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민주화 물결' 도화선 된 박종철 열사 30주기

입력 2017-01-11 05:15   수정 2017-01-11 08:32

ྌ년대 민주화 물결' 도화선 된 박종철 열사 30주기

"한국 민주주의, 커다란 한 획…계속 성숙 단계를 밟고 있어"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1987년 6월의 민주주의는 시민이 흘린 피를 통해 실현됐다.

그 도화선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해 1월 14일 서울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조사를 받던 서울대 3학년 박종철군이 숨졌다.

경찰이 불법 체포한 스물두 살 청년의 몸이 싸늘하게 식어 버린 것이다.

당시 경찰은 어이없게도 "책상을 탁 치니 억하고 쓰러졌다"고 사망원인을 발표했다.


그의 사망원인을 은폐하기 위해 단순 쇼크사로 몰아간 것이다.

하지만 언론과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이 그의 사인을 놓고 밝혀낸 진실은 참담하기만 했다.

10시간에 걸친 잔인한 물고문과 전기고문.

경찰의 고문으로 열혈청년이 숨졌다는 사실은 군부독재 정권의 탄압에 숨죽이고 있던 국민을 분노하게 했다.

그해 2∼3월 열린 '박종철군 범국민추도식' '박종철군 49재와 고문추방 국민대행진'은 6월까지 이어졌다.

ƌ·10항쟁' 하루 전날인 6월 9일 연세대 앞에서 시위에 참여했던 이한열군이 경찰이 쏜 최루탄을 맞고 끝내 숨졌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과 이 사건은 불길처럼 타오른 6월 민주항쟁의 기폭제가 됐다.

전국 33개 도시에서 100만 명의 시민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결국, 국민의 힘으로 대통령 직선제가 실현됐고, 대한민국은 군부정권이던 5공화국을 뒤로하고 6공화국으로 넘어갔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권위주의 체제를 무너뜨리고 '절차적 민주주의'가 확립된 순간"이라면서 "박종철 열사 사건은 한국의 민주주의에 커다란 한 획을 그었다"고 평가했다.

한국의 민주주의가 이때부터 성숙의 단계로 나아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로부터 30년 뒤 시민들은 다시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시민들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1조 2항을 곱씹으며 다시 한 번 '민주주의'를 외치고 나섰다.

현택수 한국사회문제연구원장은 "한국의 민주주의는 절차적 민주주의 확립 이후 계속 성숙의 단계를 밟아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 상황은 절차적 민주주의가 자리를 잡은 이후에도 남아있는 권위주의의 잔재나 블랙리스트로 대변되는 표현의 자유·인권 침해 등 사회의 적폐를 해소하고 실질적 민주주의로 나아가려는 움직임"이라고 진단했다.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성숙했음은 부정에 맞서는 시민들의 태도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피를 머금은 저항 대신 비폭력과 평화, 질서를 상징하는 촛불이 민주주의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6월 항쟁 때 국민운동 부산본부 사무국장을 맡았던 고호석(60)씨는 "그때는 돌멩이 피하고, 소위 '××탄'이라 불리던 특수 최루탄과 '백골단(시위 진압에 나섰던 사복 경찰)'을 피해 다니며 숨진 열사들을 위해 '살아남은 자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피맺힌 투쟁의 연속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반면 박근혜 대통령 탄핵 촉구 촛불시위에 다섯 차례 참가한 최성필(32)씨는 "집회 현장은 콘서트장이나 문화축제에 온 것 같은 분위기 속에 우리의 주장을 말하고, 민주주의가 삶 속에 공기처럼 녹아들게 하자고 스스로 다짐하는 장소"라고 말했다.


그는 "100만 명이 모여도 연행자나 사고가 없는, 세계가 놀란 시위문화가 한국 민주주의 현주소"라고 강조했다.

현택수 원장은 "여론 통합속도가 확연하게 빨라졌고, 집회를 이끄는 사람도 시민단체가 아니라 일반 국민이었으며, 대통령 하야를 주장하는 것을 넘어 구체적인 정책에 대한 비판들도 함께 쏟아내는 모습이 예전과는 달라진 시민들의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read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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