 쉴트호른 정상에 오를 수 있다.






◇‘산들의 여왕’ 리기





스위스에서는 기차여행이 제격이다. 뚜벅이의 발걸음도 한계가 있다. 특히 신경망처럼 철도 등 대중교통이 도시와 마을, 다시 도시를 연결하는 스위스에서는 그렇다. 고속열차의 빠름도 필요 없다. 여행자를 제 시간에 원하는 곳에 내려주는 기차는 여유로운 여행을 즐기게 해준다.

이것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 리기(1천800m)산 정상으로의 열차 산행이다. 베른 역을 출발해 겨울 안갯속을 넘나드는 수채화 풍광을 따라가다 보면 1시간여 만에 루체른에 도착한다. 루체른은 로이스강을 가로질러 비스듬히 서 있는 카펠교와 빈사의 사자상이 유명한 곳이다. 루체른 중앙역 맞은편 선착장에서 유람선으로 갈아탄다.

고풍스러운 루체른 시를 배경으로 서서히 돌아 나서는 배 앞으로 산과 어우러진 호반의 정취가 아름답게 다가온다. 산등성이에 올망졸망 모여 앉은 마을과 배 꽁무니를 쫓는 갈매기의 군무에 취해 와인 한 잔을 마시다 보면 어느새 리기 산악열차 여행의 시발점인 비츠나우에 도착한다.

비츠나우-리기반 톱니바퀴 산악열차는 1871년 유럽에서 처음 만들어져 유명세를 타고 있다. 지난 145년 동안 묵묵히 산길을 지켜온 철길은 육중한 두 칸짜리 열차를 정상을 향해 밀어 올린다. 대략 45도 각도로 오르는 차창 밖으로 그만큼 기울어진 풍경이 스쳐 지나가고, ‘우와!’ 하는 탄성과 함께 관광객들은 너나없이 카메라와 휴대전화를 꺼내들어 차창 밖의 풍경을 담기에 여념이 없다.

멀리 호수에 내려앉은 안개와 초원의 목가적인 풍경은 탄성을 절로 부르는 진풍경이다. 현지인의 무심한 표정이 이채롭다. 대략 30분을 일정한 속도로 천천히 오르며 중간중간 마을 역에 방문객과 트레킹족을 내려준 열차는 드디어 꼭대기의 리기 쿨룸(1천750m)역에 사람들을 쏟아낸다.

알프스의 다른 산에 비해 낮지만, 전망이 아름다워 ‘산의 여왕’이라 불리는 명성이 전혀 아깝지 않다. 흔치 않은 360도의 파노라마 풍경이 여행객들을 반갑게 맞는다. 완만한 구릉 위 회색빛 송신탑이 우뚝 솟아있는 산 정상을 중심으로 호텔과 레스토랑이 단아하게 자리 잡고, 비탈길을 따라 완만한 구릉을 천천히 오르면 저 멀리 만년설을 뒤집어 쓴 알프스 산맥의 고봉준령(高峯峻嶺)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깎아지른 벼랑 아래로는 운해(雲海)에 잠긴 초원과 산림이 빼꼼히 민낯을 드러냈다 사라졌다를 반복한다.

배낭을 짊어진 연인들이 산 아래부터 걸어오는 모습도 눈에 띈다. 연인과 두 손을 꼭 잡고 초원을 트레킹하기 좋은 코스로는 리기-칼트바드에서 리기-샤이데그 코스를 추천한다. 약 3시간이 소요되며 정겨운 야생화와 초록 들판을 마음껏 즐기며 중간중간에 있는 산장 식당에서 미식여행을 즐기기도 좋다.

스위스 트레킹에 나서는 국내 여행객들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겨울상품 개발을 위해 현장 답사에 나선 국내 여행사 한 관계자의 귀띔이다. 내려오는 길에는 아르트 골다우행 기차를 탔다. 깎아지른 절벽과 터널을 지나 케이블카와 연결되는 간이역 등을 거쳐 느릿느릿 바퀴를 굴려 내려간다. 아르트 골다우 PB역에서 기차를 갈아타고 베른행에 몸을 실으면 어느새 하루 산행은 종착점을 향한다,



◇ 스위스 전국의 여행지로 통하는 '허브 도시' 베른







취리히, 제네바 등 대도시에 비해 스위스의 수도 베른은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도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위스의 수도를 묻는 말에 곰이라는 뜻을 지닌‘베른’이란 도시 이름을 쉽게 내뱉지 못한다. 시의 상징인 곰과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구시가지, 천재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일생을 엿볼 수 있는 작은 도시 베른은 스위스 전국의 여행지로 통하는 허브(hub) 도시다. 구시가 동쪽 끝 뉘데크 다리 옆의 곰 공원에서는 에메랄드 빛을 내는 아레강과 구시가지의 고즈넉한 풍경을 감상하기에 좋다.

더 높은 곳에서의 조망을 위해서는 공원 위쪽 언덕 위에 자리한 장미정원에 올라가자. 500년 전의 화재 뒤 구어텐산의 사암으로 재건된 구시가지는 도시 인구의 팽창과 더불어 3단계에 걸쳐 확장됐다. 확장 때마다 이전의 성벽을 허물지 않고 담벼락의 굴곡을 따라 개조해 지은 집들은 유연한 곡선미를 자랑한다.

베른역에서 시작해 서쪽 시계탑을 거쳐 뉘데크 다리 앞까지 이어지는 6㎞에 이르는 아치형 회랑의 석조 아케이드에서는 날씨에 상관없이 구시가지를 돌아보며 쇼핑을 즐길 수 있다. 아케이드 안쪽에 고급 브랜드 상점과 갤러리, 기념품점, 카페와 레스토랑 등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특히 아인슈타인이 1903년부터 1905년까지 머물렀던 크람가세 49번지는 아인슈타인 하우스와 카페가 자리하고 있다. 아인슈타인은 베른과 인연이 깊다. 1896년 17세의 나이로 취리히 공과대학 수학ㆍ물리교육학과에 입학해 공부한 뒤 1902년부터 베른에서 생활했다. 취리히에서 취직이 안 돼 생활고를 겪었던 것과는 달리, 친구의 도움으로 베른 연방 특허청에서 근무하면서 비로소 생활에 안정을 찾게 된다. 7년간 베른에서 지내며 결혼하고 아이를 낳았다. 특히 이곳에서 광양자설, 특수 상대성 이론 등 당대 물리학계를 깜짝 놀라게 한 혁신적인 논문을 발표했다.

2005년 베른역사박물관에서 열린 상대성이론 100주년 기념 전시회가 영구전시관으로 전환되면서 지금의‘아인슈타인 박물관’이 자리잡았다. 아인슈타인의 전 생애가 궁금하다면 꼭 둘러보는 것이 좋다. 그밖에 구시가지에서 매 시각 4분 전마다 종을 울리며 곰 인형 등이 공연을 펼치는 시계탑 지트글로게(Zytglogge), 스위스에서 가장 큰 성당인 베른 대성당, 이탈리아 건축가 렌조 피아노(Renzo Piano)가 지어 유명해진 파울 클레 센터 등 소소한 볼거리가 많다.



◇ 세계 최고 수준의 스위스 교통 환승 시스템

스위스의 철도교통 시스템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스위스를 처음 여행하는 사람도 혼자서 여행하는 데 전혀 불편함이 없을 정도다. SBB(스위스연방철도청) 모바일 앱을 통해 정확한 열차 운행 시간을 확인할 수 있다. 스위스는 약 2만6천㎞의 열차와 버스, 트램, 페리 노선을 갖추고 있다. 스위스 트래블 시스템은 이런 국영 교통망의 통합 운영 체계를 말한다.







▲ 스위스 트래블 패스(Swiss Travel Pass) = 2014년까지 발행된 스위스 패스(Swiss Pass)의 다른 이름이다. 모든 혜택은 예전과 동일 하지만, 유효 기간이 달라졌다. 3, 4, 8, 15일권 패스가 있다. 가격은 성인 1등석 기준 3일권 344CHF, 4일권 412CHF, 8일권 596CHF, 15일권 722CHF.

스위스 트래블 패스를 구입하면 열차와 연계 버스, 유람선, 트램 등 스위스 내 주요 도시의 공공 교통수단을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다. 빙하특급과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구간을 달리는 베르니나 특급도 예약비만 내면 무료다. 대부분의 산악 케이블카와 산악열차를 탈 때는 50% 할인혜택을 누릴 수 있다.

리기산 입장은 무료다. 75개 도시와 마을의 시내 교통편과 전국 480개 박물관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부모(1인도 가능)가 만 16세 미만 어린이를 동반할 경우 동일 혜택이 제공되는 패밀리 카드를 발급해 준다. 스위스만 여행한다면 유레일패스보다 스위스 패스가 여러모로 활용도가 높다. 스위스 트래블 패스는 레일유럽 웹사이트(www.raileurope.co.kr)와 국내 여행사에서 살 수 있다. 만 26세 미만이면 15% 할인된다.







▲ 스위스 트래블 패스 플렉스(Swiss Travel Pass Flex) = 1개월 내 3, 4, 8, 15일의 기간에 날짜를 선택해 이용할 수 있는 패스다. 교통수단 이용 전에 패스에 사용일을 기입해야 한다. 가격은 성인 1등석 기준 3일권 396CHF, 4일권 474CHF, 8일권 667CHF, 15일권 793CHF. 2015년부터 2명 이상 동행할 경우 할인혜택을 주던 세이버(Saver) 패스는 없어졌다.

이밖에 두 목적지를 왕복할 수 있는 트랜스퍼 티켓(Swiss Transfer Ticket), 한 달간 대중교통요금의 50%를 할인해 주는 하프 페어 카드(Swiss Half Fare Card)가 있다.



※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17년 2월호 [트래블] 코너에 실린 글입니다.

swimer@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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