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헬기사격 탄흔 또 있다…전대병원 환자 입원 병동까지"

입력 2017-01-23 10:58   수정 2017-01-23 11:23

"5·18 헬기사격 탄흔 또 있다…전대병원 환자 입원 병동까지"

병원 前 직원 증언…대형병원에 실탄사격 확인되면 파문 예상

(광주=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5·18 민주화운동 당시 광주 도심의 대표적 고층건물인 전남대학교병원에도 계엄군 헬기 사격으로 생성된 총탄 자국이 있다는 증언이 나왔다.

군이 대형 의료기관을 향해 발포했다는 증언이 사살로 규명된다면 그 잔학성에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





1980년 5월 전남대병원에서 일한 의료인 A 씨는 23일 연합뉴스 통화에서 "5·18 때 9A병동의 병실 안으로 총알이 날아들었다"며 "유리창에는 동그란 구멍이 뚫렸었다"고 말했다.

A 씨는 "정확한 날짜가 기억나지 않지만, 월급날이었던 17일 이후였다"며 "시간대는 오전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이어 "그 와중에도 할아버지를 병간호하던 조선대 치대생이 '유리창이 아니라 내 안경이 깨지는 줄 알았다'는 농담을 해 잠시나마 여러 사람이 웃었다"고 상세한 기억을 끄집어냈다.

A 씨는 '총탄이 어디에서 날아왔는지 기억하느냐'는 질문에 "헬기 소리가 들렸고 총알이 하늘에서 쏟아져 내렸다"고 답했다.

그는 "병동건물 옥상에 시민군 2명이 있었다"며 "그들을 놔두면 총탄이 계속 날아올 것 같았고 환자들까지 위험해질 수 있겠다는 생각에 옥상 입구에서 설득해 데리고 내려왔다"고 기억했다.

A 씨는 "곧바로 계엄군이 들이닥쳐 층마다 조사하고 다녔다"며 "꼭대기인 12층에서 1층 쪽으로 훑으면서 내려왔는데 옥상에 헬기를 착륙시킨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이어 "중령 한 명이 '마실 물을 달라'더니 '광주 때문에 보름 가까이 신발도 못 벗었다'고 하더라"며 "그 시각이 점심 먹기 전이었다"고 자세한 설명을 곁들였다.

A 씨 기억은 "전일빌딩과 전대병원 옥상에 캘리버 50, LMG 등 기관총을 설치했다"던 5·18 시민군 상황실장 박남선(63) 씨의 증언과도 하나의 맥락으로 통한다.

박 씨는 1989년 2월 23일 열린 국회 5·18 광주 민주화운동 진상조사특별위원회(광주특위) 29차 청문회에 출석해 "계엄군이 헬기에서 기관총을 난사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시민군이 전대병원과 함께 중화기를 배치했던 전일빌딩에서는 지난달 13일 탄흔 150개가 무더기로 나왔다.

전일빌딩 최상층인 10층에서 탄흔 각도를 분석한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헬기사격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보고서에 인용했다. 정부기관으로서는 처음으로 5·18 당시 계엄군의 헬기사격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다.

A 씨 기억을 맞춰보면 전대병원에 총알이 날아든 날은 고(故) 조비오 신부와 아놀드 피터슨 선교사 등 많은 사람이 오후 1시 30분께 헬기사격을 목격한 1980년 5월 21일의 다음 날로 추정된다.

A 씨는 자신이 옥상에서 데리고 내려왔다는 2명을 '시민군'이라고 지칭했다.

당시 항쟁에 나섰던 시민은 21일 오후 전남도청 앞 계엄군 집단발포를 계기로 무장을 갖춰 시가전을 전개했다.

5·18기념재단이 누리집에 공개한 연대표에 따르면 학생들이 전남대병원 옥상에 LMG를 설치한 때는 21일 오후 4시 43분이다.

재단은 다음 날인 22일 오전 10시 30분께 군용헬기가 광주 도심을 공중 선회하며 전단을 뿌렸다고 기록했다.







A 씨는 "전대병원 일을 그만둔 1983년 봄까지 9A병동이 있던 병원건물보다 높은 것은 주변에 없었다"며 "건물 상층부 외벽에 엄청나게 많은 탄흔이 있었다. 1층 바깥에서 고개를 들면 쉽게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5·18 국회 청문회 때 용기를 내 야당 사무실에 제보한 적이 있었다"며 "그 당시 '지금까지 탄흔이 남아있겠느냐'라는 반응만 돌아오더라"고 회고했다.

A 씨는 "전일빌딩 국과수 탄흔 분석 보고서를 다룬 뉴스를 보고 나서 그때가 다시 떠올랐다"며 "전일빌딩 10층에 그 많은 탄흔이 고스란히 남아있을 줄 누가 알았겠느냐"고 강조했다.

그는 "더 늦기 전에 진실이 밝혀지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h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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