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또 '反과학정책'…"백신회의론자에 백신안전위 맡아달라"

입력 2017-01-11 11:28  

트럼프 또 '反과학정책'…"백신회의론자에 백신안전위 맡아달라"

백신회의론자 변호사 "내게 위원장 맡으라 요청…"대변인 결정된 건 아냐"

(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기존의 질병 예방 정책을 완전히 뒤엎을 수 있는 방안을 추진 중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11일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로버트 케네디 2세 변호사는 트럼프 당선인이 대통령에 취임하면 '백신 안전 및 과학적 진실 위원회'를 정부 내에 신설할 것이라며 자신에게 위원장을 맡아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케네디 2세는 10일(현지시간) 뉴욕 트럼프 타워 건물 로비에서 기자들에게 "트럼프 당선이 오늘 만나자고 해 여기에 왔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은 현행 백신 정책에 대해 약간 회의적이며 몇몇 의문을 갖고 있다"면서 "그의 의견은 중요하지 않지만 과학은 중요하다, 우리는 과학을 읽고 논쟁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트럼프도 나처럼 백신 접종을 지지하고 있긴 하지만 우리의 백신이 실제 가능한 만큼 안전하다는 점을 모든 사람이 확신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케네디 2세는 강력한 백신 회의론자로서 자녀에게 접종하기를 원하지 않는 부모에겐 접종 의무를 면제해줘야 한다는 운동의 선봉에 서왔다.

이에 대해 트럼프 당선인 인수위 대변인은 "현재로선 위원회 설치를 검토 중이며 아직 결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고 NBC 방송은 전했다.

그러나 보건의료 전문가들은 백신의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해온 트럼프 당선자가 실제로 관련 정책을 차기 정부에서 실행하기 위한 구체적 움직임이 포착된 것에 우려하고 있다.

기후변화 연구결과를 비판하며 온실가스 협약을 탈퇴할 것이라고 공언한 트럼프가 백신과 관련해서도 비(非)과학적 또는 반(反)과학적 정책을 실제 밀어붙일 수 있다는 것이다.

베일러의과대학 국립열대의학원 원장이자 새빈백신연구소 소장인 피터 호티즈는 "경악할 일이다. 자격이 부족한 사람이 백신 과학을 다루는 위원회에서 일하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과학은 분명하다. 백신과 자폐증은 무관하다는 증거들은 엄청나게 많다"면서 "다시 퍼지고 있는 백신 반대운동이 즉각 중단되지 않으면 이 나라의 보건의료가 고통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내에서는 '백신이 자폐증을 일으킨다'며 자녀에게 백신을 맞히지 말자는 운동이 상당히 퍼져 있으나 전문가들은 이런 주장은 전혀 과학적 근거가 없는 엉터리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는 "의사들이 거짓말을 한다. 백신은 의사가 초래한 자폐증의 원인"이라고 발언해왔다. 2015년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 토론회에선 "2살배기 아기가 백신을 맞고 온 뒤 고열과 질병에 시달리다 결국 자폐아가 되는 등 부작용 사례가 많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 참여자 중 한 명이자 트럼프 정부의 주택장관으로 내정된 신경외과의사 벤저민 카슨은 당시 "백신과 자폐증은 무관하다는 훌륭한 과학적 증거들이 있다"고 반박한 바 있다.

트럼프는 이후 발언 수위를 낮추긴 했지만 "지금보다 적은 양을 2~3년 장기간에 걸쳐 접종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미국소아과학회 등 보건의료계는 '전혀 의학적 근거가 없다"며 강력 비판했다.

케네디 2세는 심지어 백신 접종이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대학살)와 같은 일이라면서 "정부, 과학자, 기자, 제약회사 등이 대중에게 진실을 감추기 위해 결탁했다"고까지 주장한 바 있다.






◇ 백신과 자폐증 관련 논란 = 백신이 자폐증과 관련 있다는 주장이 확산된 것은 1998년 권위 있는 의학 학술지 랜싯에 한 논문이 실리면서부터다.

앤드류 웨이크 필드 박사 팀은 홍역·볼거리·풍진(MMR) 백신이 자폐증 발생과 관련 있다는 연구논문을 실었다.

이 연구는 대상자가 12명에 불과하고 결론도 무리한 추측성이어서 학계에선 무시됐으나 일부 유명 인사들이 백신 비판 및 거부 운동에 동참하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이후 연구결과가 사기임이 드러났다. 백신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사람의 변호인에게서 돈을 받고 만든 논문이라는 것이다.

2010년 랜싯은 이 논문을 철회했고, 필드는 의사 면허를 박탈당하고 의료계에서 사실상 추방됐다.

이후 9만6천여 명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역학 조사 등 수많은 연구에서 적어도 백신과 자폐증 관계가 드러난 건 없었다.

세계보건기구나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도 마찬가지 입장이지만 여전히 백신-자폐증 원인론을 신봉하거나 동조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choib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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