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달진 "모으는 재미로 시작…미술 아카이브 가치 일깨워 기뻐"

입력 2017-01-26 09:17  

김달진 "모으는 재미로 시작…미술 아카이브 가치 일깨워 기뻐"

'나의 미술 아카이브 수집 이야기' 강연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이 사진을 보면 장우성, 배렴, 허백련, 고희동…. 모두 미술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들이죠. 국전 모임 후 일종의 요릿집에 간 것으로 보입니다. 사진 한 장, 자료 하나로 찾아낼 수 있는 것이 많습니다."

25일 저녁 서울 종로구 홍지동의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김달진 관장이 흑백 사진 슬라이드를 띄우자 사람들의 몸이 자연스럽게 앞쪽으로 기울었다. 이 사진은 1956년 제5회 대한민국미술전람회(국전) 심사위원이었던 작가들의 식사 회동을 담고 있다.

이곳에서는 지난달 20일부터 '작가가 걸어온 길-화가와 아카이브전(展)'이 열리고 있다. 박물관이 수집하거나 기증받은 400점의 자료를 통해 193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화가들의 삶의 흔적과 우리 미술사를 살펴보는 전시다.

김 관장은 이날 저녁 대중 강연 '나의 미술 아카이브 수집 이야기'를 통해 각 자료에 얽힌 사연과 수집 배경 등을 설명했다.

"참되게 살던 이중섭 화백이 작고한 지 이미 한 달이 지났습니다. 고인의 예술과 인간을 추모하는 모임을 갖고저 하옵기 다음과 같이 아뢰옵니다"라고 적힌 작은 메모지는 1956년 9월 숨진 이중섭의 추모 모임 초대장이다.

김 관장은 "시인 구상과 김광균, 소설가 김이석이 (주선자로) 올라있는 것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중섭은 문학인들과 교류가 많았다"면서 "1956년 11월 8일 동방문화회관에서 열린 이 모임의 참가비가 500원이라는 것도 나온다"고 소개했다.




'폐림지 근방'으로 제1회 국전(1949년) 대통령상을 받은 류경채가 1980년대에 국립현대미술관의 양식에 맞춰 작성한 미술인 카드는 그가 화가로서 자신의 경력을 어떻게 인식했는지 보여준다.

화가 이우환이 1969년 선배 이세득에게 "남도 아닌 자기 나라 선배들에게 기막힌 모욕을 당할 줄이야 정말 몰랐습니다"라면서 자신의 예술을 이해하지 못하는 한국 화단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는 편지도 있다.

천경자를 비롯한 화가들의 전시 팸플릿부터 화가 등용문이었던 국전 첫 개최를 알리는 안호상 문교부 장관의 초청장 등 한국 화단의 양상을 보여주는 자료들도 이날 소개됐다.

화가들이 지인들과 주고받은 연하장의 상당수는 원래 버려질 운명이었으나 김 관장의 손에 들어오면서 새롭게 가치를 부여받았다.

김 관장은 학창시절부터 담뱃갑과 우표, 영화 팸플릿 등 온갖 것들을 수집했고, 여성 잡지에서 발췌한 서양화 그림을 모아 스크랩북을 만들기도 했다.

그는 서양화 스크랩북 10권을 들고 당시 이경성 홍익대 박물관장을 찾아간 것을 계기로 미술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각각 국립현대미술관 자료실에서 15년, 가나아트센터 자료실에서 5년간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을 만들었다.

김 관장은 "처음에는 모으는 재미로 시작했던 것인데 미술사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발견하게 됐다"면서 "아카이브의 중요성을 사회적으로 환기시킨 것 같아서 기쁘다"고 말했다.

air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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