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이냐 동물학대냐" 인도식 투우 허용 놓고 격한 대립

입력 2017-01-21 15:31  

"전통이냐 동물학대냐" 인도식 투우 허용 놓고 격한 대립

'연방정부 일방 정책에 지역주민 반발' 해석도

(뉴델리=연합뉴스) 나확진 특파원 = 인도 남부 타밀나두 주에서 동물 학대를 이유로 3년 전 대법원이 중단시킨 인도식 투우(鬪牛) '잘리카투'를 허용하라며 며칠째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21일 인도 NDTV 등에 따르면 17일 밤 남부 타밀나두 주도 첸나이 마리나 해변에서 4천여명이 모여 시작한 이번 농성시위는 5일째에 접어들며 수만명이 모일 정도로 확산하고 있다.






학생과 노동자 등으로 구성된 이들 시위대는 낮에는 잘리카투 허용 구호를 외치고 벌이고 밤에는 해변에서 노숙하며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첸나이 외에도 타밀나두 주 150여 곳에서 이 같은 시위가 진행되고 있다고 영국 BBC 방송은 전했다.

미국 아카데미 영화상 음악상을 받은 타밀나두 출신 음악가 A.R 라흐만은 이번 시위 지지 의미로 단식하는등 여러 문화·체육계 인사들도 시위 지지 의사를 밝혔다.




잘리카투는 운동장에 황소를 풀어놓고 수많은 장정이 맨손으로 달려들어 황소의 뿔과 등에 난 혹을 잡아 제압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경기로 타밀나두 주에서 매년 1월 추수 감사 축제 '퐁갈' 기간에 대규모로 열렸다. 잘리카투 옹호론자들은 이 시합이 2천 년 전부터 이어진 전통 경기이며 시합에 동원되는 소를 정성껏 돌본다고 말한다.

하지만 '동물의 윤리적 처우를 지지하는 사람들'(PETA) 등 동물보호단체는 참가자들이 시합 전 소를 흥분시키려고 소에게 술을 먹이고 눈에 고춧가루를 바르는 등 동물 학대를 한다며 꾸준히 문제제기했다. 또 2010∼2014년 이 시합 도중 17명이 사망하고 1천100명이 다쳤다며 동물뿐 아니라 사람도 해치는 경기라고 폐지를 주장했다.




인도 대법원은 결국 2014년 PETA의 청원을 받아들여 동물학대방지법을 근거로 잘리카투 시합을 금지했다.

일각에서는 이번에 잘리카투 허용 시위가 대규모로 벌어진 것은 지난해 말 500루피·1천 루피 지폐를 일시에 사용 중지한 화폐 개혁이나 영화 상영 전 국가 연주 강제 등 최근 인도 정부와 법원이 지역 주민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연방 정부 중심으로 일방적 정책을 강행한 데 대해 지역 주민들의 불만이 표출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마네카 간디 인도 연방정부 여성부 장관은 잘리카투에 대해 "남자들이 소에 올라타 뿔을 뽑으려 달려드는 폭력과 살육의 축제"라며 "문명인이라면 이를 좋지 않게 생각할 것"이라고 말해 타밀나두 주민 폄하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역사학자 A.R. 벤카타찰라파티는 "이번 시위는 타밀나두 주민이 연방정부와 사법부를 신뢰하지 못한다는 선언"이라면서 "수도 델리 중심의 언론들이 타밀나두 주민들을 이상한 풍습을 가진 특이한 사람들로 묘사하는 것에도 주민들이 불만이 많다"고 영국 BBC 방송에 말했다.

타밀나두 주 정부는 시위가 벌어진 이후 동물 학대 방지 규정 등을 부가해 잘리카투를 허용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이 명령은 현재 프라나브 무케르지 연방 대통령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ra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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