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에게 묻다> 유방암 병기(病期)가 달라진다

입력 2017-01-11 07:00  

<명의에게 묻다> 유방암 병기(病期)가 달라진다

기존 병기 분류법에 암 특성인자 도입해 예후 예측에 유리

(서울=연합뉴스) 박우찬 서울성모병원 암병원 유방암센터 교수 = 2017년 새해를 맞아 암과 사투를 벌이는 환자와 이를 극복하고자 노력 중인 의료진에게 큰 변화가 시작됐다.

미국암연합위원회(American Joint Committee for Cancer, AJCC)가 지난해 새로운 암병기(癌病期) 분류법(8차 개정판)을 내놨기 때문이다. 이 위원회의 암병기 분류법은 통상 전 세계적으로 사용된다. 미국에서는 1년 동안 준비 기간을 거쳐 내년 1월부터 이번 개정판을 실제 임상 진료에 적용하기로 했다. 개정된 암병기 분류법은 환자의 개별 특성을 반영해 병의 예후 예측성을 높인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유방암을 포함한 모든 암에서 병기를 정하는 주된 이유는 병기에 따라 보다 정확하게 암의 예후를 예측하고 적절한 치료를 하기 위해서다.

지금까지 유방암 병기는 암 진단 후 수술과정에서 잘라낸 조직을 검사해 암세포가 얼마나 멀리 퍼져 나갔는지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정해졌다. 세부 기준은 ▲ 암종의 크기가 얼마나 큰지 ▲ 암세포가 림프절에 얼마나 퍼져 있는지 ▲ 다른 장기로 전이됐는지 등으로 이를 종합해 병기를 최종적으로 결정했다.

1940년대에 고안된 이 방식은 1959년 미국암연합위원회가 설립된 이후 널리 사용됐다. 과거에는 검사법이 발달하지 않아 환자가 증상을 느껴야 발견되는 암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기존 병기법으로도 예후를 예측하는 데 별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진단검사법이 발달해 증상이 없는데도 검사만으로 초기 암을 발견하는 환자가 많아지면서 과거 방식으로는 정확한 예후를 예측하기 어렵게 됐다. 암의 특성에 따라 예후가 달라지기 때문에 같은 유방암 1기라도 어떤 환자는 치료 후에도 암이 쉽게 재발하는 문제가 나타났다. 기존 방식을 보완한 암 병기체계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 수 십 년간 수많은 유방암 연구와 임상시험을 거치면서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유방암의 예후를 예측할 수 있는 인자가 상당 부분 밝혀졌다. 이런 인자들은 이미 진료 현장에서 일부가 적용되고 있지만, 병기 결정에는 사용할 수 없어 병기분류법이 실제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있었다. 미국암연합위원회가 8차 개정판을 내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개정된 유방암 병기체계에는 기존 방식에 예후를 예측할 수 있는 특성 인자가 도입됐다. 특성 인자는 총 4개로 종양의 조직분화 정도를 비롯해 종양에서 발현되는 단백질 중 여성호르몬 수용체인 에스트로겐 수용체(ER), 프로게스테론 수용체(PR), 인체상피성장인자 수용체(HER2)가 들어갔다.

이런 결정은 미국의 국가암데이터베이스(National Cancer Data Base)를 이용해 20만명 이상의 유방암 환자를 분석한 자료에 근거를 뒀다. 새 병기체계와 과거 체계를 비교해보면 약 40% 환자에서 병기가 변경됐고 암의 예후도 달라졌다. 이는 병기 변화에 따라 적절한 치료법도 달라져야 한다는 의미다.

미국암연합위원회는 4가지 예후 예측 인자 검사가 불가능한 국가는 기존 방식을 그대로 사용하도록 권하고 있지만, 예측 인자 검사가 가능한 국가는 새로운 방식으로 병기를 결정해 임상에 적용하도록 권하고 있다.

국내 대부분 의료기관은 유방암의 진단과 수술 후 시행하는 병리검사에 4가지 예후 예측 인자 검사를 포함하고 있어 새로운 병기체계가 도입되는 데 문제는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제한점도 있다.

새 병기체계는 호르몬 수용체(ER·PR)가 양성이고, 인체상피성장인자 수용체(HER2)가 음성인 초기 유방암의 경우 유전자검사로 재발 여부를 예측한 뒤 항암치료 여부를 결정하도록 권하고 있다.

하지만 이 유전자 검사법은 아직 국내에서는 시행되지 않고 있어 외국의 기술에 의존해야 한다. 비용 문제를 비롯해 국내 환자를 대상으로 검증이 이뤄지지 않아 국내에는 당장 적용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하지만 새로운 병기체계가 도입된다면 보다 정확하게 환자의 예후를 예측해 불필요한 치료가 줄고 적절한 치료법이 적용돼 치료 결과뿐만 아니라 환자의 삶의 질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 박우찬 교수는 1988년 가톨릭의대를 졸업한 뒤 이 대학에서 외과학 석사 및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노스웨스턴대학 암센터에서 연수하면서 유방암 내분비치료 내성을 주제로 연구했다. 여의도성모병원 외과 과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서울성모병원 유방갑상선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한국유방암학회에서 외과 상임이사를 맡고 있다.

박 교수는 유방암 분야의 권위자로 꼽힌다. 연구활동도 활발하다. 한국유방암학회와 대한갑상선학회가 주는 학술상을 받았다. 유방암·갑상선암 수술과 내분비치료 분야에서 기초 및 임상 연구 논문을 다수 국내외 학술지에 발표했다.

bi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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