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델리=연합뉴스) 나확진 특파원 = 방글라데시에서 한 남성이 희소병을 앓는 아들과 손자를 더는 돌보기 어렵다며 정부에 안락사를 요청해 논란이 인다.
24일 현지 일간 프로톰알로와 AFP 통신에 따르면 방글라데시 남서부 메헤르푸르에서 과일 행상을 하는 토파잘 호사인은 희소 유전병인 뒤시엔느 근이영양증을 앓는 두 아들과 손자의 안락사를 허락해달라며 최근 시청에 편지를 보냈다.
24살과 13살인 호사인의 두 아들은 지속해서 근력이 약해지는 이 병 때문에 스스로 움직이지 못하고 종일 침대에 누워 있으며 8살 난 손자는 겨우 화장실을 오갈 수 있는 정도라고 호사인은 전했다. 통상적으로 이 병에 걸리면 30세 이전에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사인은 편지에서 "아들과 손자를 방글라데시뿐 아니라 인도에 있는 병원에도 데려가며 몇 년간 돌봤다"면서 "치료비를 내느라 가게도 팔고 이제는 파산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아들과 손자는 오랫동안 고생했고 나아질 희망도 없다"면서 "정부가 이들을 돌봐주지 못한다면 안락사를 허락해달라"고 요청했다.
호사인 가족을 치료한 의사 마흐부불 알람은 이들이 치료법도 없이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며 "모두가 와서 도와야 할 인도주의 문제"라고 AFP에 말했다.
호사인의 사연이 알려진 뒤 그의 집을 방문한 정부 관리는 호사인이 실제로 안락사를 원한다기보다는 의료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보고 정부가 도울 방안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방글라데시 유일의 말기 환자 간호시설 대표인 네자무딘 아흐메드는 이번 일을 계기로 난치병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안락사 허용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할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아흐메드는 다만 정부가 간호 서비스를 강화하는 것이 선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른 인권단체 관계자는 국민 83%가 이슬람교 신자로 자살 시도조차 범죄로 처벌되는 방글라데시에서 안락사는 허용되지 않으며 그동안 이에 관한 논의마저도 금기시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방글라데시 고위 이슬람 성직자인 파리두딘 마수드는 "안락사는 이슬람에서 절대적으로 불법"이라며 "정부는 모든 시민을 책임질 의무가 있다"고 AFP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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