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 남북통일 축구의 추억…평양 원정은 '충격'

입력 2017-01-25 07:11  

90년 남북통일 축구의 추억…평양 원정은 '충격'

'평양 원정' 윤덕여-김주성 "엄청난 관중에 압도"

4월7일 평양 남북대결 앞둔 여자대표팀에도 조언




(서울=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 한국 여자축구 대표팀이 오는 4월7일 북한 평양에서 역사적인 남북대결을 벌이게 되면서 사상 첫 '평양 원정'이었던 1990년 남북통일 축구가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여자 대표팀은 2019 여자월드컵 본선 진출권이 걸린 아시안컵 예선에서 '아시아의 강호' 북한과 맞대결이 예정돼 있다.

공교롭게도 현재 여자 대표팀 사령탑인 윤덕여(56) 감독은 분단 후 최초의 북한 원정이었던 1990년 남북통일 축구 당시 한국 남자 대표팀 주축으로 방북했다.

또 1990년 당시 윤덕여 감독과 대표팀 동료로 북한을 방문했던 '야생마' 김주성(54) 대한축구협회 심판운영실장은 평양 1차전 선제골의 주인공이다.

윤덕여 감독과 김주성 실장이 기억하는 평양 원정은 어땠을까?

윤 감독은 "1990년 평양을 방문했을 때 소년궁전과 평양산원 등 북한 체제를 선전하는 곳만 들렀던 기억이 있다. 개별적인 행동은 할 수 없었고, 경기장에서는 엄청난 인원의 북한 관중에 압도됐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남북통일 축구가 분단 45년 만에 남북 교류의 물꼬를 트기 위해 기획된 친선 대회였음에도 북한 특유의 인해전술 탓에 심리적으로 위축됐었다는 이야기다.






김주성 실장의 뇌리에 새겨진 당시 장면은 더욱 생생하다.

김 실장은 "베이징 아시안게임이 끝나고 조선민항기를 타고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했는데, 수많은 인파가 환영 나온 것에 놀랐다"면서 "특히 공항부터 선수들을 무등 태워 1㎞ 정도를 이동했는데 조금 겁이 나기도 했고, 낯선 환경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북한을 처음 방문한다는 것만으로도 긴장이 되는 상황이었다"면서 "고려호텔에서 4박5일 묵었는데, 정해진 장소에서만 훈련하고 공식 일정에 따라서만 움직였다. 능라도 5.1 경기장을 가득 메운 평양 시민들이 감색 계열의 정장을 맞춰 입고 나와 응원하는 것에도 적응이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공개되지 않은 뒷이야기도 살짝 털어놨다.

그는 "한국은 86년 멕시코 월드컵 본선에 32년 만에 진출했고, 86년 아시안게임 우승과 90년 이탈리아 월드컵 본선행 등 경기력에서 북한에 한 수 위였다"면서 "그러나 화해 분위기를 고려해 내가 전반 25분 선제골을 넣은 후에는 사실상 골문을 열어줬다"고 말했다.

결국 한국은 후반에만 두 골을 내줘 남북 통일축구 평양 1차전은 북한에 1-2로 역전패했다.

그는 "주심은 북한 심판이었고, 1-1이던 후반 막판에는 북한이 골을 넣을 때까지 추가 시간을 7-8분 이어갔다"면서 "결국 북한이 페널티킥을 얻어 결승골을 넣으면서 경기가 끝났다. 사실상 각본이 없었을 뿐 패배는 연출한 것이나 다름 없었다"고 술회했다.

첫 평양 원정에서 '충격'을 경험했던 두 선배는 북한과 '벼랑 끝 승부'를 앞둔 여자 대표팀에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김주성 실장은 "북한이 세계 정상급의 여자축구를 통해 좋은 성적을 내고 그것을 통해 정권을 홍보하려고 하기 때문에 남북대결 관중 응원은 엄청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우리 여자 선수들이 심리적 압박감을 이겨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북한 선수들이 체력과 기동성이 좋기 때문에 단시간에 그걸 따라잡기는 어려운 만큼 철저한 상대팀 분석을 통해 전술적으로 파고들어 허점을 찾았으면 좋겠다"면서 "우리가 선취 득점시 경기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누구보다 평양 원정의 중압감을 잘 알고 있는 윤덕여 감독도 "객관적 전력에서 북한에 뒤지지만 우리 선수들이 두려움을 떨쳐내고 단순한 원정경기라는 생각으로 임했으면 좋겠다"면서 "대표팀 감독을 맡은 후 1년에 한 번 정도 북한과 대결해 장단점을 잘 파악하고 있는 만큼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chil881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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