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출신 이순원이 '사실에 가깝게' 복원한 신사임당

입력 2017-01-16 08:20  

강릉출신 이순원이 '사실에 가깝게' 복원한 신사임당

장편소설 '사임당' 출간…"본명 '신인선' 잘못 알려져"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현모양처의 대명사로 꼽혀온 신사임당(1504∼1551) 재해석 바람이 거세다. 정옥자 서울대 명예교수의 '사임당전' 등 역사학계 연구서가 잇따라 나왔고 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가 이달 말 방영된다.

문단에서도 지난해 신사임당을 소재로 삼은 소설이 서너 편 출간됐다. 2008년 소설 '붉은 비단보'에서 신사임당을 모티프로 조선 여성의 사랑과 예술세계를 그렸던 권지예는 '사임당의 붉은 비단보'라는 이름으로 개정판을 출간했다. '시기상조'라는 지적에 뺐던 신사임당을 초고대로 전면에 내세웠다.

'은비령'의 작가 이순원(59)도 최근 장편소설 '사임당'을 펴냈다. 강릉 출신으로 강원도가 배경인 소설을 즐겨 써온 작가는 아홉 살 때 오죽헌에 소풍을 가서 신사임당을 처음 만났다고 했다. 오죽헌은 강릉에 있는 신사임당과 율곡 이이의 생가다.

현모양처로 고정된 신사임당의 이미지에서 벗어나자는 취지는 앞선 소설들과 같다. 하지만 문헌 기록을 토대로 철저히 사실에 가깝게 생애를 복원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그래서 작가는 이번 작품에 '역사소설'도 아닌 '정본소설'이라는 수식을 붙였다.




소설은 막내아들 이우의 입을 빌려 신사임당을 중심으로 가계의 역사를 서술하며 세간의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는다. 우선 신사임당의 셋째 아들, 즉 율곡 이이가 세상을 떠났을 때 살림살이가 너무 가난해 수의조차 없었다는 이야기. 재상의 장례엔 나라에서 충분한 기물이 나오는데다, 그만큼 가난했다면 63일 동안 전국에서 몰려드는 조문객을 받아가며 장례를 치를 수 없었을 거라고 이우는 반박한다.

실제로 신사임당은 값이 비싸 궁궐에서도 아끼던 색조 물감을 즐겨 썼다. 그림을 바탕으로 자수를 놓을 때 쓴 색실 값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부모가 모두 돌아가시고 7남매가 유산을 나눈 기록인 '이이 남매 화회문기'(보물 제477호)를 봐도 집안은 가난과 거리가 멀었다. 부모가 남긴 재산 가운데 노비만 119명이었다. 이우는 "선비는 살아서도 죽어서도 끼니를 걱정할 정도의 적빈 속에 청백해야 후대의 귀감과 존경이 따른다는 공식" 탓에 꾸며진 소문들이라고 말한다.




이름을 둘러싼 오해도 심각하다. 사임당(師任堂)은 혼인을 앞두고 스스로 붙인 당호(堂號)다. 주나라 문왕의 어머니 태임을 스승으로 여겨 받는다는 뜻이었다. 본명은 이이가 남긴 '선비행장'을 포함해 어느 기록에도 등장하지 않는다. 당시 임금이나 조상의 이름을 문자로 쓰거나 입에 올리는 걸 불경하게 여긴 탓에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도 그의 본명이 신인선(申仁善)으로 잘못 알려져 백과사전에도 올랐다. 1990년대 어느 동화에서 사임당의 이름을 '인선'이라고 쓴 뒤부터다. 작가는 "사임당의 이름을 '신인선'으로 쓰는 일은 오직 문학에서만 가능하고 또 무방하다"며 어린 시절 '인선'을 소설에 그대로 등장시킨다.

이우는 어머니의 그림에마저 율곡 선생을 낳아 기른 현모의 이미지를 덧씌운 후대의 평가를 안타까워하며 이렇게 말한다. "어머니가 있어 자식이 있는 게 아니라, 그들에게는 율곡 형님이 없으면 어머니도 없습니다. 어머니의 그림은 더욱 없습니다."




작가가 복원한 신사임당은 학문·예술·교육 어느 면에서도 부족함 없는 인물이다. 어린 시절의 신사임당은 천자문의 '천지현황'을 배우며 "우리가 눈으로 보는 하늘은 밝고 파란데 왜 검다고 하는지, 그것은 밤이어서 그렇게 말하는지" 묻는다. 외할아버지와 그림 이야기를 하다가 "저도 세상 사람들이 다 보고 싶어 하는 그런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라고 당차게 말한다. 이이가 두 형과 함께 과거를 봐 혼자서 장원으로 합격하자 좋은 내색조차 하지 않으며 우애를 가르친 어머니였다.

작가는 '남녀칠세부동석'의 시대를 산 그를 꼭 자유연애자로 그려야 문학이며 예술이 되는 건 아니라고 했다. 신사임당은 다방면에서 탁월한 탓에 있는 그대로만 묘사해도 소설 속 주인공이 된다고 작가는 말하는 듯하다.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무조건 현모양처로 정답이 정해져 있어야 하는 사임당의 삶에 대해 역사적으로, 또 문헌적으로 가장 정확하고 바른 모습을 그려 내고 싶었다."

노란잠수함. 448쪽. 1만6천원.

dad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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