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 교수가 세계 공용어 에스페란토에 빠진 이유는

입력 2017-01-15 08:41   수정 2017-01-15 09:31

중국어 교수가 세계 공용어 에스페란토에 빠진 이유는

"세계 공용어 '에스페란토'로 희망 나누고 싶어요"

정년퇴임 앞둔 '에스페란토 전도사' 한국외대 이영구 교수

(서울=연합뉴스) 채새롬 기자 = "내 인생에서 에스페란토가 준 것이 너무 많아서 인생 2막에서 할 일을 꼽자면 주저 없이 에스페란토를 선택하겠습니다."

15일 서울 한국외대 연구실에서 만난 이영구(65) 중국어과 교수는 "모두가 마음 터놓고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할 곳을 항상 갈구해왔다"며 "학생 때부터 에스페란토에 빠져 지금까지 오게 된 이유"라고 웃었다.


에스페란토는 자국민끼리는 모국어를 쓰고 외국인끼리는 하나의 공통어를 쓰자는 취지의 '1민족 2언어'를 주장하는 이들이 사용하는 인공 언어다. 전 세계적으로 약 200만명이, 국내에서는 1만명 내외가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수는 국내 에스페란토 전도사이다. 그가 지금까지 현대 중국문학을 전공·연구하는데 가장 도움이 된 '도구'도 1986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에스페란토대회 당시 얻은 것이다. 바로 중국어 사전이다.

이 교수는 "같은 에스페란토대회에 참석한 사람으로부터 중국어 사전을 선물로 받았다"며 "중국을 중공이라 부르던 엄혹한 시절 무슨 용기를 냈는지 종이에 싸서 그 사전을 숨겨왔다"고 회상했다.

이어 "한국은 중국과 교류가 없을 때라 중국어 사전을 구하기 어려웠는데 이 사전을 가져와 공부하는 데 얼마나 큰 도움이 됐는지 모른다"며 웃었다.

1900∼1920년 사이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은 에스페란토는 우리나라에서도 벽초 홍명희 선생, '나비박사' 석주명 선생 등이 사용한 언어로도 유명하다.

그는 "식민지 지식인들이 출신 국가가 중요치 않은 에스페란토를 사용하며 나라 잃은 설움을 잊었다"며 "에스페란토가 평화를 주창하는 언어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에서도 각 나라의 패권을 따지고 언어의 쓸모를 따지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그는 자연스레 전공인 중국 역사 속 지식인들로 화제를 옮겨갔다.

중국 역사에서 지식인의 길이라는 것은 '사람의 도리'를 잊지 않는 것이다.

송나라의 범증엄은 국가를 위해 걱정하고 그다음에 본인의 개인적인 즐거움을 찾았다. 초나라 굴원은 우국정신을 강조했다.

명나라 때 황제의 권력을 이용해 국정을 농락하며 백성을 착취하던 8명의 환관은 능지처참을 당했다. 국정농단 사태에서 문고리 권력의 문제점은 이미 오랜 역사 속에서 교훈을 주는 셈이다.

이 교수는 "역사와 문학을 통해 본분을 망각하고 제왕의 일을 넘나든 환관의 꼴을 알 수 있다"며 "요즘 문제가 되는 사람들 역시 역사와 문학을 잊지 않았으면 자신을 단속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36년간 몸담은 캠퍼스를 떠나지만, 그의 남은 인생 계획을 에스페란토를 나누는 것으로 가득 채워놓았다.

다음 학기에도 교양과목으로 '에스페란토의 이해'를 강의하고, 올해 7월에 외대에서 열릴 세계에스페란토대회를 한국에스페란토협회장으로서 준비하고 있다. 통일부에는 세계 각지의 참가자들이 기차를 타고서 서울로 들어올 수 있게끔 해달라는 요청을 보냈다.

이 교수는 에스페란토가 곧 '희망'이라고 믿는다.

"에스페란토의 뜻이 '희망하는 사람'입니다. 이 뜻처럼 많은 사람에게 희망을 전파하고 싶습니다."

srch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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