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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2천400원 횡령, 해고 정당'…법은 만인에 공평할까

입력 2017-01-18 17:33  

<기자수첩> '2천400원 횡령, 해고 정당'…법은 만인에 공평할까

(전주=연합뉴스) 김동철 기자 =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법과 정의의 여신 디케는 두 눈을 가린 채 왼손에 저울을, 오른손엔 칼을 들고 있다. 저울은 공평함을, 칼은 엄중함을, 눈가리개는 법이 모든 이에게 공평하다는 뜻으로 읽힌다.

좌고우면하지 않고 눈을 가린 채 저울처럼 정확하게 판단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최근 단돈 2천400원을 횡령한 버스 기사의 해고는 정당하다는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전주 모 버스회사 기사인 이희진(53)씨는 2014년 1월 시외버스를 운전하면서 현금으로 차비를 낸 손님 4명의 버스비 4만6천400원 중 4만4천원만 회사에 납입했다는 이유로 같은 해 4월 해고됐다.

17년간 다닌 정든 직장이었다.

지금껏 단 한 번의 금전상 실수가 없었다고 한다.

이씨는 즉각 해고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이씨의 손을 들어줬다. 항소심에서 결과는 뒤집혔다.

광주고법 전주 제1민사부는 18일 이씨에 대한 해고무효확인 소송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여러 증거를 살펴보면 원고가 승차요금 2천400원을 피고에게 입금하지 않은 것은 착오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고의에 의한 책임 있는 사유로 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는 피고의 단체협약에서 해고 사유로 정한 '운송수입금 착복'에 해당한다고 보여 해고와 관련한 징계 사유가 인정된다"고 강조했다.

단체협약은 명백했다. 푼돈이라도 버스비에 손댄 자는 무조건 해임하도록 규정돼 있다.

재판부는 사측이 노조와 협의를 통해 모든 버스에 CCTV를 설치했고 CCTV 수당을 지급한 점, 'CCTV 판독 결과 운전사의 수입원 착복이 적발됐을 때 금액의 다소를 불문하고 해임을 원칙으로 한다'란 단체협약 등을 근거로 이씨의 해임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씨는 원칙에 따라 해고됐고, 또 원칙에 따라 패소 판결을 받았다. 해고가 과하다는 여론이지만 원칙은 원칙이다.

문제는 법이 모든 이에게 평등하냐는 부분이다.

비록 상습 절도범이지만 4만원을 훔친 50대는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고, 한 기업 회장은 일당 5억원짜리 '황제 노역'을 해 사회적 공분을 샀다.

어떤 법 원칙과 논리가 적용됐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주식 뇌물 대박' 사건의 전 검사장, '스폰서 뇌물'의 장본인인 전 부장검사, 최순실 사태에 연루된 그룹 총수 등.

이들처럼 '힘 있고, 가진 자들'에게 과연 평등하게 법 적용이 될 수 있을까?

선뜻 수긍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이씨의 사연이 보도되자 한 누리꾼은 "모든 사람에게 원칙을 평등하게 적용하라. 그러면 부당하다는 얘기가 안 나온다"고 일갈했다.

사법부는 이런 목소리를 겸허한 자세로 듣고 디케의 자세로 '힘 있고, 가진 자들'의 사건을 다뤄야 할 것이다. 그게 국민이 사법부에 기대하는 '법 앞에 평등'이다.

sollens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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