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강은경 작가 "의학드라마 처음이자 마지막…너무 힘들다"③

입력 2017-01-18 08:40   수정 2017-01-18 08:44

[단독]강은경 작가 "의학드라마 처음이자 마지막…너무 힘들다"③

"사전제작보다 시청자와 호흡하며 달려가고파"

"존엄사 빼고 하고픈 이야기 다 했다"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의학드라마는 여러 가지로 품이 많이 든다.

의학적 지식과 상황에 기초한 사실적이고 극적인 이야기와 화면을 보여주기 위해 많은 사전조사와 준비가 필요하다. 촬영에도 보통 드라마보다 배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낭만닥터 김사부'는 인공심장 교체 수술을 중심으로 여러 드라마틱한 수술 장면을 성공적으로 구현해내 찬사를 받았다. 또 2015년 우리 사회를 마비시켰던 중동 호흡기증후군(메르스)을 반영해 '현재성'을 살리기도 했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했나.

▲준비한 대로 다 했다. 유일하게 못 한 게 존엄사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암투병 중인 여성이 가족과 이틀간 파티를 즐겁게 하고 난뒤 존엄사를 택한 뉴스를 보고 준비했다가 결국은 못 그렸다. 존엄사에 대한 가치 판단을 아직은 내가 할 수 없겠더라. 고통을 놓아버린 환자는 편할 수 있겠지만, 남겨진 가족의 입장이라는 게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것 빼고는 메르스, 6중 추돌, 인공심장교체 등 다 다뤘다.

메르스 촬영 때는 방호복과 마스크 차림이라 배우들이 다 눈으로만 말해야 하고, 6중 추돌은 떼신이라 촬영이 녹록지 않다. 그런데 유인식 PD는 전혀 난색을 보이지 않고 늘 "하세요" "해보세요"라고 말해 자신있게 그렸다.

--그 와중에 속도가 빨라 젊은층이 열광했다. 특히 1회에서 훅 빨려 들어간 사람이 많다.

▲이건 뒷얘기인데, 찍어놓고 나니 1회가 방송시간보다 12분이 넘쳤다. 하지만 아무리 줄여도 6분30초는 못 줄이겠더라. 찍어놓은 것을 5번을 들여다보았으나 포기하고 결국 PD에게 맡겨 잘라 냈다. 그러다보니 의도하지 않게 '폭풍전개'라는 반응이 나왔다.(웃음)

윤서정(서현진 분)이 '미친 고래'로 불리지만 사실은 '여린 고래'임을 보여주는 신들이 사라졌다. 언제 부서질지 모르는 아이라는 설명이 있는 장면이다. 그게 재방송 감독판에는 살아났다.




--인공심장 교체 수술은 특히 어려웠을텐데.

▲그러게 말이다. 그 어렵다는 수술 장면을 너무 잘 찍어줬다. 촬영에 꼬박 이틀 걸린 것 같다. 그 장면을 위한 대본이 15장이었고, 수술을 위해 필요한 더미(인간 모형)만 8개였다. 촬영할 때는 실제 심장이식팀이 와서 도왔다. 드라마 자문의도 너무 잘 만났다. 무엇보다 리더인 연출이 중심을 잡지 못했다면 그렇게 멋지게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최근 국립암센터에서 열린 한 학회에서 우리 드라마의 인공심장 수술 장면을 참고 영상으로 틀었다고 하더라. 그 얘기를 듣고 굉장히 기분 좋았다. 그만큼 세밀하게 잘 찍었다는 거 아닌가.





--컨트롤타워 부재로 벌어진 메르스 사태도 인상적이었다.

▲내가 취재한 의사들과 드라마 자문의들이 다 메르스 사태를 현장에서 겪은 분들이었기에 자연스럽게 녹일 수 있었다. 우리 드라마에 등장하는 에피소드의 95%가 리얼이다. 돈이 없다고 저체온 치료를 거부하는 환자도 다 실제 케이스다. 치료비용이 한회에 160만원인데 그걸 내기 어려워 부모의 치료를 포기한다. 부모의 심폐소생술도 잘 안하려고 한다고 들었다. 심폐소생술을 해서 살려놓으면 왜 했냐고 항의하는 경우도 많다더라. 100여만원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는 것이다. 설마 그럴까 싶어 몇번이나 묻고 확인했다. 그랬더니 자문의들이 "160만원이 없어서 치료를 포기하냐고 묻는 당신은 지금껏 비교적 잘 살아온 것"이라고 답하더라. 극중 돌담병원이 시골병원이라 농촌지역 의사도 취재했는데 농촌에서는 정말 가슴 아픈 사연의 환자들이 많다. 오히려 드라마에서는 좀 순화한 편이다.




--음주교통사고의 가해자 엄마가 갑질을 한 것은 특정인을 떠올리게 하며 화제를 모았다.

▲실제 벌어진 사건을 차용한 건데 가해자가 사과를 안 했다는 말에 너무 화가 나서 썼다. 그렇다면 최소한 우리 드라마에서라도 피해자들이 미안하다는 말을 듣게 하자는 취지로 썼다.

(강 작가는 이 에피소드에서 "돈이 실력이고 부자 엄마가 스펙이고 다 좋아. 다 좋은데 그래도 최소한 양심이 뭔지는 알아야 하지 않겠니?" "왜 이렇게 당당하세요? 뭘 잘했다고? 미안함도 모르고 수치심도 모르고 어쩌다 당신 같은 사람들이 큰소리치는 세상이 되었을까요?" 등의 대사를 집어넣어 시청자를 열광시켰다.)

극중 "참 이상하죠? 우리가 모두 도윤완이 틀렸다는 걸 아는데, 지금 그가 잘못하고 있다는 걸 다 아는데, 왜 여전히 그는 저 자리에서 저렇게 막강한 힘을 가진 걸까요?"라는 대사를 넣은 것도 이런저런 울분을 담은 것이다.(웃음)




--의학드라마는 촬영에 시간이 많이 드는데, 사전제작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안해봤나.

▲내 경우는 방송 전 대본을 절반은 넘기고 가기 때문에 사전제작이 큰 의미가 없다. 시청자와 호흡하며 달려가는 맛이 있다. 촬영하는 입장에서는 사전제작이 좋겠지만, 우리에겐 '코리안 파이팅'이라는 게 있지 않나. (웃음) 시청자와 실시간으로 같이 달려가는 게 좋다.

또 지금 말하는 사전제작은 중국의 돈을 받아서 진행된 것 아닌가. 문화라는 것은 주도적으로 끌고 가야 하는데 돈이 들어오면 돈을 준 쪽이 원하는 대로 맞춤형으로 만들게 된다. 그들이 좋아하는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다.

예전에는 돈이고 뭐고, 쟁이들끼리 모여서 이런 얘기 해볼까, 저런 얘기 해 볼까 하던 시절이 있었다. 말 그대로 낭만을 불태우던 시절이다. 그런 게 좋다.

다만 의학 드라마는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선언했다. 너무 힘들다.(웃음) 사극보다 더 힘든 것 같다.





prett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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