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연합뉴스) 공병설 기자 = "그저 아버님 유언을 따르는 것뿐입니다."
19일 충북 충주시에 따르면 최근 소태면사무소에 쌀과 밀가루 각각 21포씩이 배달됐다.
익명의 독지가는 다른 사람을 통해 물품을 전달하면서 마을 어르신들에게 잘 전달해 달라는 부탁만 남겼다.
이 독지가는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은 채 벌써 13년째 매년 이맘때 후원물품을 보내온다.
면사무소는 감사의 뜻을 직접 전하려고 독지가를 수소문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는 "돌아가신 부친의 유언을 실천하고 있는 것뿐"이라며 짤막한 답변만 전해왔다.
소태면이 고향인 이 독지가는 지금은 다른 지역에 사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부친이 세상을 뜨면서 자녀들을 모아놓고 "먹고 살 만한 여건이 되면 잊지 말고 고향 어르신들을 꼭 도와 드리라"고 한 유언을 받들어 기부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독지가는 자신도 그리 넉넉한 형편이 아닌데도 마을 경로당 숫자만큼의 쌀과 밀가루를 10년 넘게 꼬박꼬박 보내온다.
독지가의 선친은 집안 형편이 매우 어려워 한때는 남의 집 살이를 하면서 농사 일을 도와주고 삯을 받아 생활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태면은 기증받은 쌀과 밀가루를 각 경로당에 전달하고 후원품에 담긴 애틋한 사연도 소개한다.
기증품을 받은 각 마을 노인회장들은 "고향을 잊지 않은 것만 해도 기특하고 대견한데 따뜻한 마음까지 나눠주니 고마울 따름"이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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